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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더힐에는 누가 살까요? 한남더힐과 부동산 정책의 창과 방패 싸움

ˍ 2021.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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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머리

이글은 20200711 방송된 KBS 시사기획창 방송 정리한 내용입니다. 

한남더힐에 사는 사람들

한남동 언덕에 오르는 게 허락된 사람들. 그들은 누구일까. 한남더힐의 가장 꼭대기이자 산자락 바로 아랫동. LG그룹 구광모 회장이 1, 2층을 한 번에 사서 살고 있다. 두산가 3세, 박용현 두산그룹 전 회장의 집도 있다. 아래층에는 현대가 3세인 손동욱 씨. 그리고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아들 홍종인 JTBC 상무가 나란히 자리 잡았다. 그 아래 동네에는 LS그룹 3세인 구동휘 E1 대표 이사를 비롯해 일가 7명이 여섯 채를 보유하고 있다. 고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SDJ 코퍼레이션 회장은 옆동 아파트 2채를 샀다. 건너편 동은 최근 구속된 최신원 SK 네트웍스의 장남 최성환 사업 총괄. 그리고 김택진 NC소프트 사장 소유의 집이 있다.

 

고위 공무원은 없을까. 이헌재 전 부총리, 장병완 전 국회의원. 김각영 전 검찰총장, 전상명 전 검찰총장, 박성훈 부산시 경제부시장 그리고 현직 판사 2명도 있다.

 

연예인도 한남더힐에 모였다. 배우 김태희, 소지섭, 한효주 그리고 BTS까지.

 

직업별로는 기업 대표가 191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서 기업체 임원이 32명이었다. 기업체로 따지면 삼성이 단연 1등. 대한민국 내로라하는 기업 집단이 한남더힐에 모여있다.

 

교수와 변호사는 각각 14명, 의사는 12명이다.

 

한남더힐은 600채, 최고가 82억 원. 전체 거래액 2조 1,547억 원에 이른다. 일정 기간 임대 뒤 분양된 한남더힐은 2016년 5월부터 부동산 등기부에 소유주 이름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

 

첫 대책. 다주택자 부동산추가대출 규제 >>> 전액 현금 매입

그런데 이듬해인 2017년부터 집값이 뛰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았다. 결국, 정부가 나섰다. 문재인 정부 첫 부동산 정책이었다.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 : 서민들은 평생 벌어도 내 집 마련은커녕 전·월세 가격 인상률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데 한편에서는 아파트 사재기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집을 거주공간이 아니라 투기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일은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다주택자에 대한 금융규제도 강화하겠습니다. 이미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세대가 추가로 대출을 받을 경우에는 LTV·DTI의 비율을 10%씩 낮추고...]

 

시장은 얼어붙었다. 하지만 한남더힐은 달랐다. 정부대책 발표 한 달 뒤인 2017년 9월에도 거래가 38건이나 이루어졌다. 분양 전환 이후 최대의 거래였다.

 

[한남동 공인중개사 : 다 있는 사람들이 돈, 현찰로. 현찰 갖고 있는 사람들이야. 돈에 구애를 안 받는 사람들이야. 기업 하시는 분들, 연예인들.]

[하누리 기자 :  그럼 대출 규제에도 아무 제약을 안 받겠네요?]

[그렇지.] 

 

지난 3년여 동안 한남더힐 매입자는 373명. 이 중 137명이 100% 현금으로 집을 샀다. 가장 많은 현금을 낸 사람은 지난 2월 나왔다. 79년생 고 모 씨로 80억 원을 현금 이체했다. 정부의 금융 규제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곳. 말 그대로 한남더힐은 무풍지대였다. 그리고 그렇게 순항했다. 2018년 9월까지는.

 

9.13 대책. 다주택자 종부세 (종합부동산세금)대폭상향 >>> 세금폭탄을 피하기위해 본인 법인 회사에 매매 후 본인거주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 :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를 철저히 차단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종부세 개편안을 대목 강화하여 추진하겠습니다. 이번 종부세 개편은 최근 시장 상황에 맞춰 점진적으로 인상하려던 시기를 앞당겨서 추진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투기와 집값은 반드시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합니다. 비이성적 과열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임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대출 규제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정부가 다시 칼을 빼 들었다. 이번에는 세금이었다. 종부세율을 올려 다주택자에게 중과세 하겠다는 카드였다. 철퇴를 맞은 주택시장은 다시 얼어붙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한남더힐 사람들은 계획이 있었다. 정부의 다주택자 대책 발표 사흘 전인 9월 10일. 한 운동기구 제조업체가 43억 원에 한 채를 사들였다. 10월과 11월에는 골판지 제조업체와 콘크리트 제조업체가 각각 한 채씩을 매입했다. 법인의 한남더힐 매입은 다음에 더 늘어났다. 2017년 2건이었던 법인매입이 2019년에는 14건으로 급증했다.

 

[한남더힐 거래 공인중개사 : 개인이 다주택으로 간주가 되면 종부세가 합산되면 더 많은 세금을 내기 때문에 법인 소유로 가지고 있으면 그래도 괜찮으니까 그렇게 했겠죠.]

 

N 자동차 부품 회사도 2019년 4월 대형 평형을 44억 원에 사들였다. 투자 목적이었다고 했다. 

 

[N사 관계자 : 위치도 괜찮고 한남더힐이면 뭐, 아시잖아요. 나중에 아파트값 올라가면 좋은 거고, 그런 것도 좀 볼 겸, 투자 목적 겸....] 

 

그런데 아파트를 판 류 모 씨라는 사람이 N회사 대표다. 자기 집을 자기 회사에 팔았다.

 

[N사 관계자 : 저희가 부동산 임대사업도 등록이 돼 있고 사업목적에 명시가 돼 있고 때마침 저희 대표이사께서 개인 사정에 의해 집을 좀 내놓는다고 하는 걸 제가 들었어요. (그래서) 회사가 구입을 하게 된 거죠.]

[기자 : 한남더힐만 가지고 계신 거잖아요? 다른 임대사업 하시는 건 없던데, 그렇죠?]

[네, 그렇죠.]

 

류 대표는 지금도 여전히 한남더힐에 살고 있다.

 

[정순문 공인회계사·변호사 : 개인의 자산을 법인에 양도하는 건 당연히 법적으로는 가능한데, 문제는 그 이후에 일단 재산이 법인으로 귀속되는 순간 그 재산은 법인의 사업용으로만 오롯이 사용돼야 하거든요.. 그런데 만약 이것을 대표나 주주가 개인적 거주를 위해서 활용을 하게 된다면, 그 자체가 형사적인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배임이나...]

 

회사 측은 류 대표와 월세 계약을 맺었다고 해명했다.

 

[N사 관계자 : 월세는 당연히 저희가 그 당시부터 대표이사한테 다 징수했고요. 급여에서 아예 원천공제를 해서 징수하고 있습니다.] 

 

류 대표는 왜 회사에 집을 판 걸까?

 

[황선기 변호사 : 최대한 다른 인격체에 분산을 시켜놓는 게 일단은 가장 기본적으로 누구든지 생각할 수 있는 절세 방법이라서 그 부분은 확실하다고 보입니다. 특히 다주택자 중과하는 게 본격적으로 시행이 된다고 현실화 되면서부터 저 시기에 몰린 게 아닌가, 그렇게 짐작이 되거든요. ]

 

적어도 20대 후반부터 서울 성북동에 고급 단독주택을 소유한 류 대표는 30대 중반에는 서울 용산의 대형 아파트를 매입했다. 그리고 50대 중반인 2017년에는 한남더힐을 41억 원에 사들였다. 모두 보유 중이라면 최소 3주택자로 중과세 될 가능성이 높았다. 결국, 한남더힐 매입 1년 전 20대 자녀들에게 용산아파트를 증여하고 한남더힐은 회사에 넘긴 것으로 보인다.

 

[N사 관계자 : 절세를 위해서 회사로 아니면 처음에는 제3자한테 매각을, 부동산에 내놨겠죠. 여러 가지로 복잡한 사정이 있으셨대요.]

 

그런데 2019년 설립된 법인들을 확인하는 과정에 취재팀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비슷한 이름, 비슷한 주소, 비슷한 업종의 비슷한 시기에 등록된 회사들. 모두 4곳이었다. 대체 무슨 일일까?

경기도 파주에 있다는 사무실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그런데 사무실 앞. 간판이 이것만이 아니었다. 회사가 더 있었다. 사무실 2곳에 회사 18개가 한데에 몰려 있었다. 독서실처럼 칸막이로 나뉜 자리. 자세히 보니 책상 한 칸당 회사 한 곳이다. 유령회사일까.

 

부동산 매매업을 한다는 회사들. 대부분 고가 아파트나 개발 호재의 부동산을 사들였다.  그런데 이 중 한 곳. 이사 진에 낯익은 이름이 보인다.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

회사 대표는 그의 딸이었다. 49억 원짜리 한남더힐 1채를 사들인 이 회사의 정체는 무엇일까. 취재진은 허 전 실장을 여러 차례 찾아갔지만 만날 수 없었다. 허 전 실장의 딸은 적법한 투자 라고만 했다. 

 

[정순문 공인회계사·변호사 : 아마 어떤 세무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받으신 일련의 자산가들께서 절세효과를 위해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신 게 아닌가 그런 의심이 들기는 합니다. 불법은 아닌데, 우리가 도덕적으로 볼 때는 경계 선상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례들이 있는데 이게 사실, 법인을 형식만 악용하는 것은 세법적으로도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는 있거든요.]

 

법인들은 한남더힐만 쇼핑한 게 아니다. 2017년 전국 아파트 거래 중 법인거래는 1만 8000여 건에 불과했지만 2019년에는 3만 7000여 건으로 껑충 뛰었다.

부동산매매업을 하겠다며 등록한 신설 법인도 2019년에 9,000개에 달했다. 정부가 칼을 빼 들자 다주택자들이 새 방패로 맞선 것이다. 

 

12.16 대책. 개인사업자.법인회사 15억초과 주택담보대출 전면금지, 편법매매 원천차단 >>>   자녀, 금융권, 자산운용사에 신탁해버림

법인 열풍이 시장을 휩쓸자 2019년 말 정부가 다시 경고하고 나섰다. 법인 대출을 규제하고 탈루 혐의도 들여다 보겠다는 것이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  주택시장을 거주 목적의 실수요 중심으로 개편하기 위함입니다. 개인사업자, 법인 등 모든 차주를 대상으로 시가 15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고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불법 및 우회 행위를 원천 차단하겠습니다.]

 

한남더힐 주인들은 다주택을 포기했을까. 그렇지 않았다. 다른 길이 있었다. 2020년 초 한남더힐 전체 가구의 거래 내역 분석 과정에 눈에 띄는 단어가 등장한다. 신탁이었다. 법인 규제가 예고된 직후 신탁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모두 16건이다.

 

[정순문 공인회계사·변호사 : 쉽게 말하면 자기가 가진 재산을 좀 대신 관리해 주세요. 이렇게 전문가한테 의뢰를 하는 겁니다. 신탁을 통해서 법적 소유권이 넘어갈 때 종부세법상 약간 이제 명의 분산이 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되어 있었어요. 아마 그 종부세 절감을 위해서 많은 분들이 신탁을 통해서 자기가 갖고 있는 주택을 신탁사나 자녀에게 신탁을 해 왔던 것 같고요.]

 

연봉 28억 3,000만 원을 받던 삼성전자 고동진 대표부터, MBC 김태호 PD, 윤정환 전 축구 국가 대표, 병원장, 그리고 변호사들이 이 시기 신탁했다. 35억 원에 대형 평형을 산 대학병원 A 교수는 세금 폭탄을 피하고 싶어 신탁을 선택했다고 털어놨다.

 

[A 대학병원 교수 : 내 담당 세무사가 가르쳐 주셔서.. 하여간 (그전엔 세금을) 수억 냈어요, 내가.. 근데 이제 말이 수억이지 뭐 여러 가지 다 합치니까....]

 

A교수는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도 소유한 2주택자. 자산운용사 측이 먼저 신탁을 권유했다고 한다.

 

[기자 : 미래에셋에서 그렇게 하라고 조언을 해주시지요? ]

[A 대학병원 교수 : 응. 그렇죠. ]

[팀 꾸려 가지고?]

[응, 그거 신탁 관리비라는 게 또 있어요. 천 얼마인데, 그거 내더라도 세금이 절약되는 게 더 크니까 그래서 그렇게 한 거죠.]

 

그런데 이 신탁관리비를 아끼는 방법도 있었다. 역시 35억 원에 한남더힐 대형 평형을 사들인 B 변호사. 잠실에도 고가 아파트를 보유한 다주택자 중과세 대상이었다.

 

[B 변호사 : 사실은 어딘가에서, 은행 같은 데서 신탁을 영업하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저한테 권유했는데 신탁 수수료를 2,000만 원인가 달라 그랬어요. 가만 들어보니까 그 신탁을 꼭 은행에만 해야 하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아들한테 신탁)했죠. ]

 

 금융기관을 끼지 않고 가족끼리 신탁을 하게 되면 세금과 관리비용까지 절약해 일석이조였다. 결국, B 변호사는 한남더힐은 아들에게 그리고 잠실아파트는 딸에게 신탁했다.

 

[기자 : 그럼 어느 정도로 절약을 할 수가 있을까요?]

[B 변호사 : 사실 아주 얼굴에 철판을 깔고 그거를 10개, 20개로 쪼겠으면 훨씬 더 많이 절약됐겠지만 그 정도는 안 했으니까. 하여튼 은행에서 계산한 거로는 자기들이 2,000(만 원)을 받고도 득이라고 그랬거든요.]

[기자 : 신탁하셨던 이유는 그러면 어떤 이유가 있으셨을까요?]

[B 변호사 : 미리 몰라서 그때 한 거고, 알았으면 진작 했겠죠. 저는 작년에 하면서도 좀... 아니 이걸 바보같이 명색이 변호사인데 이걸 이제 알았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

 

한남더힐 만이 아니었다. 부자들의 신탁 광풍이 불던 2020년 신탁사들이 맡은 부동산 재산 신탁 규모는  334조원으로 그 전 보다 16조원으로 그 전보다 16.7% 늘었다. 다주택자들과의 싸움에서 정부는 또 한번 지고 있었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 : 정부 정책이 딱 나오면 그때부터 연구해서 뭘 찾느냐 하면 구멍이 어디냐, 피해 나갈 방법이 뭐냐? 그걸 찾아요. 그래서 그거를 찾아내면 사람들을 모집하면 수많은 사람이 그 사람 얘기를 들으려고 몰려든다고요. 정부도 설마 그 구멍을 만들려고 했겠어요? 거기 가서 핀셋 규제하고, 핀셋 규제하고, 찔끔하고, 거기 잡으려고 하고, 그거 쫓아다니고, 그게 잡힙니까? 사람들은 날아다니는데요.]

 

7.10 대책. 신탁회사를 이용한 세금회피를 막기위해 세금은 무조건 집주인이 내도록함(신탁제도도입). 양도세, 종부세, 취득세 대폭인상 >>>  자녀에게 증여해버림

결국, 정부가 또다시 나섰다. 이번에도 뒷북이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 거주하지 않으면서 다주택을 보유하는 사례는 적지만 이로 인하여 생겨나는 사회적 비용은 매우 큰 점을 고려하여| 정부로서는 다주택 보유 부담을 가중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신탁제도도 손봤다.

 

[뉴스보도 : 신탁회사를 이용한 세금 회피 꼼수를 막기 위해 세금은 무조건 집주인이 내도록 바꿉니다. ]

 

신탁제도뿐 아니라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와 양도세, 취득세까지 올리는 메가톤급 규제책이었다. 한남더힐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취재진이 추적한 신탁사례 16건 중 매물로 나온 건 단 3건이었다. 나머지 주인들은 버티면서 증여를 택했다. 아들과 딸에게 한남더힐과 잠실 아파트를 신탁했던 B 변호사도 아파트를 증여해 버렸다.

 

[B 변호사 : 그러니까 그게 감당이 안 돼서 할 수 없이 했죠.]

[기자 : 증여하시면 증여세를 아드님들이 내셔야 하잖아요. 그러면 또 사실, 아드님들이 아직... ]

[돈 못 벌죠. ]

[그러시면 증여세를, 또 증여하셔야 되는데.. ]

[아니 다... 부동산 시장 덕에 전세가 많이 올라서 그걸로 증여세를 냈죠. (부동산 정책에) 어떻게 보면 불만일 수도 있지만 저는 뭐 큰 불만 없습니다. 이 정권 들어서 집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고마운 면도 있어.]

 

B 변호사처럼 신탁을 했던 사람만이 아니었다. 정부의 7·10 대책 직후 한남더힐 주인들은 기다렸다는 듯 증여에 나섰다. 2020년 7월 한 달간 14건. 한남더힐 분양 이후 확인되는 전체 증여 39건의 40%가 이 한달간 집중됐다. 그런데 그중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었다. 재벌가였다.

 

한남더힐에서 길 하나를 건너면 나오는 현대자동차 총수 일가의 가족타운.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과 4자녀가 옹기종기 모여 산다. 이중 첫째 딸 정성이 이노션 고문은 유엔 빌리지 2채와 한남더힐까지 3주택을 보여 중이었다. 7·10 대책 나흘 뒤 정 고문은 한남더힐은 아들 손동욱 씨에게 UN빌리지 주택은 딸에게 증여했다. 33살인 아들 선 씨는 현대차 미국지사에 근무 중이어서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증여로 보인다.

 

선 씨가 증여받은 시기에 이루어진 증여 14건 중 10건이 30대 이하 자녀에 대한 증여였다. 한남더힐 소유자 중 30대 이하는 10%에 달하는 85명. 이 가운데 17명이 증여로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68명은 직접 사들였지만 나이를 고려하면 대부분 매입 자금도 증여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한남더힐 최연소 소유주는 2019년생, 2살. 57억 5,000만 원을 주고 집을 사들였다. 부의 대물림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런데 증여 역시 한남더힐에서만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해 증여 재산가액은 43조 6,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주택과 아파트, 상가 등의 건물 증여가 배 이상 늘은 것이다.

 

[김청식 세무사 : (아파트를) 팔려니 돈 아깝고, 또 이거 가만히 있으면, 더 가치가 있을 것 같고 더 오를 것 같고, 그래서 편법을 쓰는 거죠. 증여로.]

 

부동산 광풍 속 부의 대물림도 빨라지고 있다. 한남동 언덕배기에 성벽 같은 벽이 둘러 처진 집. 중앙그룹 홍석현 회장의 자택이다. 가족들 역시 타운처럼 모여 산다. 5분 거리에 지난 5월 홍정도 JTBC 사장이 200억 원을 주고 주택을 매입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홍종인 JTBC 상무가 한남더힐 노른자동 대형 평수를 76억 원에 사들였다. 30대 중반인 홍 상무는 28억 4,900만 원을 빌려 집을 샀다고 신고했다.  그런데 돈을 빌려준 사람, 아버지 홍 회장이었다.

 

[정순문 공인회계사·변호사 저렇게 부모한테 차입하는 게 특별히 법적인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진 않습니다. 다만, 그 이자를 만약 지급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것에 대해서 마찬가지로 세금에 대한 제재가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런 것들이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홍 상무 측은 한남더힐 매입자금이 일시적으로 부족해 아버지로부터 돈을 빌렸으며 한 달 뒤 원금과 적정 이자를 갚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홍 상무는 한남더힐 외에 다른 주택도 소유하고 있었다. 북한산 아래 고양시 지축동. 홍종인 상무 명의의 주택을 찾아가 봤다. 접근이 어려웠다. 집뿐 아니라 주변 땅도 모두 울타리로 막혀 있다. 안쪽에서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다봤다. 진입로를 따라 들어가 보니 잘 꾸며진 생태연못이 모습을 드러낸다. 연못가에는 수질정화 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더 들어가자 공사가 한창인 대형 주택이 모습을 드러낸다. 전체 면적은 축구장 7개 크기. 홍 상무는 2015년부터 이듬해까지 이 일대를 112억 원에 사들였다.

 

[기자 : 여기는 그럼 평당 어느 정도 하나요?]

[인근 공인중개사 : 한 800~1,000만 원 이 사이.]

[땅값만요?]

[네.]

[근데 개발제한구역인데 그렇게 비싸나요?]

[어떻게 설명을 해 드려야 될지... 개발제한구역도 사람이 사는 데고 기존 주택들이 있고, 나는 집을 짓고, 다른 사람은 못 짓는 걸 원해서 찾는 사람들이 많아요. ]

[땅값이 계속 오르고 그러나요? 최근에 어떤..]

[아무래도 당연히 오르죠.]

 

그런데 건물 대지를 제외한 별장 부지는 대부분 농지였다.

[기자 : 영농, 그러니까 쉽게 이야기하면 홍정인 상무가 농업인이라는 말씀이신 거죠?]

[JTBC 관계자 : 제가 다시 전달 드리고 논의해서 답변 드릴게요. ]

 

홍상무 측은 농지는 적법하게 매입해 지난 5년 동안 농사를 지었지만 관련 매출은 없다고 한다. 척박한 땅을 비옥하게 하느라 긴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연못을 판 것은 농업용수를 충당하고 수해에도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고양시는 이런 주장이 사실인지 들여다보고 있다.

 

[고양시청 관계자 : 관리인이 주장하시는 스프링클러로, 농업용으로 사용한다. 이런 거에 대해서만 저희가 확인 중에 있어요. 위법 사항이 있다고 하면 저희도 농업용인지 아닌지 판별을 해서 고발 조치를 한다든지 그것까지 검토하고 있는 중이죠.] 

 

지난 6월 한남더힐. 이곳저곳 실내장식 공사가 한창이다.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가 시작되는 6월 이전에 급매가 오가면서 곳곳에 새로운 주인들이 들어왔다. 지난 4, 5월 이루어진 거래만 10건. 그런데 4월 거래 중 낯익은 법인 이름이 눈에 띈다. 주식회사 SDJ. 고 신격호 롯데그룹의 장남 신동주 씨가 회장으로 있는 회사이다.

60억 원의 아파트를 매입했는데 신 회장으로부터 돈을 빌려 매입했다고 신고했다. 회사는 아파트를 사무실용으로 구입했다고 공시했다. 그런데 신 회장은 지난 3월에도 75억 원 현금을 지급하고 한남더힐 1채를 매입했다. 주민등록상 주소인 성북동 주택까지 신 회장은 사실상 3주택자이다. 한남더힐 소유자들 상당수는 주민등록 거주지가 신 회장처럼 다른 곳이다.

 

정부 구체를 피해 날아다녔던 한남더힐 소유주들. 다주택자는 얼마나 될까. 반복해서 등기부 등본을 떼면서 다주택자를 추려봤다. 주택이나 상가를 두 채 이상 보유한 소유자는 445명. 절반 이상이었다. 이 중 70%가 3채 이상을 갖고 있었다. 가장 많은 아파트를 소유한 다주택자는 누구일까? 골드클래스라는 법인이었다. 임대주택 사업을 하는 이 회사는 보유 중 인 아파트가 확인된 것만 4,600채가 넘었다. 골드클래스가 소유한 한남더힐에는 누가 사는 걸까. 박철홍 회장의 큰 딸이었다.

 

[골드클래스 관계자 : 서울지사에서 사용하든지 회장님 왔다 갔다 하시면서 사용하려고 했는데 서울지사에서 사업이 이뤄지는 게 없다 보니 현재는 자녀가 거기에다 세를 회사에다가 내고 사용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거든요.]

[기자 : 자녀라 하면?]

[따님이 회사에다가 세를 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

 

그런데 회장의 큰딸이 소유한 집은 의외의 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전주의 한 재개발사업지구. 사업지구 안에는 48세대의 규모의 노후 빌라가 있다. 절반 이상이 빈집으로 방치된 곳. 이곳에 박 회장의 큰딸 집이 있었다. 큰딸만이 아니었다. 둘째 아들과 박 회장 부인 소유의 집도 있었다. 

 

취재 중 만난 세입자 할머니. 집주인은 누구일까? 골드클래스 임원이었다.

 

박 회장 일가가 사들인 주택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인근에 농지 한 필지와 주택. 이곳은 박 회장의 장남, 박상균 보강건설 대표의 소유다. 전주의 알짜 재개발지역 안에 박 회장을 제외한 일가 전원이 땅과 건물을 잇달아 사들인 것이다. 매입 시기는 2017년 12월. 재개발조합이 설립되기 전이다. 이후 골드클래스 계열사도 인근 땅 서른 필지를 매입했다.

 

[기자 : 보통 일반적으로 주택 사업이나, 회사에서 추진할 때 이렇게 총수 일가나 직원분들이 개인적으로 매입하십니까? ]

[골드클래스 관계자 : 저희가 무슨 공공기관도 아니고 민간 회사지 않습니까? 민간 회사기 때문에 투자는 자유롭게 본인들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렵게 박 회장을 만나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봤다. 

 

[기자 : 저희 KBS가 연락을 해도 연락을 받지 않아서 저희가 직접 왔는데요. 전주 재개발 지구에 왜 자녀분들하고 빌라를 매입하셨어요. 2017년에?]

[박철홍 / 골드클래스 회장 :  나하고 관련된 일 아니니까... ]

 

전주 하가지구는 도심의 알짜 재개발지역으로 개발이 본격화되면 박 회장 일가는 상당한 개발 차액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시대, 집값이 폭등하면서 자산 불평등은 유례없이 커지고 있다. 상위 20%와 하위 20%의 부동산 자산 격차는 지난 3년간 125배에서 164배로 더 벌어졌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 : 그게 뭐라고 하느냐면 금수저로 태어나서 계속 부자가 된다는 것은 세습 자본주의 시대가 됐다는 거거든요. 능력이 있고 열심히 하면 돈을 모으고, 부자가 되고, 안 그러면 실패하고, 이게 있어야 자본주의인데, '이제는 가진 사람이 자꾸 세습하면서 부자가 되는... 그렇게 되면 사회가 경직돼서요. 유지가 될 수 없어요.]

 

 

그리고 그 중심에는 부동산 정책 실패가 자리한다. 한남더힐에서 정부의 의도는 왜 통하지 않은 걸까. 정부 대책은 왜 그렇게 잔혹하게 실패한 걸까. 취재진은 지난 4년간 부동산 정책 실패의 원인을 묻기 위해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과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여러 차례 공식 인터뷰를 요청했다.

하지만 아무런 답도 들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기다린 끝에 김 전 실장을 만날 수 있었다.

[기자 : 그럼 저희가 인터뷰를 좀 부탁드릴게요.]

[김수현/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 때가 아니라고 했잖아요. 이미 그만둔 사람이잖아요. 2년 전에 그만뒀어요, 제가.]

[기자 : 초기에 하셨던 상화에 대해서...]

[김수현/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 초기에 했던 상황하고 지금 얼마나 달라졌습니까? 이런 식으로 무례하게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문자 준 거에 대해서 답변했지, 서로 좋게 문자 끊었잖아요.]

[기자 : 그 문자로써 저희가 취재를 중단해야 하거나 국민적 물음이나 의구심이 중단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문재인 대통령 : 어쨌든 부동산 정책의 성과는 부동산 가격의 안정이라는 결과로 집약되는 것인데 그것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정말 부동산 부분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그런 상황이 되었습니다.]

 

 

지난달 민주당은 종부세 완화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상위 2%에게만 종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박성준 / 더불어민주당 의원 : 종부세에 해당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까, 그래서 그것이 나는 4.7 보궐선거가 주는 준엄한 명령이다...]

 

집값만큼은 반드시 잡겠다는 정부의 부동산 투기방지대책은 결국 4년 만에 후퇴했다. 최근 들어 쏟아내는 주택공급정책은 결실을 보기에는 늦었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광학과 교수 : 공급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들을 제지 못 했던 게 수요 억제와 관련된 부분의 부작용을 더 키운... 이번 말기에 시작했던 공급정책은 이번 정권 게 아니죠]

 

[노형욱 / 국토교통부 장관 : 자기 능력을 넘어서는 영끌을 통해서 이걸 했다가 나중에 하락하면, 거기에 대해서는 그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 정말 투자는 신중하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씀이고요. ]

 

여전히 정부는 이른바 영끌로 집 사는 사람을 말리고 있다. 지난 4년간 한남더힐 주인들은 정부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았다. 오히려 한발 앞서 갔다. 정부 말을 믿었던 서민과 선택받은 소수와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 : 지금 2030세대가 그런 영끌 투자나 이런 모습을 보이는 데에는 불안감이 있다는 거예요. 이 불안감을 만들어내고 있는 사회 경제적인 환경이랄까, 제도랄까. 이런 걸 개혁을 해야죠]

 

정부와 부동산 대책이 길을 잃은 사이 한남더힐은 발 빠른 자들만이 오르는 언덕이 됐다. 대한민국 부동산 잔혹사. 그 악순환의 고리는 언제쯤 끊을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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