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나노튜브
자동차 업계는 지금 혁신의 소용돌이 안에 있습니다. 혁신을 주도하는 건 아무래도 전기차. 최근 몇 년간 주요 자동차 회사들은 일제히 새 전기차 모델을 내놨는데요. 전기차 판매량은 2017년 100만 대가량 이었던 것이 불과 몇 년 만에 세 배 이상 뛰었습니다. 전기차는 친환경적인 데다 연료비도 절감되지만 문제는 힘과 주행 가능 시간. 그래서 전기차 기술 개발에 있어 화두가 되는 건 늘 배터리입니다.
통상 전기자동차에는 2차 전지인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데요. 양극과 음극 사이를 전자들이 오가며 충전과 방전이 이루어집니다. 전자가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면 충전, 반대로 가면 방전이 됩니다.
그래서 얼마나 빨리 충전되느냐, 얼마나 빨리 방전되며 출력이 나오느냐가 기술 개발의 관건입니다. 여기는 우리나라의 한 전기차 배터리 회사입니다. LG화학.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에서 세계 선두를 다투고 있는 이 회사는 얼마 전 650억 원을 투자해 어떤 신소재의 생산 라인을 증설했습니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기 때문인데요. 화제의 그 신소재. 바로 탄소나노튜브(CNT)입니다.
탄소나노튜브란 일종의 신소재입니다. 탄소나노튜브를 사용하면 기존 배터리보다 용량과 수명이 늘어난다는데요. 김세현 LG화학 CNT 개발팀장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김세현: 리튬이온 배터리의 기존의 도전재는 카본블랙이라는 물질이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활물질(전자가 방전할 때 화학적으로 반응하여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물질)이 주로 성능과 용량을 결정하기 때문에 활물질을 많이 사용하면 좋습니다. 도전재(전기와 전자의 흐름을 돕는 소재로 리튬이온배터리 전반의 첨가제)는 활물질의 성능을 잘 구현시키기 위해서 기능하다 보니까 (도전재인)탄소나노튜브는 카본블랙보다 조금 더 나은 도전 성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적은 사용량으로도 카본블랙과 비슷한 수준의 도전성능 구현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탄소나노튜브는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을 어떤 식으로 향상시킨 걸까요? 양극과 음극을 오가는 전자의 이동에 따라 충전과 방전이 이루어지는 리튬이온 배터리.
탄소나노튜브는 기존 카본블랙보다 훨씬 적은 양이 들어가 활물질의 투입량이 어느 늘어납니다. 그러니까 전자의 이동이 빨라지는 만큼 충전 속도는 빨라지고 수명은 길어지게 됩니다.
탄소나노튜브, 이름도 생소한 이 신소재는 어떻게 탄생한 걸까요?
탄소나노튜브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탄소 원자로 이루어진 신소재인데요. 같은 탄소라도 그 결합에 따라 다이아몬드
혹은 연필을 만드는 데 쓰이는 흑연이 됩니다.
이 탄소 원자가 육각형의 벌집 모양으로 결합해 둥근 원통형이 되면 그게 탄소나노튜브입니다.
탄소나노튜브 10만 개가 모여야 머리카락 하나 굵기와 비슷해질 정도로 얇지만 강도도 열전도율도 발광 효율도 놀라울 정도입니다.
그래서 탄소나노튜브가 처음 발견됐을 당시 과학자들은 흥분했습니다. 이런 성질의 신소재라면 우주를 가로질러가는 우주 엘리베이터 역시 가능하지 않을까.
우주 엘리베이터가 현실화되면 우주의 혹독한 환경을 견딜 수 있는 엄청난 강도의 케이블이 필요합니다. 적어도 강철의 100배는 돼야 한다는 거죠. 그 후보로 거론되는 게 바로 탄소나노튜브. 그야말로 무한한 가능성의 신소재입니다.
우리나라에도 탄소나노튜브 연구 분야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연구자가 있습니다. 바로 이영희 교수인데요.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연구들로 여러 차례 주목을 받았지만 학계는 물론 산업계까지 관심을 보인 연구가 있었습니다.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해 전기차의 성능을 혁신적으로 높여줄 초고용량 축전지 기술을 개발한 겁니다. 초고용량 축전지는 슈퍼 커페시터라고 불리는데요. 이 커페시터는 시동과 급가속 등 순간적으로 고출력을 필요로 할 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하거나 대체 가능한 거죠. 전기차 배터리의 혁신을 불러올 수 있는 이 연구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전까지는 슈퍼 커페시터를 전기차에 어떻게 적용할지 구체적인 연구가 많지 않았던 상태. 전기차 배터리 기술 연구에 새로운 물꼬를 튼 겁니다. 바로 이 연구로 말입니다.
이영희 교수 연구팀은 그래핀이라는 신소재를 바닥으로 하고 탄소나노튜브를 기둥으로 해서 빌딩을 지어올리듯 3차원 구조체를 만들었습니다.
이 3차원 빌딩 구조에는 이온이 드나들 통로가 많고 이온이 오래 머물 수 있는 흡착 면적도 넓어 보다 많은 전기를 저장하고 빠르게 내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슈퍼 커페시터가 가능했던 것이죠.
오늘 이영희 교수 연구팀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박사 과정에 있는 연구원들이 프로젝트를 하나 끝내고 나서 그 연구 과정과 내용에 대해 서로 공유하는 자리입니다. 물론 축하도 겸하고요. 이영희 교수 연구팀은 그야말로 다국적 전 세계 곳곳에서 모였습니다.
신소재를 주제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보니 이영희 교수 밑에서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탄소나노튜브라는 신소재를 두고 끝없이 연구 영역을 펼쳐가고 있는 이영희 교수. 많은 나라들이 앞다퉈 신소재 연구에 인력과 자원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전기자동차 시대의 주도권을 먼저 잡기 위해서입니다.
탄소나노튜브가 단지 전기차 배터리에만 활용되는 건 아닙니다. 이 회사 역시 얼마 전 탄소나노튜브가 적용된 신제품을 선보였습니다. 발매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많은 나라에서 관심을 보인다는 탄소나노튜브 제품. 그건 바로 손으로 들고 촬영할 수 있는 포토블 X-ray입니다.
이 X-ray는 환자가 가만히 있어도 의료진이 들고 다니며 찍을 수 있고 무엇보다 X-ray 촬영 시 나오는 방사선의 양이 굉장히 줄었습니다.
그렇다면 탄소나노튜브는 어떻게 이런 것들을 가능하게 했을까요? 포터블 X-ray에서 탄소나노튜브가 적용된 곳은 X-ray 발생 장치인 디지털 X-ray 튜브입니다. 적은 양으로도 X-ray 발생이 가능해 크기와 무게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주로 치과 X-ray로 활용되지만 움직이기 힘든 고령층이나 오지 진료소 등으로 점차 그 활용도를 넓혀갈 계획입니다. 기존 X-ray 튜브와 탄소나노튜브 X-ray 튜브의 크기 차이입니다.
소형화와 경량화. 탄소나노튜브가 이 두 가지를 해낸 겁니다.
탄소나노튜브는 역시 같은 탄소 원자로 이루어진 흑연에서 발견됐습니다. 원소 기호 C. 결합에 따라 다른 물질을 만들어내는 탄소. 때문에 탄소 기반 신소재들 역시 서로 닮은 듯 다릅니다. 1985년 발견된 축구공 모양의 폴라렌. 정전기 제거와 잡음 필터로 사용됩니다.
그리고 육각형 벌집 모양의 원통. 전기차 배터리에 활용되는 탄소나노튜브.
그래핀
그리고 제일 최근 발견된 것이 이 그래핀입니다. 그래핀은 1850년대부터 그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분리해 내야 할지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100여년 간 이런저런 노력을 기울였지만 성공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2004년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맨체스터 대학 연구팀 두 연구자가 연필심, 흑연에서 그래핀을 분리해낸 겁니다. 그들의 이름은 안드레아 가임(Andre Geim)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konstantin Novoselov).
너무도 우연이었지만 오랫동안 붙잡고 연구를 거듭한 끝에 얻은 노벨상이었습니다.
그래핀이 왜 흥미롭냐면 말입니다. 강도는 단단한 강철보다 수백 배. 여기에 전기를 전달하는 전도는 구리의 100배입니다. 전자 이동성이 뛰어나다는 실리콘의 성능을 가뿐히 뛰어넘을 뿐 아니라 자연계에서 열전도율이 가장 높다는 다이아몬드도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거기에 투명한 데다 구부러지는 유연성까지 있어 각종 웨어러블기기나 첨단 디스플레이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정말 이쯤 되면 꿈의 물질이죠.
그래핀은 다가올 미래가 아니라 이미 와 있는 현재다. 국내 그래핀 생산 업체인 이곳에서도 그 말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 회사에서는 오래전부터 그래핀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연구를 지속해 왔습니다. 때문에 그래핀을 자체 생산해 여러 가지 제품들에 응용하고 있습니다. 강도도 열 전도율도 전도도 획기적인 신소재. 이 회사는 그래핀을 어디에 어떻게 적용하고 있을까요. 그건 바로 정수 필터입니다.
오염된 물을 깨끗한 물로 걸러내는 데 바로 이 그래핀이 사용됩니다. 그렇다면 그래핀을 사용한 정수 필터는 뭐가 다를까요? 여기 콜라가 있습니다.
콜라는 물에 검은 색소와 탄산을 주입해 만든 음료인데요. 오염 물질도 없는 콜라에서 대체 뭘 걸러낸다는 걸까요? 그래핀 정수 필터를 이용해 콜라를 걸러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콜라는 그래핀이 층층이 쌓인 이 원통을 통과해 다른 쪽 호수로 나오게 되는데 놀랍게도 색소라고는 전혀 없는 맑은 물입니다.
기존 정수 필터로는 만들어내기 어려운 결과. 이 수처리 기술은 그래핀 업계 최초로 세계보건기구 WHO의 인증을 받았습니다.
이건 그래핀을 이용해 만든 슈퍼 그레파이트인데요. 슈퍼 그래파이트는 표면적이 넓고 흡착 기능이 있어 오염 물질과 미세 플라스틱 등이 빠져나가기 힘든 구조입니다.
그래핀 필터는 성능뿐 아니라 가격면에서도 경쟁력이 뛰어납니다. 기존 정수 방식은 삼투합을 이용하는 방식이라 그래핀을 이용하는 방식보다 사용하는 물의 양이 세 배 정도 많습니다. 또 하나 장점은 이동 설치가 가능하다는 건데요. 이 회사에서는 엄홍길재단과 함께 네팔 오지 문비니 지역 학교에 정수 시설을 설치했습니다.
모바일 업계 역시 그래핀으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중입니다. 최근 기술 개발 경쟁의 핵심은 터치 패널과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인데요. 이 기술 개발의 열쇠 중 하나가 바로 그래핀입니다. 예전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등장하던 접는 휴대전화의 탄생에는 이 연구자의 공로도 적지 않습니다. 안정현 교수는 이론에 머물던 그래핀 연구의 방향을 실제 산업에 적용 가능한 응용 기술로 이끌어낸 사람. 그 시작이 바로 휘어지는 플렉서블 패널이었습니다.
이 연구는 유명 학술지에 게재되며 화제를 몰고 왔는데요. 안종현 교수는 그래핀을 이용해 휴대전화와 컴퓨터에 사용되는 터치패널을 만들어냈습니다. 실제 사용할 수 있을 만한 크기로 그래핀 터치패널을 만들어낸 건 세계 최초였습니다.
관건은 그만한 크기의 그래핀을 어떻게 박막 위에서 만들어내는가. 여기에는 화학적 기상증착법이라는 기술이 사용됐습니다. CVD라는 이 기술은 원료 가스를 분해시켜 화학적인 방법으로 얇은 두께의 박막을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이 화학적 기상증착법을 통해 어떻게 그래핀을 만들었는지 한번 알아볼까요?
먼저 구리를 원통 튜브 안에 넣고 진공 상태로 만든 뒤 그 안으로 메탄가스를 흘려 보냅니다. 이렇게 되면 화학 반응이 일어나고 불필요한 원자들을 제거한 뒤 탄소 원자만 남겨 그래핀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다음 구리판 위에 접착 롤러를 붙여 만들어진 그래핀을 플라스틱 기판으로 옮기고. 다시 두 개의 기판을 겹쳐 터치스크린을 만들게 됩니다. 그래핀 산업화의 중요한 기점이 될 획기적인 연구였습니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그래핀 강국은 단연코 중국입니다. 러시아 국경과 가까운 중국 북부 헤이룽장성. 이곳에는 중국을 대표하는 그래핀 생산 업체가 있습니다.
중국은 물론 해외 도처로 수출도 하고 있습니다. 주력 상품은 그래핀으로 만드는 전열 필름. 이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전열 필름만 한해 400만 평방미터에 달합니다. 이 전열판으로 바닥 난방 제품, 전기스토브 제품도 만들수 있다고 합니다.
중국은 세계 그래핀 생산 시장의 약 25%가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가 쉽게 따라잡기 힘든 엄청난 규모인데요. 중국의 그래핀 산업이 이렇게 빨리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자원 덕분입니다. 그래핀의 원료가 되는 것이 흑연.
이 헤이룽장성 지역은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흑연 생산지입니다. 중국의 흑연 매장량은 전 세계의 33%가량.
중국 그래핀 시장 규모도 불과 3년 사이 10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입니다. 중국 기업들 역시 그래핀의 가능성을 보고 속속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다음 개최 국가인 중국팀의 공연이 있었는데요. 전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공연 내용보다 자체 발광하는 이 공연복.
이 공연복을 만든 회사가 바로 여기입니다.
이 회사는 그래핀을 이용해 특수 기능성 의류를 만들고 있는데요. 당시 중국 정부의 의뢰를 받아 자체적으로 열을 내는 발열 공연복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회사는 이제 공연복뿐 아니라 일상 생활 의류에서 그래핀 발열 기술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연구 시험 단계가 아니라 판매 중인 의상입니다. 발열 기능성 의류를 시작으로 특수 안경은 물론 피부 미용을 위한 마스크까지 등장했습니다.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 그래핀 연구의 중심은 베이징 그래핀 센터.
이 센터는 그래핀에 관한 기초 연구는 물론 연구 기술을 활용해 제품 생산에 나선 기업의 인큐베이팅까지 담당하고 있습니다. 최근 10여 년간 중국의 그래핀 기술 발전은 놀라울 정도인데요. 2017년 기준으로 그래핀에 관한 논문과 특허는 중국이 전 세계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연구 인원과 지원이 많다는 뜻이겠죠. 무엇보다 위협적인 건 14억 인구 가운데에서도 젊은 인재들이 그래핀 연구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페로브스카이트
그래핀와 더불어 친환경을 화두로 새롭게 부상한 또 하나의 신소재가 있습니다. 태양광 패널을 생산하는 회사의 새 연구팀.
얼마 전 이 회사는 국내외 전문가 30여 명을 꾸려 급하게 새 연구팀을 만들었습니다. 그만큼 이 신소재의 개발이 급박하다는 생각해서일 텐데요. 기존 실리콘 태양광 패널을 대체 할 신소재 연구팀. 그러니 이 연구팀이야말로 회사의 미래라 할 수 있습니다.
기존 태양광 패널에 사용되어 온 소재는 실리콘입니다. 반도체를 만드는 원재료 실리콘을 주소재로 쓰고 있어 무엇보다 가격이 비싼 것이 흠입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계속 생산이 돼왔던 건 마땅한 대체 신소재가 없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마침내 그 신소재가 나타났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 입니다.
석유 에너지의 고갈. 환경 파괴의 위협이 심화되면서 친환경에너지가 화두를 등장했습니다. 그 핵심에 있는 것이 바로 태양광 발전입니다. 국내 태양광 패널의 보급 역시 폭증하고 있는 추세. 불과 10여 년 사이에 보급량은 열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실리콘 태양광 패널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우선 크고 무거우며 설치 장소는 한정적. 가격은 비싸고 효율은 낮습니다. 태양광 패널의 원리는 이렇습니다.
빛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곳이 광활성층. 신소재도 여기 광활성층에 적용됩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1839년 러시아 우랄산맥에서 발견된 광물의 구조에서 유례하는데요. 각각 하나씩 두 개의 양이온과 세 개의 음이온으로 이루어진 소재를 말합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광 패널은 얇고 가벼워 설치가 쉽습니다. 또 실리콘에 비해 가격이 싸고 외벽 설치가 가능해 활용도도 훨씬 높습니다. 여러모로 장점이 많죠.
우리나라는 페로브스카이트 연구에 있어 선두에 있는 국가입니다. 그리고 그 선두를 지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연구자 중 한 명이 석상일 교수입니다. 여기는 포항에 있는 가속기 연구소입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입자 가속기를 가지고 있는 국가연구소인데요. 최근 들어 석상일 교수 연구팀은 이 연구소를 찾는 일이 잦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하나의 특정 물질이 아니라 각각의 양이온과 음이온의 결합으로 만들어지는 소재. 어떤 이온을 결합해 만드느냐에 따라 성질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소재 구조를 정밀 분석하는 일. 그게 입자 가속기의 기능입니다.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를 통해 석상일 교수가 연구 중인 것은 태양전지. 어떻게 하면 빛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효율을 높일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붙잡고 있는 연구 주제입니다.
태양광 산업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태양광 패널의 효율은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많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라면 좀 달라질까요.
연구 중인 페로브스카이트 태양광 모듈을 가지고 석상일 교수가 작은 실험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작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광 모듈이 빛을 받자 프로펠러가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바로 이 미니 모듈이 태양빛을 전기 에너지로 바꾼 거죠. 기존의 실리콘 태양광 패널은 각도가 정확히 맞아야만 발전 효율이 제대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페로브스카이트 태양광 패널은 빛의 각도가 다소 꺾여도 구름 낀 날씨에도 고효율을 그대로 유지합니다. 태양의 기울기와 상관없이 태양광 발전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간 페로브스카이트를 태양광 패널에 적용하지 못한 건 효율과 안정성이 떨어져서입니다. 하지만 석상일 교수는 얼마 전 세계 최고 효율인 25.49%에 성공했습니다. 자신이 만든 최고 기록을 스스로가 몇 차례나 갱신했습니다. 지난번 기록 갱신에는 다른 연구자들은 생각해내지 못했던 실험 방법이 사용됐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 결정 구조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유기 양이온을 첨가하기로 한 겁니다. 태양빛 에너지를 받아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일은 태양광 패널의 광활성층에서 일어납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페로브스카이트에 석상일 교수는 새로운 유기 양이온 MDA를 첨가. 안정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잡았습니다.
태양광 패널의 활용 범위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이건 태양광 발전을 통해 주행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자동차인데요.
차체 위 솔라패드를 통해 에너지를 공급하는 겁니다.
친환경 자동차를 개발 중인 이 자동차 회사에서는 석상일 교수와 함께 다음 세대 솔라패드를 연구 중입니다. 어떻게 더 오래, 더 강하게 에너지를 사용할 것인가. 자동차 업계의 관심 역시 페로브스카이트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신소재 연구가 단지 산업과 제품에만 국한된 건 아닙니다. 이영희 교수는 탄소나노튜브의 그래핀이라는 신소재를 가지고 다양한 분야에 접목하는 연구를 계속해왔습니다. 머릿속 생각도 고민도 많은 만큼 책상 위에는 갖가지 논문과 연구 메모가 즐비합니다. 요즘 이영희 교수는 의학을 전공한 후배 박사와 색다른 연구 중에 있습니다. 그건 바로 치매 관련 연구. 서채정 박사와 이영희 교수가 함께한 이 연구는 얼마 전 유명한 학술지에 게재되며 치매 진단의 새로운 방법론으로 등장했습니다.
뇌 속 단백질은 독성화가 진행되면 미미한 전기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데요. 그래핀의 높은 전도를 활용하면 그 변화를 밝혀낼 수 있습니다. 또 한번 그래핀의 활용처를 발견한 겁니다. 땅속 깊은 곳에 숨어 있던 21세기의 신소재들. 연구실을 넘어 산업계로 이제 산업을 넘어 우리 삶 속으로. 지난 세기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신소재들을 불러온 건 기초 과학자들이었습니다. 이들이 바꾸어 놓을 세상은 또 어떤 모습일까요? 신소재가 만들어갈 새로운 시대를 기다립니다.
출처: 기초과학이 세상을 바꾼다 3부작 제2부 꿈의 물질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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