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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의 실수로 위기에 빠진 남해축산농협 고금리 적금 사건

ˍ 2022.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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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축산농협의 고금리 적금

최근 금리가 높아지면서 높은 이자를 주는 예적금 상품의 인기가 매우 높은데요. 일부 지역 농협에서 연 10% 적금이 나와서 가입했더니, 직원들이 적금을 해지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적금 가입 일주일 만에 해지, 어떻게 된 일일까요?

 

경남 남해군에 있는 조합원 600여 명의 남해축산농협. 이곳은 지난 1일 연 10.25%의 고금리 적금 상품 특판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적금 가입 일주일 만에 황당한 문자를 받았습니다. 바로 적금 상품 가입자들에게 해지를 부탁하는 내용이었는데요.

 

재테크를 위해 어렵게 가입한 적금을 해제하라니? 9시간 만에 전국에서 5,800여 건의 적금이 개설됐고 그 액수는 순식간에 1천억 원을 넘어버렸습니다. 직원의 실수 때문이었습니다. 방문 고객만을 대상으로 가입을 받으려고 했던 계획과 달리 비대면, 즉 온라인으로도 가입을 받은 건데요.

 

지역 주민들을 위해 마련된 적금인데 가입자 중 남해군민은 단 2명. 나머지는 모두 다른 지역의 온라인 가입자들이었다고요. 고금리 특판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공유되며 예상보다 가입자 수가 늘어난 겁니다.

 

이 축산농협의 현금자산은 3억 3천만 원,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9억 원에 불과합니다. 이 특판 상품에 따른 1년 예상 이자 비용은 약 70억에서 80억 원으로, 이자 부담만으로도 경영 자체가 흔들릴 위기에 처한 겁니다. 결국 해당 축산농협은 사과문을 올렸고 지금까지 가입 고객들에게 계약을 해지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현재 적금을 해지한 고객은 대략 60%라고 하며, 하루에 10건 정도씩 해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동경주 농협조합의 적금

고금리 상품을 감당하지 못해 고객들에게 해지를 요청한 곳은 이곳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25일 경주의 동경주농협조합에서는 비대면 계좌로 연 8.2% 금리의 적금을 특판했습니다. 그렇게 몰린 금액은 약 9천억 원. 목표로 세웠던 100억 원의 90배에 달하는 자금이 모인 것이죠. 그렇다면 금융기관은 고객의 적금을 강제적으로 해지할 수 있을까요?

 

[신명철 변호사 : 민법 698조에 의해서 고객 같은 경우는 언제든지 적금 상품을 해지할 수 있지만 금융기관은 부득이한 사유가 없다면 해지를 할 수가 없습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초기에 계약한 고금리로 인한 이자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파산에 이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주장이 대립된다면 결국 법정 다툼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이곳 역시 실수로 모바일 어플을 통한 계좌 가입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보상안으로 지난 목요일까지 해지한다면 첫 납입금에 한해 기존 가입 약정 이유를 적용하고 그 이후 해지에 대해서는 중도 해지 이율을 적용한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지점들은 심각한 재정 악화에 빠지는 것은 물론이고 이자 지급 포기가 기관 전체의 신용도 하락과 직결되는 만큼 다른 지점들까지도 고객 유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고금리 특판 경쟁으로 이 같은 사례가 반복될수록 상호금융권 전반의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데요. 직원의 실수와 수요 예측 실패 외에 허술한 규제라는 제도적인 구멍도 주요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이정환 교수 /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 시중은행 혹은 금융기관들은 여러 가지 규제 비율들이 있는데 은행은 BIS비율이라고 들어 보신 적이 있을 건데 비율에 따라서 규제가 좀 엄격하게 되는 반면에 이런 상호금융기관들은 이런 걸 체크를 하긴 하지만 은행만큼은 사실상 정밀하게 되고 있지 않아서 약간 건전성에 조금 더 우려가 있는 상황이긴 합니다.]

 

농협중앙회는 앞으로 지역조합이 연 5% 이상의 예적금 상품을 팔 경우 중앙회의 승인을 거치도록 했습니다. 지역 농협이 파산해도 최대 5천만 원까지 예금을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믿고 맡긴 소비자는 불안한데요. 금융감독원도 뒤늦게 중앙회에 특판 자제령을 내렸습니다.

 

이렇게 금융시장에서 일어나는 실수를 팻핑거라고 함

이처럼 직원의 실수로 회사가 손실을 입는 것을 '팻 핑거(Fat Finger)'라고도 부르는데요.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난 2013년 12월에 발생한 한맥투자증권 사태가 있죠. 한 직원이 옵션 거래 과정에서 숫자를 잘못 입력했는데요. 그 결과 단 2분 만에 5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결국 해당 증권사는 2015년 2월 파산하게 됐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2018년에는 삼성증권사에서 우리사주 283만 주에 대해 주당 1천 원을 배당해야 하는데 1천 주를 배당해 버린 유령 주식 사태도 발생했습니다. 스마트폰을 통한 금융 생활이 일반화되면서 팻 핑거 상황도 더 자주 접하게 되는데요. 모바일뱅킹을 이용하며 은행 계좌번호를 잘못 누르거나 또 금액을 잘못 입력하는 경우죠.

 

이런 일이 잦다 보니 예금보험공사에서는 '착오 송금 반환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약 3,800여 건, 48억 원이 반환됐습니다. 한순간의 실수가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들의 몫이 될 텐데요. 금융에서 신뢰는 생명과도 같죠. 금융거래안전시스템을 철저히 갖춰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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