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에 의해 일생일대의 기회가 취소됐다면? 이 기막힌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전북의 한 사범대학을 졸업한 20대 여성 A 씨. 학창 시절부터 준비한 2021학년 중등교사 임용시험을 앞두고 수험표 출력을 위해서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세상에, 무슨 이유에서인지 원서 접수가 취소된 사실을 알게 됩니다. 지역 교육청에 문의를 했더니 돌아온 답변이 말이죠. 학생 본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접속을 했고 정상 절차에 따라서 응시를 취소했기 때문에 올해 시험은 볼 수 없다는 거였죠.
교사의 꿈을 안고 4년 넘게 준비한 시험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인 건데요. A 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제 임용시험 취소시킨 범인 좀 잡아주세요! 교육청 서버의 접속 기록을 확보해 수사를 시작한 경찰. 누군가 해킹한 사실을 알아냅니다. IP 주소를 추적한 결과는 브라질로 나왔다는데요.
[경찰관계자 : 해외 IP를 이용해서 우회하는 방법으로 접속을 했다는 거죠. 그러면 누가 접속했는지 추적이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던 거겠죠.]
용의주도했던 범인은 접속 위치, 검색 등을 암호화해서 기록이 남지 않게 해 주는 VPN 시스템, 즉 가상사설망을 통해서 IP를 우회했던 거죠. 해외로 추적을 따돌린 탓에 사건은 점점 미궁에 빠졌는데요. 피해 여성 A 씨 역시 아무리 유력한 용의자를 좁혀봐도 범인의 윤곽이 그려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경찰관계자 : 나와 원한 관계가 누가 있나 고민도 해 봤을 텐데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전혀 특정을 못했었어요. 상상도 못한 사람이었거든요.]
하지만 경찰의 끈질긴 IP 추적 끝에 잡아낸 범인의 정체. 같은 전북에 거주하는 20대 남성이었습니다. 그런데 남성의 신원을 확인한 A 씨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용의선상에 오르지 않았던 전혀 뜻밖의 인물이었거든요.
10년을 거슬러가야 희미하게 떠오르는 사람. 졸업하고 단 한 번도 본 적 없었다던 사람. 알고 보니 그는 A 씨 중학교 동창생이었어요. A 씨의 SNS를 오랜 시간 염탐하며 개인정보를 확인해 왔고 2년 전부터 A 씨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임용 시험 사이트를 들락거린 건데요. 접속한 횟수만 무려 22차례. 이 역시 모든 IP 주소를 우회해서 감쪽같이 자신의 흔적을 감췄던 거였어요.
이 남성이 경찰의 수사망을 따돌릴 정도로 해킹 실력이 뛰어났던 이유? 바로 컴퓨터 관련학을 전공했기 때문이었죠. 그뿐만 아니라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하기까지 했어요. A씨의 얼굴 사진을 부적절한 사진과 합성한 후 SNS 메신저를 통해서 A씨에게 직접 차례차례 보내기까지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A 씨는 중학교 졸업 이후 만난 적도 없다면서 그 친구가 왜 그랬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얘기했어요.
경찰 조사에서 입을 꾹 다물고 있던 남성. 법정에서 진술하기를 이렇게까지 한 이유가 바로 어린 시절부터 좋아해서였다고 해요. A 씨에게 쭉 호감을 가졌지만 수줍음이 많고 내성적인 탓에 다가가지 못했다면서요. 합성 사진을 보낸 이유도 SNS가 해킹된 걸 알면 컴퓨터에 능숙한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을까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는데요. 결국 남성은 1심 재판에서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과 함께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습니다.
A 씨는 몹시 기다려왔던 임용 시험을 치르지 못했고요.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그 사람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돼야 하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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