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잘 살아오던 땅에 50년 만에 땅 주인이라는 사람이 나타나서 토지소유를 주장하는 곳, 바로 충남 논산 마산리인데요. 이곳 10가구 주민들이 철거 위기에 놓인 상황에 빠져 있습니다. 마을 전체 24가구 중 절반가량이 철거 위기에 처해 있는데요.
마을의 평화가 깨진 건 지난 2008년. 과거 이곳의 대지주였던 A씨의 후손이 주민들에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실종됐던 대주주 A씨. 주민들에 따르면 그 후 A씨의 어머니가 마을 주민들에게 토지를 판매했다는데요. 50년 후 그 후손이 토지매매 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주민 10가구가 최종 패소했습니다.
재판 결과에 따라 마을은 둘로 쪼개졌고 패소한 집은 가압류에 처해졌습니다. 아직도 마을 주민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데요. 누군지도 모를 사람이 나타나 제기한 소송에 살던 집을 잃게 된 주민들의 안타까운 사연입니다.
충남 논산시 24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 마산리. 대법원 판결까지 끝났지만 주민들은 매일 모여 대책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마산리 주민 김ㅇㅇ: 대법원 상고심 절차까지 갔는데 우리가 패소했다는 거예요. 이게 등기권리증이잖아요. 이걸 받아서 지금까지 여기서 살아왔어요. 그리고 그에 대한 세금도 냈어요.]
이마을에서 63년 이상을 살아온 주민은 또 이렇게 말합니다.
[마산리 주민 최ㅇㅇ: 지금까지 계속 세금 내면서 살았는데 이제 와서 땅을 내놓으라면 어떡하라는 거예요? 집을 부수라느니... 몇번을 고쳐 살아왔는데]
주민들이 토지매매 당시 받았다는 매도 증서입니다. 증서에는 당시 토지 소유주였던 A씨의 인감이 찍혀 있습니다.
[마산리 주민 김ㅇㅇ: 이게 상당히 중요한 자료에요. 근데 이것도 인정 안해요. 법원에서. 이게 말이 되냐고요]
[또다른 주민: 만약 우리가 이걸 위조한 거라면 이 인감을 어떻게 알고 똑같이 만들겠어요? 말이 안되잖아요]
[마산리 주민 송ㅇㅇ; 몇번을 들어도 답변은 어이없는 것 같아요. 여러 마을에 생긴 같은 조건의 사건인데 다른 마을은 다 이기고, 저희는 지고...]
그렇습니다. 마산리 인근 마을에서도 이와 같은 소송이 진행됐었다고 합니다. 충청남도 계룡시 농소리의 작은 마을. 이곳 주민들 중 13가구도 소송에 휘말렸었다는데요.
마산리 소송 사건에서 소송을 제기했던 바로 그 사람이 이 마을에서도 똑같은 소송을 제기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마을의 경우 13가구 주민 전부가 승소했습니다. 집과 땅을 지키게 된 거죠.
[농소리 주민 김ㅇㅇ: 이게 농소리 마을 주민들의 매도증서예요. 이 토지에 대한 등기 권리증이에요. 1952년도에 A씨 어머니하고 토지계약을 체결했는데 내용을 비교해보면 다 똑같다니까요.]
당시 농소리 마을 주민들이 법원에 제출한 증거 역시 토지매도증서였는데요. 비교해 보니 마산리 주민들이 제출한 것과 매우 유사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인근의 또 다른 마을 금곡리. 이곳 주민들 중 10가구도 A씨 후손에게 토지매매 무효소송을 당했는데요. 이곳 주민 역시 마산리 주민과는 달리 재판에서 승소했습니다.
[금곡리 주민 박ㅇㅇ: 금곡리의 황화정리라는 땅을 소유하고 있는 주민들이 있었는데 그때 원고가 주민 38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었는데요. 원래 살고 있던 주민들 다 승소했어요]
똑같은 사건이지만 전혀 다르게 난 판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각각의 판결문을 살펴봤습니다. 판결 이유를 살펴보니 승소한 판결문, 패소한 판결문 모두 점유취득 시효에 대해 언급돼 있었는데요.
20년간 내 것인 것처럼 점유해서 이용하면 소유를 인정해 주는 점유취득시효. 법원은 마산리 주민 10가구에게만 이 권 리를 인정해 주지 않았습니다.
[전 헌법재판소 헌법 연구관 노희범 변호사: 그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자기 집이 50년 60년 지난 후에 어늘 날 갑자기 나가라, 당신 땅 아니다라고 했을 때 법률을 떠나서 납득이 되겠습니까? 법원에서 마산리 주민들은 왜 점유취득시효를 인정받지 못했는지 시원하게 답볍이라도 했었으면 아마 주민들이 그것을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대법원에서 아무런 답볍을 못해준 거예요]
주민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는 한 가지 더 있습니다. A씨의 어머니가 살아 계실 적에는 토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겁니다.
[마산리 주민 김ㅇㅇ : 여기가 토지주 A씨의 어머니가 2년 동안 산 집이에요. 1956년부터 1957년까지 2년 동안 여기서 살았어요 ]
그 후손이 소송을 제기한 것도 A씨 어머니 사망신고 직후.
[마산리 주민 김ㅇㅇ : 그동안 아무 얘기 없다가 거래행위를 한 사람들이 전부 죽은 다음에, 다시 말하면 이제 증인이 없는 거예요. 마을 주민들에게도 없고, 원고 측에도 없어요. 증언을 할 사람들이 없을 때 이 소송을 제기해왔다 이겁니다.]
A씨 후손 주장대로 주민들이 토지를 무단 점유한 거라면 왜 그동안 이야기하지 않은 걸까요. A씨 후손과의 전화통화 내용입니다.
[A씨 후손 : 법원에서 다 판단하고 대법원 판결까지 다 끝난 건데 무엇을 알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KBS방송국 관계자: 제가 궁금한 건 왜 2008년에 와서 토지 소유를 주장하시는 건지 궁금해서요. 그전까진 딱히 말씀 없으셨다고 하더라고요]
[A씨 후손 : 쓸데없는 얘기에 답변할 이유가 없네요. 전화 끊을게요]
50년간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은 A씨의 후손들. 그런데도 법원에서 후손들 손을 들어준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법원 공보판사 남선미 : 비슷한 사건이라고 해도 다 똑같은 결론을 내고 이래야 되는게 아니라 민사사건이다 보니까 이쪽 사건에서는 그쪽 원고들이 주장증명을 어느 정도 했느냐, 이쪽 사건에선 어떻게 주장증명을 했느냐에 따라 판단이 다르게 나가는 경우도 간혹 있어요. 민사사건의 경우 당사자와 소송물이 동일한 사건이 아니면 '변론주의' 원칙상 당사자의 주장과 증명 정도에 따라 소송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비슷해 보이는 사건이라도 소송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답변뿐 판결이 다른 구체적 이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 았습니다. 믿었던 법에게마저 외면당한 주민들. 최종 패소한 10가구 주민들은 언제 집이 철거당할지 몰라 하루하루가 고통스럽다고 합니다.
[전 헌법재판소 헌법 연구관 노희범 변호사 : 이런 예는 지금까지 없었죠. 50년이 지나서 갑자기 네 땅이 아니니까 나가라, 마을 주민들 입장에선 그럼 100년이 지나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 아니냐, 이게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냐 라고 항변하고 있어요. 그 점에 대해선 충분히 주민들의 입장이 공감 가는 측면이 있습니다.]
남편을 따라 마산리로 이사온지 60여 년. 이순덕 할머니는 홀로 남아 이곳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미 토지소유권이 넘어갔지만 할머니는 이곳을 떠날 수 없다고 합니다.
[마산리 주민 이순덕 : 안 나가죠. 죽어야죠. 여기서 안나가요. 속상하죠. 그런 마음을 어떻게 말하겠어요. 나는 어디 갈 데가 없어요. 어디 갈데가 있겠어요?]
남편과 자녀들의 안식처이자 추억이 가득한 이곳은 할머니에게 집 그 이상의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은 마지막 수단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마산리 주민 김ㅇㅇ : 재판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서 헌법소원을 청구했거든요. 우리가. 너무 억울하잖아요. 너무 억울해요. 있을 수 없는 일이 생겼기 때문에 헌법소원을 청구한 거예요]
결국 점유취득시효 적용 여부가 관건인데요. 우리 민법은 20년 이상 점유하고 있고 원 소유자가 그 기간에 소유권 주장을 하지 않으면 점유자 권리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마산리 경우처럼 이렇게 50년 전 토지의 권리를 인정해 준다면 앞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나올 것으로 우려가 되기도 하고요. 이번 마산리 사건 헌법재판소 심판 결과에 따라서 주민들에게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질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판단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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