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석에 타고있던 캄보디아 아내 트럭 추돌 사망 사고

최근 대법원에서 다시 2심으로 파기환송되면서 또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사건입니다. 캄보디아 출신 부인과 단란한 가정을 꾸렸던 한 남자. 하지만 부부의 행복은 새벽 고속도로에서 난 사고로 인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는데요.

 

 

지난 2014년 8월 새벽의 어느 날.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고속도로 갓길 비상 주차돼 정차돼 있던 화물차를 부부가 타고 있던 스타렉스 승합차가 추돌한 사고였는데요. 사고가 발생하기 전날 밤. 생활용품점을 운영하는 남편과 함께 남대문 시장에 물건을 사러 간 만삭의 아내.

 

승합차에 물건을 싣고 부부는 집으로 향했는데요. 임신 7개월인 아내는 조수석에서 잠을 청한 상태. 남편은 잠든 아내를 옆에 두고 홀로 밤길 운전을 했는데요. 시간이 꽤 흐르고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적막한 새벽 시간의 고속도로. 그 순간,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가 발생합니다. 이 사고로 인해 만삭의 캄보디아 아내가 사망하고 말았는데요. 대체 부부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이 사건은 2014년 8월에 발생한 일인데요. 당시 부부는 지역에서 생활용품점을 운영했습니다. 이날 서울 남대문시장에 물건을 사러 간 남편이 아내에게 함께 가자고 했고 물건을 승합차에 싣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천안 부근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 사고로 남편은 늑골, 대퇴골, 슬관절이 다치는 부상을 입었고요. 캄보디아 출신 아내가 임신 7개월인 채로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될 뻔한 이 사건이 주목을 끌게 된 것은 다름 아닌 보험금 때문입니다. 아내의 죽음으로 인해서 남편이 타게 될 보험금이 무려 95억 원이라는 점이 밝혀지면서 단순 교통사고냐, 고의 사례냐 이렇게 놓고 치열한 법정 공방이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보험금이 크기는 합니다만 잘못하면 남편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뭔가 보험금만을 노리고 이런 일을 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도박이 되는 거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를 동의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배우자 앞으로 95억 원이라는 보험금을 들어놓지 않거든요.

 

이 어마어마한 보험금 규모 때문에 살인의 동기가 됐을 거라는 의심도 충분히 들고 있고 게다가 아내를 피보험자로, 남편을 수익자로 한 보험이 무려 11개 보험사에 25개나 들어놨다는 건데요. 이렇다 보니까 아내 앞으로 들어놓은 보험금만 한 달에 300만 원, 이외에 본인과 가족들의 보험료로만 한 달에 무려 800에서 900만 원까지 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남편은 일관되게 보험 사기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고 시점이 새벽이었고 긴 운전에 깜빡 졸았다고 말을 하고 있고요. 아내를 살해할 동기가 전혀 없다고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도한 보험을 든 부분에 대한 진술은 일관성이 좀 떨어지는데요. 남편이 과거 보험 청약서에는 월 수입이 500만 원이다, 이렇게 기재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고 이후 경찰 조사에서는 700만 원이다, 이렇게 기재했다가 검찰 조사에서는 1000만 원이다, 게다가 또 2심 재판에서는 1500만 원이다, 이렇게 점점 늘어나는데요. 최종적으로 자신의 수입을 1000만 원으로 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때문에 검찰은 남편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해서 졸음 운전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입니다.

 

1심에서는 무죄

이 사건 판결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실제 범행일 수도 있지만 남편의 주장대로 졸음운전 가능성도 있고 각종 증거 역시 불충분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데요. 사실 이 사건은 직접 증거가 없기 때문에 보험금을 받기 위한 계획적인 범죄인지 여부를 따지는 게 중요한데 생활용품점을 운영한 남편에게 보험 판매원들은 고객이었고 그래서 거절하지 못하다 보니까 많은 보험을 가입했다, 이렇게 된 거죠. 결국에는 남편 쪽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2심에서 검찰이 제시한 3가지 증거

하지만 검찰은 1심 판결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몇 가지 반박 증거를 제시하며 고의로 낸 사고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2심에 항소를 했는데요.

 

 

상향등

사고 당시의 모습은 반대편에 설치된 CCTV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유일한 목격자가 된 CCTV 한 대. 이 CCTV 영상 속에는 남편이 졸음운전이 아니었다는 첫 번째 정황, 상향등이 켜지는 모습이 담겼는데요. 비상등을 켠 화물차가 비상 정차대로 진입한 뒤 나타난 한 대의 차량. 바로 남편의 승합차인데요. 전조등이 환해지며 커다란 광원 형태를 띕니다. 분석 결과 이 시점에서 상향등이 켜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상향등은 운전하다 보면 잘못 올릴 때가 있거나 졸다가 잘못 조작할 수 있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당시 이 부부가 타고 있던 승합차의 상향등 레버는 운전대 핸들 왼쪽에 있었고 수평에 가까운 5cm 지점에 위치해 있었는데요. 안쪽으로 당기거나 밀어서 걸림 장치에 고정을 해야 상향등이 켜지는 것입니다. 즉 졸면서 밀어서는 걸림 장치에 고정이 안 된다는 점.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그래서 상향등이 켜졌다는 것은, 졸음운전이 아니라는 남편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검찰이 본 거죠.

 

 

타이어 11자

두 번째 정황은 바로 타이어 모양인데요. 비상 정차대 진입 시 남편의 차량은 우조향을 한 뒤, 다시 좌조향, 그다음 다시 우조향을 했다는 점입니다. 최종 정차된 앞바퀴와 뒷바퀴 모두 전방을 향한 11자 형태였다는 거죠.

 

 

이 11자는 승합차 바퀴 모양을 뜻합니다. 이 앞바퀴와 뒷바퀴 모양인데요. 주행을 하다가 오른쪽에 있는 트럭을 뒤에서 부딪친 건데 오른쪽으로 틀어서 우조향을 해서 들어가서 다시 왼쪽으로 방향을 바꾼 다음 다시 조금 오른쪽으로 틀어서 11자로 맞췄다는 거예요. 정확히 조수석만 트럭에 추돌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건데요. 이렇게 미세하게 차량을 조정한 걸 볼 때 졸음운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코너

세 번째 정황, 바로 코너인데요. 안성 휴게소부터 사고 지점까지 지도상 확인되는 커브 구간은 총 8개. 하지만 사고 직전 1분 간격으로 나오는 두 개의 커브를 잘 통과한 뒤 졸음운전 사고를 냈다는 것이 의심을 받는 마지막 정황이었습니다.

남편은 안성 휴게소에서 10분 정도 잠을 잤다고 하는데 이 안성 휴게소에서 사고 지점까지 지도상 확인되는 커브가 무려 여덟 개가 있습니다. 이 코너들이 수분 간격으로 나오고 마지막 두 개의 커브 구간은 사고 직전 1분 간격으로 나와요. 그런데 이 커브 구간을 잘 지나간 뒤에 갑자기 사고 직전에 졸음운전을 한다는 것이 이상하다는 점입니다.

 

2심에서는 무기징역

2심에서는 1심 판결을 뒤엎고 유죄, 무기징역 선고를 내렸습니다. 2심 재판부는 남편이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고의적으로 사고를 일으켜 아내를 살해했다고 봤는데요.

 

대법원이 파기환송

결과적으로는 대법원이 계획적인 살인이라는 증거가 부족하다면서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고 지난 8월, 이 고등법원 파기환송심에서 남편에게 살인과 보험금 청구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고 졸음운전 혐의에 대해서는 금고 2년을 선고했습니다. 이 두 가지 혐의에 대해서 무죄 판결을 한 이유는 피해자 사망에 따른 보험금 95억 원 가운데 54억 원이 일시에 나오는 것이 아니고 다른 법정 상속인들과 나눠 받는다, 그리고 아내뿐만 아니라 본인을 위한, 그리고 또 아이를 위한 본인도 많이 가입했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검찰은 재상고

현재 검찰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적극적 절차를 다 밟겠다는 의지로 8월 15일 재상고를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보험사에서도 민사소송을 내겠다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임신 7개월 아내가 도로 위에서 죽어간 사고, 그 내막에는 95억 원이라는 보험금이 있었습니다. 재판부 역시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 진실은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