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100년에 한번 피는 대나무꽃이 강릉 오죽헌에 피다

ˍ 2020. 10. 22.
반응형

강원도 강릉 지역의 대표적인 명소, 오죽헌. 줄기가 검은 대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인데요.

 

꽃의 모습이라기보다는 마치 보리 이삭처럼 생긴 이것이 바로 대나무에서 핀 꽃이라는 겁니다.

 

대나무에서 꽃이 폈다니 정말 신기한 일이 아닐 수가 없는데요. 60년에서 120년 만에 한 번씩 핀다는 대나무꽃. 이 때문에 평생에 한 번 볼까 말까 하는 신비한 꽃으로 여겨지고 있다는데요. 대나무에도 꽃이 필 수 있는 걸까요?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 선생이 태어난 유서 깊은 곳 오죽헌. 이곳 동산에 있는 대나무에서 꽃이 펴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었는데요. 처음 보는 광경에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꽃이라고 하면 알록달록 화려한 모습을 하고 있기 마련인데요. 대나무 꽃은 그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 보입니다. 마치 말라 죽은 잎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혹시 우리가 대나무의 말라 죽은 잎과 헷갈렸던 건 아닐까요? 실제로 말라 죽은 대나무 잎과 비교해 봤지만 모양은 전혀 달랐습니다.

 

자세히 보니 대나무 꽃에 수술이 달려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는데요. 대나무 꽃은 어떻게 발견됐을까요?

 

[정호희 오죽헌 시립박물관 학예연구담당 : 갑자기 대나무가 무슨 볏가지 같이 엄청 닮은 거예요. 그래서 제가 가까이 가서 보니까 거기에 수술도 달려 있고 해서 꽃인 줄 알게됐죠.]

 

열흘 전, 산책하던 중에 발견됐다는 대나무 꽃. 발견 당시의 사진에도 수술이 달려 있는 모습을 봐서 꽃임을 알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대나무는 볏과 식물에 속한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하지만 대나무 꽃은 보기 드물어서 예로부터 상서로운 존재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희귀한 대나무 꽃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또 들려왔습니다. 바로 경남 의령군의 한 마을에서도 대나무 꽃이 폈다는 건데요. 마을에서 대나무를 본 건 오래됐지만 대나무에서 핀 꽃을 본 건 처음이라는 마을 주민들.

 

[마을 이장 : 대나무 꽃 핀 거 보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대나무 꽃을 처음 봐 가지고 나도 대나무 꽃이 왜 피었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궁금하기는 궁금해요.]

 

강원 강릉과 경남 의령에 피기 전에 지난 7월에는 경남 창원에서 대나무 꽃이 만개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들어서 국내 곳곳에서 보기 드문 대나무 꽃이 발견되고 있는 상황. 평생 한 번 보기가 힘들다는 대나무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시민들 : 대개 대나무가 꽃이 피면 대나무는 죽는다 그러잖아요. 죽기 전에 피는 꽃이래요. 이제 죽으려고 하는 거죠.]

 

죽기 전에 피는 꽃이라는 대나무 꽃. 정말 대나무가 꽃을 피고 나면 죽는 걸까요? 식물전문가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송홍선 공주대학교 식물자원학과 교수 : 일반적으로 우리가 그 식물은 다 꽃이 핀다 이렇게 생각을 하면 됩니다. 대나무라고 해서 꽃이 안 피는 건 아니고 대나무가 평생에 한 번만 꽃이 피는데 대나무는 특징적으로 꽃 피고 나면 고사를 합니다. 죽게 되어 있습니다.]

 

처음에 초록색의 대나무 꽃이 피고 그와 동시에 잎이 말라 떨어지게 되는데요. 그후 고사한다는 거죠.

그 이유는 꽃이 피면 뿌리가 완전히 죽어버리기 때문이라는데요. 그렇다면 고사한 대나무는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걸까요?

 

[송홍선 공주대학교 식물자원학과 교수 : 그 대신 여기에 열매를 맥어요. 볍씨 알처럼 열매를 맺습니다. 그게 떨어져서 다시 나올 수는 있죠. 꽃 안 피어 있는 부분들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 부분은 땅 속에 있는 뿌리 줄기가 살아 남아요. 그 부분은 나올 수가 있죠.]

 

꽃이 지고 열매 를 맺는다는 대나무. 하지만 대나무가 열매까지 맺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서 보기가 힘들다는데요.

그렇다면 대나무 꽃은 과거에도 폈을까요? 역사가 깊은 오죽헌의 대나무에 꽃이 핀 기록이 남아 있는지 오죽헌 시립 박물관을 찾아서 확인해 봤습니다.

 

[오죽헌 시립박물관 최백순 관장 : 오죽도 또한 시들어 말라 죽자 10년 동안 대나무가 없었다. 죽은 후에 다시 대나무 숲이 형성이 된 걸로 문헌에는 나와 있습니다.]

 

약 300년 전에 기록된 강릉의 역사서 <임영지>에 따르면 오죽헌의 대나무가 말라 죽은 기록이 있었는데요. 이걸로 봐서 과거에도 대나무 꽃이 폈던 걸 추론해 볼 수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대나무에서 꽃이 핀 이유, 과연 뭘까요?

 

[송홍선 공주대학교 식물자원학과 교수 : 수명이 다했기 때문에 꽃이 필 수도 있고 꽃이 폈기 때문에 고사할 수도 있고 대나무는 종류에 따라 꽃 피는 수령이 조금씩 달라요. 그래서 이 대나무는 한 60~70년 만에 한 번 꽃이 피는 그런 대나무다 이렇게 이해하면 됩니다.]

 

우리나라 대나무 종류에 따라서 대나무의 수명과 또 그에 따른 꽃이 피는 시기가 모두 다르다는 거죠. 하지만 이 대나무 꽃은 정말 보기가 드물다는 건데 그 이유가 뭔가요?

 

[송홍선 공주대학교 식물자원학과 교수 : 식물에 꽃 핀다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인데 희귀하다는 얘기죠. 왜냐하면 평생에 한 번만 피고 그 기간이 상당히 길기 때문에 그래서 꽃 피는 경우를 잘 보질 못한다는 얘기죠. 분포지가 많지가 않잖아요. 심어져 있는 것도 많지 않고 이렇기 때문에 더더욱 보기가 어렵다는 얘기죠. 그러니까 상당히 희귀성이 있다 이렇게 볼 수가 있죠.]

 

일생에 한 번 보기가 힘들어서 예로부터 신비롭고 희귀하게 여겨져온 대나무 꽃. 오랜 역사를 간직한 대나무인 만큼 과거 개화 원인에 대해 연구된 게 있는지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를 찾아 물었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 윤준혁 임업연구사 : 대나무 꽃이 개화를 하는 그런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밝혀진 부분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60년에서 120년 만에 핀다는 주기설이 있고, 어떠한 특정한 영양분이 소진이 돼서 핀다는 영양설, 또 개화 원리에 대해서 다방면으로 연구를 통해서 원인을 밝혀낼 계획에 있습니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게 없어서 아직 연구 중이라는 대나무 꽃의 개화 원인. 신비한 대나무 꽃에는 치열한 생존 끝에 꽃을 피우고 죽음을 선택하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일생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반응형

댓글

💲 추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