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원에 산 그림, 알고보니 400억원 짜리 폴 고갱의 그림이어서 횡재한 남자의 스토리

2014년 4월, 이탈리아 미술계를 깜짝 놀라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 이탈리아 경찰국의 예술품 범죄 수사과장과 이탈리아 문화관광부 장관이 400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도난된 미술 작품을 회수하였다고 중대 발표한 것이다. 

 

두 작품은 원래 영국 런던의 부유한 부부가 살고있는 집의 벽에 걸려있던 그림이었다. '마틸다 막스'와 '테렌스 케네디' 부부가 살고있던 집이었는데, 특히 '마틸다 막스'는 영국 전역에 식품, 의류 등을 유통 판매하는 체인점을 운영하는 대기업인 '막스 앤 스펜서(Marks&Spencer)'를 창업한 창업자의 딸이었다. 아래 사진이 바로 그 부부.

'마틸다 막스'와 '테렌스 케네디' 부부

그런데 1970년, 이 부부의 집에 가정부만 혼자 있을 때, 어떤 남자들이 '도난방지 알람장치'를 수리하러 왔다면서 찾아왔다. 하지만 이들은 미술작품을 훔치려고 수리공인 척 연기한 도둑들이었다. 가정부는 아무것도 모른채 그 남자들을 위해 주방으로 가서 차를 끓였다. 그사이 도둑들은 벽에 걸린 그림을 가지고 달아나 버린다.

 

2개의 작품을 훔쳐갔는데, 그중 하나가 아래의 그림으로, 프랑스의 탈인상주의 화가 '폴 고갱'의 작품인 '테이블 위의 과일 정물화와 작은개'라는 그림이었다. 

'폴 고갱'의 작품 '테이블 위의 과일 정물화와 작은개'

도둑들은 훔친 그림을 가지고 영국을 떠나 프랑스 파리로 갔다가, 거기서 다시 이탈리아로 가는 열차를 탔다. 그런데 세관원에게 적발될까봐 두려웠던 그들은, 그림을 열차에 놔두고 도망가 버린다. 

 

도둑들이 열차에 놔두고 간 그림들을 열차의 승무원이 발견해서 유실물 보관실에 보관해 두었는데, 1975년까지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서 경매를 통해 팔았다. 낙찰 금액은 우리나라 돈으로 겨우 3만원 정도에 낙찰되어 팔렸는데, 구매자는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인 피아트 자동차에서 금속 가공 일을 하는 '니콜로'라는 남자였다. 

 

니콜로는 자신의 집에 이 그림을 걸어놓는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고 흘러 그는 자동차 회사를 은퇴하고, 그의 아들은 다 커서 성인이 되었다. 그런데 그의 아들은 아버지의 집의 벽에 걸린 그림을 보면서, 유명한 화가의 그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14년 경찰에 조사를 의뢰하게 되었고, 마침내 폴 고갱의 그림임이 밝혀졌다. 

 

그런데 니콜로는 그림을 경매를 통해 정당하게 구매한 것이긴 하지만, 이 그림의 원래 주인은 마틸다 막스와 테렌스 케네디 부부이고, 도난당한 물건이기 때문에, 현재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는지가 법적으로 복잡한 문제가 되었다. 

 

이탈리아 민법에 따르면 니콜로가 그 그림의 소유권을 주장하려면 그 그림이 도난품인지 몰랐어야 하고, 소유한지 10년 이상이어야 하며, 만약 유명 화가의 그림인 줄 알고 있었다면 소유한지 20년 이상이어야 했다. 니콜로는 도난품인 줄 모르고 경매를 통해 구입했고, 구입한 지 40년 이상이 지났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니콜로의 소유라고 판결이 내려졌다. 

 

이 그림의 원래 소유자였던 마틸다 막스와 테렌스 케네디 부부는 파리에서 처음 만나 1951년 결혼했다. 그리고 함께 여행하고 자동차, 보석 등을 구매하다가 1962년에 미국 뉴욕의 소더비 경매장에서 폴 고갱의 그림을 구매했다. 그런데 1964년에 마틸다 막스가 사망한다. 그녀는 유언을 남겼는데 전재산과 그림 등을 모두 남편에게 물려준다는 유언이었다. 

 

남편 테렌스 케네디는 아내가 사망 후 집을 관리인에게 맡기고 스위스, 프랑스 등을 여행하다가 존 헨더슨이라는 남자 배우를 만나서 친해졌고, 자신의 비서 처럼 곁에 두고 인생의 친구로 지냈다. 그리고 1997년 죽기 전에, 유서로 전재산을 존 헨더슨에게 물려준다고 적었다.

 

마틸다 막스와 테렌스 케네디 사이에는 친자식이 없었다. 그래서 2014년 폴 고갱의 그림 소유권 재판 당시에, 니콜로와 소유권을 두고 다툰 사람은 바로 존 헨더슨이었다. 하지만 재판 결과 판사는 니콜로의 손을 들어 주었던 것이다. 뉴스를 보면 존 헨더슨이 판결을 불복하여 항소를 한 것으로 보이는데, 판결이 뒤집혔다는 기사가 안보이는 것을 보면 아마도 원심의 판결이 그대로 유지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