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화를 좋아하고 드라마는 그렇게 꾸준히 챙겨본 작품이 별로 없다. 그런데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는 지금까지 봤던 어떤 드라마보다 몰입되고, 영화같은 화면과 스토리 전개여서 한장면 한장면, 등장인물 한명 한명, 불필요한 요소가 단 하나도 없이 모든 것이 매순간 극적이고 놀라움의 연속이다.
특히 이번 15회는 첫장면부터 끝장면까지 충격과 놀라움의 연속이어서, 가장 극적이었던 회가 아니었나 싶다. 바로 다시보기를 하고싶을 정도로.
민설아를 고층에서 던져 추락시킨 범인이 주단태로 드러났다. 주단태가 민설아를 던졌던 장면을 회상하면서 '그러게 적당히 나댔어야지 민설아.' 하면서 비열하게 웃음짓는데, 악마의 모습이 따로 없다. 제발 마지막에 천서진과 함께 주단태가 고통스러운 천벌을 받았으면 좋겠다.
민설아가 추락하는 장면이 정말 실제로 배우 조수민이 유리 위로 떨어지는 스턴트 연기를 한 것처럼 실제 같았다. 헐리웃 영화보다 더 퀄리티있게 잘 만드는 것 같다.
정말 이런 장면은 어떻게 찍는 것일까 궁금하다. 당연히 절대로 실제 유리에 조수민 배우를 떨어뜨리진 않았고 컴퓨터 그래픽으로 유리 파편을 만들어 낸 것일텐데 정말 실제 같다.
펜트하우스의 극본을 쓴 유명한 김순옥 작가의 이전 작품을 본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죽은 것이 틀림없는 인물이 다시 살아나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민설아의 경우도 다시 살아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드라마를 별로 보질 않아서 김순옥 작가가 극본을 쓴 예전 작품중에 본적이 있는 작품이 없어서, 과연 죽은 인물이 어떤 방식으로 살아 돌아오는지 너무나 궁금하다. 민설아가 살아서 돌아온다면 얼마나 반갑고 기쁠까.
배로나가 동급생들의 괴롭힘, 특히 천서진의 딸인 하은별(배우 최예빈)의 괴롭힘에 결국 청아예고에 자퇴서를 제출한다. 그리고나서 '나 이제 막 나갈거야'라고 시위라도 하듯이, 엄마가 보는데서 화장을 한다.
귀엽고 씩씩하고 땡글땡글한 모습을 보여줬던 배로나지만, 워낙 주위에 악랄한 자들이 많아서 결국 무너지고, 특히 배로나의 엄마 오윤희가 하은별의 아빠 하윤철을 유혹했다는 하은별의 거짓 음해 때문에, 배로나는 엄마에게 분풀이라도 하듯이 엄마가 보는데도 학생이 화장을 한다. 학생이 화장을 하면 타락했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배로나는 엄마를 속상하게 하려고 화장을 한 것 같다.
게다가 다음주 예고를 보니까 완전히 펑키한 날라리처럼 머리와 옷을 하고 등장하기까지 한다.
이와 비슷한 장면이 지난 10월에 끝난 KBS 드라마 <기막힌 유산>에도 나왔는데, 16살 학생 부가온(배우 김비주)이 아빠에게 시위하듯이 평소의 청순한 모습에서 180도 바뀐 화려하게 화장한 모습으로 거리를 거니는 장면이 나왔었다. 원래 부가온은 이렇게 청순하고 단정한 이미지였는데,
원래 위와같이 청순하고 착한 이미지인데 가족 갈등으로 인해 아빠한테 시위라도 하듯이 어느날 화장을 하고 거리로 나간다. 아래 모습과 같이.
이번에 펜트하우스에서 배로나가 화장하는 모습을 보니까 기막힌 유산의 저장면이 딱 떠올랐다. 그런데 이렇게보니 배우 김비주가 펜트하우스에 출연했어도 아주 잘 어울렸을 것 같다. 김비주가 민설아 역을 했어도 잘 어울릴 것 같고, 배로나역, 혹은 악역인 주석경역을 했어도 잘 어울렸을 것 같다. 물론 지금 각각의 배역을 맡은 배우들이 너무너무 연기를 잘하고 있어서 배우가 바뀌었으면 하는 생각은 없다.
천서진(배우 김소연)의 여동생인 천서영을 연기하는 배우 신서현은 이 드라마에서 처음 보게 된 배우인데, 처음에는 걸그룹 출신의 배우인줄 알았다. 어떤 걸그룹 멤버와 닮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검색해보니 걸그룹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배우이다.
15회에서 천서진과 천서영의 아버지는 딸들을 함께 부른 자리에서, 청아재단 이사장 자리를 천서진에게 물려줄거라고 선언한다. 천서영은 실망하고 천서진은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천서진이 기쁨에 도취한 표정으로 학교를 거닐때 나오는 노래는 모짜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에 나오는 <밤의 여왕의 아리아>라고 한다.
펜트하우스에서는 영화같은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주단태와 이규진이 구호동을 납치해서 사격실력을 시험해 보겠다면서 민설아의 사진을 표적으로 만들어 놓고 구호동에게 쏴보라는 만행을 저지른다.
보고있는 내가 피가 끓는 분노가 올라오는데 오빠인 구호동(로건 리)은 얼마나 분노했을까.
서로 총을 겨누는 장면. 마치 영화같다.
구호동, 정확하게는 로건 리가 정말 멋진 등장인물 중 한명이다. 동생인 민설아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도 그렇고, 민설아의 복수를 위해 하나씩 계획을 실행시켜 나가는 모습. 꼭 복수를 성공해서 주단태, 천서진이 천벌받게 만들기를 응원하고 있다. 로건리를 연기하는 배우 박은석은 7세때 가족들과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영어를 잘한다고 한다. 펜트하우스에서 로건리로 나올때 영어 발음을 할때 상당히 멋있다.
15회에는 인상적인 장면이 너무 많았다. 하은별이 아빠 하윤철(배우 윤종훈)에게 "배로나가 자퇴하는게 그렇게 걱정되면 걔 데리고 살아, 아빠가. 나랑 엄마랑 버리고 배로나 아빠로 살라구!!!!" 라면서 식당에서 미친듯이 소리지른다.
하은별을 연기하는 배우 최예빈도 연기가 너무 좋다. 자아도취와 광기에 사로잡힌 마녀같은 자기 엄마 천서진을 닮은 사악한 모습도 있고, 여리고 약한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는 이중적인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다. 여고괴담같은 영화에도 잘어울릴 것 같은 캐릭터이다. 배우 최예빈은 23살,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이고 배우 김소연과 같은 소속사(제이와이드컴퍼니)라고 한다.
15회 후반, 최고의 명장면 중의 하나가 시작된다. 오윤희가 딸의 자퇴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서 천서진을 고급 요정같은 음식점으로 오게 한다.
그러나 사실은 오윤희는 혼자서 온 것이 아니라 천서진의 아버지를 뒷방에 몰래 있게 하고, 천서진이 스스로 불륜 사실을 말하게 해서, 그녀의 아버지가 그걸 모두 다 듣게 계획한 것이었다.
이장면이 정말 통쾌했지만, 곧이어 또 반전이 있었으니. 딸 천서진에게 호통칠 줄 알았던 아버지는 오히려 오윤희에게 이렇게 말한다.
[천명수 : 오윤희. 넌 여전히 변한 게 없구나. 하는 짓이 천박하고 무례해! 네가 이런식으로 발악한다고 내 딸한테 무슨 스크래치라도 날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착각하지마. 너따위한테 발목 잡힐 만만한 집안 아니야 우리. 알아?]
아버지는 밖으로 나가고 천서진은 오윤희에게 아빠는 내편이라고 히죽거리며 쏘아주고는 아버지를 따라 나간다. 그러나 또 반전이 일어나는데.
천서진이 변호사로부터 아버지가 청아재단 이사장을 동생 천서영으로 바꾼다고 했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천서진은 허둥지둥 아버지에게 다시 간다. 하지만 아버지는
[천명수 : 넌 날 실망시켰어. 반대하는 결혼을 했으면 최소한 실패는 말았어야지!]
영화 <달콤한 인생>의 배우 김영철의 대사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에 못지 않은 포스가 뿜어져 나오는 배우 정성모의 대사였다.
아버지가 천서진을 청아재단에서 제명시키고 상속재산도 환수할 거라고 하자 천서진은 절규하며 아버지 다리에 매달린다.
빗속에서 아버지는 천서진에게 그렇게 나약해빠진 모습으로 청아를 물려받겠다고? 어림없는 소리 하지말라고 소리치며 가려고 한다. 이때부터 지금까지의 펜트하우스 통틀어 최고의 극적이고 절절한 배우 김소연의 절규 연기가 시작된다.
[천서진 : 제가 잘못살았다면 그건 다 아버지 때문이에요!!! 그사람이랑 끊임없이 비교하고 경쟁시키고, 채찍질에 또 채찍질에!!! 한번도 진짜 사랑을 준 적 없잖아요!!!]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분노, 슬픔을 모두 토해내며 절규하는데 너무 인상깊은 장면이다. 최고의 장면이었는데 아쉬웠던 점이 중간에 무슨 단어를 말하는 것인지 발음이 정확하게 들리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그점이 좀 아쉬웠다.
딸의 절규와 애원에도 아버지는 따귀를 때려버린다. 그리고 "어디서 버릇없이 말대꾸야! 너 이제 더이상 내 딸 아니야!"라고 소리치고 떠나려한다. 그러자 천서진은 안된다며 이사 선임장이 들어있는 가방을 빼앗으려 한다. 가방을 서로 뺏고 뺏기지 않으려고 하는 중에 아버지가 뇌졸중 혹은 심근경색같은 증상으로 쓰러지려한다.
천서진이 정말 독한 악마같은 악녀인게, 분명히 아버지가 계단을 굴러 떨어지지 않게 잡을 수 있었는데 쓰러지는 아버지를 잡아드리지 않고 일부러 가만히 있는다.
결국 천서진의 아버지는 계단을 굴러 머리에 피를 흘리고 사망하고만다. 딸이 자기를 구해주지 않고 선임장을 가지고 가버리는 것을 마지막으로 보고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천서진이 광기에 사로잡혀 미친듯이 피아노를 치며 소름끼치게 웃는 모습으로 끝이나는데, 너무 여운이 남는다. 악녀 천서진이 제발 천벌받는 결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주단태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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