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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도쿄 올림픽과 그 후의 일본 경제

ˍ 2021.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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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전염병과 싸우는 가운데 열리는 최초의 올림픽. 또한 역사상 가장 비싼 비용을 치르는 올림픽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가 올림픽 준비에 쏟아부은 예산은 17조 원. 관람 수익마저 줄어들면서 적자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로써 일본은 반 세기 만에 두 번째 올림픽을 유치하는 나라가 됐다. 아베 총리는 장밋빛 포부를 밝혔다.

 지난 3월 코로나19 확산세 속에서도 성화봉송이 시작됐다.

토쿠시마현의 대표 주자는13살의 축구 선 수 하라다 루카였다.

그런데 그가 달리는 길은 특별한 성화봉을 든 노인이 있었다. 1964년 올림픽 성화 주자 미노루 씨. 루카의 할아버지다.

64년 당시 17살 최연소 주자로 달렸다는 미노루 씨. 57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빛났던 은색 성화봉도 색이 바랬다.

 1964년의 그날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남았다. 1964년 가을. 전 세계 93개 국 선수들이 도쿄에 도착했다.

패전 19년 만에 열린 아시아 최초의 올림픽. 세계는 새로운 눈으로 일본에 주목했다.

냉전시대에 동서를 넘어 5000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했다.

대회의 선언은 히로히토 일왕이 직접 했다. 2차 대전 항복 선언 이후 최초의 공개 육성 연설이었다.

화려했던 개막식의 절정은 마지막 성화봉송이었다. 원자폭탄이 떨어진 히로시마는 올림픽의 중요한 상징이었다.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됐던 1945년 8월 6일에 태어난 청년 사카이 요시노리. 원폭 소년이라 불리는 사카이가 마지막 성 화를 점화하는 순간 일본은 패전의 아픔을 지우고 새로운 도약을 세계에 과시했다.

대회 내내 개최국 일본의 활약은 대단했다. 특히 여자배구는 올림픽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일본 여자배구팀은 당시 세계 최강 전력 의 소련을 상대로 금메달을 따낸다. 

47개의 세계 신기록을 달성한 1964년도 쿄올림픽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대회 중 하나로 남았다. 일본의 문화가 전 세계에 알려진 무대이기도 했다.

 

당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로 참가했던 김정남 선수. 그에게 1964년 도쿄는 어떤 기억일까.

 

[전 국가대표 김정남 : 신칸센이라는 게 있구나. 참 좋다. 우리나라에도 저런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이었죠 저희가 버스 타고 다니면서 선수촌에서 다른 운동장으로 이동할 때 바깥을 보면 큰 건물은 아니더라도 높은 건물을 보면서 (일본이) 경제, 사회, 문화 이런 부분에서 상당히 발전했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시속 200km. 세계 최초의 고속 열차 신칸센은 올림픽 개막 9일 전에 개통됐다.

1964년 올림픽 구호처럼 도쿄는 더 빠르고 더 높고 더욱 강력한 세계 도시로 거듭났다. 도쿄올림픽은 일본 전후 세대에게도 잊지 못할 사건으로 기억된다. 당시 9살이었던 이즈미 아사토 씨는 그 시절을 회고하는 칼럼들을 써 왔다. 그에게 1964년은 어떤 해일까.

 9살 소년이 보았던 1964년은 꿈을 향해 달리고 수많은 영웅들이 활약하던 시절이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만화영화 철완 아톰. 무쇠 팔을 지닌 작은 로봇 아톰은 작지만 강한 일본을 상징한다.

1964년 올림픽을 유치하고 그 기반을 닦은 인물은 당시 총리 기시 노부스케였다. 패전 이후 A급 전범으로 복역했던 기시 노 부스케. 반공 친미 노선을 걸었던 그가 꿈꿨던 것은 강한 일본의 부활이었다.

그런 기시 노부스케를 보고 자란 어린 외손자. 그가 바로 훗날 총리가 된 아베 신조다.

당시 10살이었던 소년 아베에게 1964년 올림픽은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그에게 올림픽은 가난과 치욕을 딛고 일본의 힘을 세계에 증명한 아름다운 무대였다.

2006년 총리로 지명된 그는 저서에서 1964년을 일본이 가장 빛났던 순간으로 회고 한다.

당시 일본 정부가 10년 후에 달성하겠다던 국민소득 2배 목표는 올림픽 개최 4년 만에 이루어졌다. 집집마다 자동차와 컬러TV가 보급된 시대. 일본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1970년대 일본은 특히 전자제품 에서 두각을 드러낸다. 이른바 메이드인 재팬은 시대의 아이콘이 됐다. 세계를 뒤흔든 일제 히트 상품들.

그중에서는 세상의 문화를 바꾼 전자제품도 있었다. 바로 카세트 플레이어였다.

오래된 카세트 플레이어에 뿍 빠져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뒀다는 슌이치 씨. 그는 구형 카세트를 수리하고 판매하는 일 을 한다. 그에게 카세트 플레이어는 단순한 전자제품이 아니다.

카세트 테이프를 전 세계에 대중화시킨 것도 일본이었다.

1964년 올림픽 이후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선 일본. 이후 일본은 고속 성장 가도를 달리게 된 다. 전 세계의 돈이 일본으로 향하고 그 돈을 쫓아 세계의 톱스타들도 일본에 모여들었다.

일본의 전성기였던 1990년대 초 일본 사회에 주목한 이방인이 있었다. 30년간 특파원과 연구원으로 일본에 살았던 브래드 글로서먼 前 미국 국제문제연구소 선임고문은 피크 재팬이라는 저서에서 1991년 이 일본 사회의 첫 번째 정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일본의 절정기는 거품처럼 사라진다. 미국과의 플라자 합의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저금리 정책을 폈던 일본. 돈은 은행 대신 주식과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었다.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연일 치솟았고 돈이 넘쳐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대출로 만들어진 버블은 결국 1990년대 초 무너지고 만다.

 

[최배근/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 부동산 가치가 떨어지다 보니까 담보 자산 가치가 떨어진단 말이에요. 그럼 은행이 부실화되죠. 이걸 어떻게 처방하냐면 돈을 주입해서 은행을 살리면서 시간만 벗어나면 괜찮으리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그러면서) 부실기업들을 그냥 방치하면서 좀비 기업화돼버리는 거예요. 그때부터 잃어버린 20년이 진행된 거예요.] 

 

거품이 사라진 자리에는 지울 수 없는 후유증이 남았다. 그렇게 일본 사회는 기나긴 불황의 시간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지역에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지진과 함께 15m 높이의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왔다. 진원지에서 390km 떨어진 도쿄까지 강진이 전해졌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쓰나미 중심 지역인 후쿠시마에 자리한 원자력 발전소에 방사능 유출이 우려되는 상황. 당시 총리인 간나오토 총리의 말과 달리 1호기에서 폭발이 일어났고 이틀 뒤 2, 3, 4호기 역시 폭발했다. 상황은 전혀 통제되지 않고 있었다. 방사능 유출에 대한 공포가 극심해지는 상황에서 정보 또한 제대로 공개 되지 않았다. 정부의 대응은 혼돈 그 자체였다. 2만 명 이상이 죽거나 다치고 17 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182조 원의 재산 피해를 낸 삼중 재난. 정부의 무능한 대처에 대해 국민의 불신 이 깊어졌다. 후쿠시마 재난은 결국 정권 교체로 이어진다.

 

[브래드 글로서먼 : 민주당이 정권을 잡고 난 뒤에 매년 총리는 한 명씩 뽑았습니다. 경제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습니다. 관리 부실의 폐해가 발생했습니다. 자민당이 그랬죠! '자신들도 하겠다고요. 자신들이 더 잘할 수 있겠다'고 했습니다. 이런 광대들은 없애고 다시 원래로 돌아가자고 했습니다. 3년간 민주당이 통치했던 시기는 재앙이었습니다. 지진 후에도 고쳐진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더욱 큰 절망에 빠진 일본. 국민의 선택은 다시 아베였다. 취임 이후 아베 총리는 후쿠시마 지역의 피해 복구를 최우선 과제로 두었다. 그가 후쿠시마 부흥을 위한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올림픽이었다.

그는 원전 사고가 잘 수습되고 있다고 자신감도 보였다.

IOC의 선택은 도쿄였다.

올림픽 유치 이후 아베 총리는 더욱 적극적으로 후쿠시마의 안전을 홍보하고 나섰다. 원전 사고 당시 사고대책본부로 활용됐던 J빌리지. J빌리지는 올림픽을 앞두고 대대적인 보수 공사로 새롭게 태어났다. . 원전에서 불과 20km 떨어진 이곳을 아베 총리는 부흥 올림픽의 상징으로 삼고 싶어했다.

 도쿄올림픽을 유치한 지 8년이 흐른 지금. 후쿠시마는 정말 부흥하고 있을까? 올림픽 개막을 3개월 앞둔 지난 4월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를 결정했다. 지난 10년간 조업 제한 조치로 후쿠시마 어민들은 바다에 나가지 못했다. 3월 말 조업 제한 조치가 철회돼 기대에 부풀었다는 오노 씨. 그는 오염수가 방류되면 후쿠시마 바다에는 미래가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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