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장 지글러, 인간의 길

ˍ 2022. 1. 25.
반응형

(EBS에서 방영된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 장 지글러 편)

{1강} : 나는 왜 투쟁하는가

저는 전 UN 식량권 특별보고관 장 지글러입니다. 저는 그동안 많은 투쟁을 해 왔는데요. 우리 시대의 절대적인 치욕, 기아를 퇴치 하기 위한 투쟁이죠.

 

기아는 매일 수백만 명을 희생시킵니다. 방글라데시와 몽고, 과테말라, 그리고 니제르와 같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 아이들이 기아로 죽어가는 것을 봤는데요. 굶주림으로 아이들이 사망하는 것을 보면 너무 고통스럽고 참혹한 죽음이라 차마 잊지 못합니다. 비행기를 타고 제네바로 돌아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부르주아적 삶에 안주할 수 없죠.

저처럼 평범한 인생에도 중요한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터닝포인트요. 첫 번째는 콩고 방문이었습니다. 그게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죠. 저는 나이가 아주 많습니다(올해 89세). 그래서 콩고 독립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 이야기를 해 볼 건데요. 많은 분들에게는 신석기 시대 같은 이야기일 거예요.

 

제가 학업을 마친 후 처음 했던 일은 UN의 주니어 전문가 자격으로 콩고에 파견을 간 겁니다(당시 28세).

작은 대륙이라고 할 정도로 큰 나라인 콩고는 콩고민주공화국이라고도 하죠. 콩고는 1960년 6월 30일에 벨기에로부터 독립했습니다. 저는 1961년에 콩고에 도착했는데요. 이 거대한 나라는 독립 직후 피비린내 나는 혼돈 속에 빠지고 맙니다.

 

서로 다른 부족끼리 싸우기 시작했고 벨기에는 과거 식민지였던 콩고에 계속 주둔하기 위해 여섯 번째 주인 카탕가 주를 분리, 독립시키려고 했습니다. 카탕가 주는 구리, 콜탄, 코발트와 같은 광물이 매장된 곳인데요. 콩고 대부분의 자원이 거기에 있죠.

 

당시 UN 사무총장은 아주 대단한 사람이 었습니다. 다그 함마르셸드는 스웨덴 사람으로 예언자적 면모를 갖춘 분이었는데요.

다그 함마르셸드

다그 함마르셸드는 콩고에 민간 정부를 세우는 데 도움을 주었고 UN콩고활동단을 창 설했습니다. 또 콩고에서 정치력을 확보해 상황을 안정시켰고 그 나라의 진정한 독립을 위해 매우 애를 썼죠. 저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아주 작은 자리에 임명되었습니다. 다그 함마르셸드 사무총장 특사인 브라이언 어쿼트를 보조하는 업무를 맡아 당시에는 레오폴드빌이라 불리던 킨샤사에 근무했는데요.

 

UN에서 온 우리들은 당시 킨샤사의 남쪽에 위치한 칼리나에만 체류해야 했습니다. 호텔 밖에는 철조망이 있었고 UN평화유지군이 보초를 서고 있었습니다. 또 네팔의 구르카 장병들도 거대한 검을 차고 호텔을 지키고 있었죠.

 

매일 저녁 식사 후 저는 호텔 2층에서 같은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킨샤사 판자촌의 굶주린 사람들, 특히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매일 저녁 우리가 있던 칼리나 쪽으로 왔어요. 그들은 호텔 철조망을 딛고 기어 올라와 인도인 요리사가 철조망 너머로 던지는 고기 조각과 채소, 우리들이 남긴 음식을 얻어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구르카 장병들은 그들이 가진 총으로 굶주린 아이들의 머리를 가격해 아스팔트길 위로 밀어냈죠. 아이들의 팔은 성냥개비처럼 앙상했고 그들의 검은 눈은 겁에 질려 있었습니다. 30대 여성들은 마치 90대 노파처럼 보였고요. 비참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음악이 흐르고 있는 2층에서 식사를 하고 유리창을 통해 그 광경을 지켜볼 뿐이었습니다. 수천 명의 굶주린 사람들이 철조망 너머로 던진 우리가 남긴 음식을 조금이라도 얻어내려고 애쓰는 장면을요.

그 순간 제 안에서 뭔가 일어났어요. 무슨 일이 있든 내 삶에서 결코 가해자의 편에 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맹세했습니다.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거야. 저는 피가 흐르는 손으로 철조망을 기어 오르는 사람들 편에 서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들 곁에 있을 거라고요. 바로 그때가 결정적인 순간이었죠. 이후 제 삶은 정말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두 번째 터닝포인트도 있습니다. 제 삶이 감동적으로 바뀐 순간이었죠. 바로 체 게바라와의 만남입니다. 체 게바라와의 만남 이후 저는 국제여단(1936년 구성된 국제 좌파 의용군)과 같은 청년 공산주의 연맹에 있었는데요. 아주 오래전 1964년 4월에 프라하에서 전화 한 통이 걸려옵니다. 프렌사 라티나의 특파원인 페레즈 기자더군요. 큰일이 있다는 거예요.

 

제네바에서 열리는 설탕 생산자 협회 국제회의에 쿠바 대표단이 참석한다는 거였어요. 자기들을 도와줄 수 있냐고 묻기에 좋다고 했죠. 그리고는 몇몇 동지들에게 전화를 돌려서 호텔을 빌렸습니다. 대표단의 단장은 체 게바라였습니다. 당시 쿠바인들은 올리브색 군복과 검은 베레, 사령관의 별을 달고 있었죠.

 

당시 저는 낡은 검은색 모리스 자동차를 가지고 있었고 12일 동안 체를 위해 운전 했습니다. 호텔에서 회의가 열리는 팔레 데 나시옹의 UN사무소까지 그를 데리고 다녔죠. 우리는 차 안에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체는 호기심이 많았고 똑똑했으며 제게 많은 질문을 했었죠.

 

그리고 마지막 날 저는 정말 큰 용기를 냈습니다. 인터컨티넨탈 호텔 8층에서 체 게바라에 게 말했죠. 사령관님, 당신과 함께 가겠어요. 체는 그래, 같이 가자라고 하면서 유리창 으로 저를 데려갔습니다. 인터컨티넨탈 호텔은 프티사코네의 언덕 위에 있었는데 그날 밤 창밖에는 보석상, 은행, 보험사 등이 보였죠.

 

체가 말했죠. "자, 이 도시가 보이지?"   "네, 사령관님."   "너는 여기에서 태어났어. 여기가 바로 괴물의 뇌야. 네가 투쟁할 곳은 바로 여기야."

 

그리고 그는 그대로 떠났습니다. 그때 저는 죽고 싶을 정도로 상처를 받았어요. 그가 나를 하찮은 부르주아로 여겼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전혀 쓸모가 없구나. 그러나 사실 그는 제 생명을 구해 준거였죠. 저는 군사 교육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그를 따라갔다면 아마 과테말라, 베네수엘라, 볼리비아의 어떤 거리에서 죽었겠죠. 체는 확실히 제 생명의 은인입니다.

 

그리고 그는 저에게 투쟁의 길을 알려주었습니다. 바로 전복적 통합이죠. 통제적인 기구에 들어가서 전복적 통합을 시도하기, 즉 그 기관을 전복시키는 것. 그들의 힘을 혁명의 고유한 목표를 위해 이용하는 겁니다. 레닌이 가장 좋아했던 그의 동지 부하린이 말하길 혁명가는 원칙이 있는 기회주의자들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바로 이 전복적 통합이라는 전략을 오늘날까지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교수가 되었습니다. 교수직을 통해 투쟁을 할 수 있었고요. 또 저는 제네바 시민들의 투표로 연방의회에 선출되어 투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코피아난 총장이 저를 UN의 특별보고관으로 임명한 덕분에 투쟁을 할 수 있었고요. 그리고 이렇게 한국 방송에서 강연을 하 는 지금 수백만 명에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전복적 전략입니다.

 

지금까지 제 삶의 결정적 순간들을 이야기했습니다. 체와 만난 순간, 킨샤사에서 굶주린 사람들의 무리를 본 순간이요. 제 투쟁의 동기는 아주 단순하며 아주 원초적이고 아주 평범합니다. 제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배웠거나 더 용기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국가, 지역, 국제적으로 맡았던 직책과 여러 책을 통해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거죠.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지역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 본 것들을 쉽게 잊을 수 없었습니다. 기아로 사망하는 아이들의 참극은 쉽게 잊을 수 없죠.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우리가 본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집단의식을 깨어나게 하는 것이죠.

 

저의 투쟁은 제가 직접 본 것을 말하는 아주 기본적인 도덕적 의무에서 나온 겁니다.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이들을 구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인 거죠. 

 

{2강} : 가난의 얼굴

먼저 한 가지만 말하죠. 5초마다 10세 미만의 아동이 기아, 또는 그로 인한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UN식량농업기구의 식량 관련 통계들은 그 누구도 토를 달 수 없을 텐데요. 오늘날 세계 농업 생산량은 120억 명의 인구를 먹여살릴 수 있다고 합니다. 즉 현재 인구의 2배까지 말이죠.

 

그 말은 오늘날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기아로 인한 사망은 숙명이 아니라는 겁니다. 과거와는 다르게 전혀 숙명이 아니라는 거죠. 분배가 공정하다면 현재 인구의 2배가 정상적으로 음식을 섭취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시 말하지만 5초마다 한 아이가 굶어 죽습니다. 기아로 사망하는 아이들은 그러니까 살해 당하는 거죠. 살해요.

 

아이들이 굶어 죽는 것은 결코 숙명이 아닙니다. 기아는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거예요. 내일이면 인간이 대체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이야기할 몇몇 개혁으로요.

 

우리는 걷고 있을 때, 생각을 할 때, 잘 때에도 기본적인 에너지 소비를 하는데요. 이 기본적인 에너지는 물이나 음식물 섭취를 통해 매일 재충전되어야 합니다. 세계보건기구에서 정한 최소 열량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일 때, 예를 들어 온대 기후의 나라에서 사는 사람이 너무 힘든 일을 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매일 2200kcal 정도가 필요한데요. 이 권장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그러면 점점 쇠약해집니다.

 

인간은 숨을 쉬지 않고 3분을 견디며 물을 마시지 않고 3일을, 음식을 먹지 않고 3주를 견딜 수 있는데요. 그 한계를 지나면 신체는 망가지고 맙니다. 놀라운 것은 죽음의 고통이라는 건 어디서나 똑같다는 거죠. 과테말라, 세네갈, 다카의 판자촌, 울란바토르, 전 세계 아이들에게 동일한 고통입니다.

 

고통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아이가 먹지 못해서 1일 필요 열량이 부족하게 되면 우선 체내에 저장된 지방과 당을 사용합니다. 몸 안에 저장된 체내 지방과 당이 모두 연소되고 나면 그다음에는 신체 내 감염이 발생합니다. 이때는 이미 상당히 고통을 느끼는 상태죠. 그다음에는 신체의 면역체계가 무너집니다. 근육조직도 무너지고요.

 

TV에서 남수단 아이들이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작은 동물처럼 먼지 속에 누워 있는 장면을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이 옵니다. 아주 끔찍한 결말이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제가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저와 같은 부르주아 유럽인, 그러니까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자신의 예상과 다른 사실을 알기 전까지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것이 아주 평온한 죽음이라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연소되는 촛불처럼 천천히 실체가 없어지고 빛이 사라지듯 생명력을 조금씩 잃어가는 것이라고요.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굶어죽는 것은 지구상에서 가장 고통스럽고 참혹한 죽음 중에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 고통은 다시 한번 말하지만 매일 기아로 죽어가는 많은 사람들의 몫입니다. 이런 대량 살상의 원인, 말 그대로 대량 학살인데요. 다시 말해 이 지구에는 인구의 2배를 먹일 수 있을 만큼 식량은 충분합니다. 따라서 식량에 대한 접근권을 결정하는 것은 구매력이 아니라 공정한 분배 시스템이고 그걸 위해서는 공정한 규범이 작동해야 하죠.

 

기아로 인한 사망이 아직도 전체 사망자의 약 16%를 차지합니다. 다시 말해 부가 넘쳐나는 오늘날 이 지구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사망의 이유가 바로 아사, 굶어 죽는다는 겁니다. 참을 수 없는 부조리한 상황이죠. 우리는 야만적이며 부조리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이런 세상의 질서가 살상을, 정말 불필요한 살상을 하는 거죠. 부조리하며 야만스러운 질서입니다.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에 독일의 위대한 철학자 칸트는 타자에게 가한 비인간적인 처우는 내 안의 인간성을 파괴한다고 했습니다. 타자에게 가한 비인간적인 처우는 내 안의 인간성을 파괴한다. 나의 안락한 삶이 인류가 정복한 질병 또는 기아로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들 덕분이라면 저는 이 지구에서 살고 싶지 않습니다.

 

아프리카, 파키스탄에서는 매 4초마다 누군가 시력을 잃습니다. 비타민A가 부족해 실명이 되는 거죠.

전 세계 인구 약 70억 명 중 무려 20억 명 이상이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마시거나 사용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콜레라, 장티푸스, 빌하르지아(Bilharzia 주혈흡충증) 감염증으로 사망하죠.

그리고 의학이 오래전부터 정복한 질병들, 에이즈, 빌하르지아 감염증, 콜레라, 장티푸스 등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수백만 명의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죽이는 말라리아도 오래전부터 의학이 정복했던 질병이었죠.

 

보세요. 이건 바로 노마(Noma)입니다. 기아로 인해 아이들의 안면손상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병인 노마병이에요.

TV에 이것을 보여줄 수 있으세요? 시청자들이 기아로 인한 질병을 볼 수 있도록요. 이걸 보여줘도 괜찮을까요? 괜찮겠죠? PD님이 꼭 넣어주면 좋겠네요.

노마병은 가장 끔찍한 기아의 증세 중 하나입니다.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는 우선 입안에 물집이 생기는데요. 그러다 노마병에 걸려 뺨과 같은 부드러운 조직이 손상됩니다. 증상이 진행되면 눈 주변이 손상돼 눈이 떨어져 내리기도 하죠. 그러다 입을 더 이상 벌릴 수 없게 되면 어머니들은 아이의 입에 음식을 조금이라도 넣어주기 위해 치아를 부숩니다. 아이를 살리기 위해 수프 같은 걸 넣어주죠. 이게 바로 노마병의 증상으로 2세에서 10세 아동들이 특히 많이 감염됩니다.

그런데 이 병은 초기 3주 내에 쉽게 치료할 수 있어요. 2에서 4유로(4천원) 하는 항생제만 먹으면 치료가 됩니다. 그런데 가장 가난한 국가의 돈이 없는 어머니들은 노마병에 걸린 아이를 치료할 돈이 한 푼도 없죠. 다시 한번 말하지만 노마병은 얼마 하지 않는 항생제 몇 알만 있으면 퇴치가 되는 병입니다.

 

그들이 그렇게 가난하지 않았다면 치료를 할 수 있었겠죠. 그런데 이 불평등, 이런 현대사회의 대량 학살은 우리와 희생자들을 분리시킵니다. 출생시의 우연, 단지 그것만으로요. 출생의 우연이요.

 

제가 생존한 것은 제네바에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완전히 운이죠. 또 다른 예를 봅시다. 출생 장소, 즉 어디에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기대 수명과 평균 수명이 완전히 다릅니다. 그런데 출생은 우연에 의한 것이죠. 우리가 그럴 자격이 있거나 지적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요.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아주 당연한 의무가 있다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정언 명령에 따라 말해 본다면 나는 타자이고 타자는 나죠. 그런데 타자가 죽는 거예요. 타자는 삶의 토대가 없고 나는 있습니다. 그럼 나와 같은 타자를 위해 투쟁해야죠. 그도 나와 같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요.

 

예를 하나 들죠. 2001년 9월 11일이었죠.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미국인들에게 끔찍한 공격을 했습니다. 총 5대의 비행기가 납치되어 뉴욕의 쌍둥이 빌딩을 파괴했고 한 대는 펜실베이니아에 추락했습니다. 또 한 대는 펜타곤에 추락했습니다. 이 테러 공격으로 인해 뉴욕과 북미에서 무려 65개 국적의 희생자, 그러니까 총 2996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전 세계가 격분했습니다. 너무나 참혹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죠. 미국 정부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9.11 테러로 사망했던 희생자 수천 명에 대한 보복성 공격을 가한 것이죠.

 

그런데 9월 11일 바로 그날, 가장 절대적인 침묵 속에서 10세 미만의 아동들 1만 7000명 이상이 기아로 사망했습니다. 굶주림으로 인한 학살이 마치 일상처럼 벌 어지고 있었던 거죠. 하지만 우리의 집단의식은 전혀 반발하지 않았습니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에 대한 미국과 세계의 반응이 정당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테러는 아주 가증스러운 범죄이고 그런 반응은 정당한 겁니다. 그때의 분노는 아직도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아 있죠.

 

그러나 같은 날 벌어진 고통스러운 살상은 침묵 속에 묻혔습니다. 10세 미만의 아동들 1만 7000명이 죽어가던 고통이, 그것이 정상인 듯 침묵 속에 진행되고 각국 정부와 여론에 의해 용인된 것에 대해 말하는 겁니다. 이 내용을 알고 있는 우리 중 누구도 기아로 인한 학살에 대해 들어 본 적 없는데요 라고 할 수 없죠.

 

마치 일상처럼 여겨지는 이런 용인과 절 대적인 무관심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건 우리 시대의 수치입니다. 바로 이런 수치에 대항해 미미하지만 우리 모두가 갖은 방법을 동원해서 투쟁해야 합니다. 

 

 

{3강} : 굶주림의 주범들(상)

왜 굶주림이 발생할까요? 굶주림이 발생하는 이유는 제3세계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외채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122개 국가들, 즉 개도국들은 외채를 가지고 있는데요. 지난 12월 31일까지의 국가 부채만 3조 9000억 달러였습니다. 그래서 이 국가들은 농업에 투자할 수 있는 돈이 한 푼도 없습니다.

 

예를 들어보죠. 아프리카 대륙에는 54개 국가가 있습니다. 사하라 사막 남쪽에 있는 사헬지대에는 총 7개의 국가가 있는데요.

이곳에서는 메뚜기떼 공격이나 전쟁, 가뭄이 없는 정상적인 해에 1헥타르의 농지에서 약 600에서 700kg의 곡식을 수확합니다. 이탈리아 롬바르디아나 프랑스의 브루타뉴, 스위스의 에멘탈, 독일의 바이에른 등의 경우를 보면 1헥타르에서 600kg 보다 훨씬 많은 약 5000kg, 즉 5톤의 곡식을 수확합니다.

 

프랑스,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농민들이 아프리카 농민들보다 훨씬 능력이 있고 근면해서가 아니에요. 아프리카 여성들만큼 일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제가 본 그 어떤 사람들보다 많은 일을 합니다. 정말 일을 많이 하죠. 여기서 문제는요. 아프리카 농민은 비료도 없고 관개시시설도 없고 종자선별기술이나 흉작대비 보험, 이런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겁니다.

 

그들의 국가는 무능하고 또 정부는 계속 늘어나는 빚더미로 인해 농업에 투자 할 여력이 전혀 없어요. 경작 가능한 농지 중 3%에만 관개시설이 있 습니다. 나머지는 3000여 년 전처럼 날씨에 따라 빗물을 이용하는 우수관개인 거죠. 이 상황을 만든 가장 큰 책임자를 지목하자면 그것은 이 국가들의 목을 조이고 있는 외채 채권자들입니다.

 

말리는 매화를 수출해 외화를 조금 버는데 그 외화는 즉시 파리, 뉴욕, 런던, 프랑크푸르트의 금융기관으로 보내집니다. 이자와 일부 원금상환을 위해서요.

세네갈의 경우는 땅콩을 수출해서 외화를 버는데요. 그것도 모두 외채상환에 쓰입니다. 은행가, 즉 채권자들에게 가는 거죠.

파리클럽(OECD 일부 회원국이 만든 국제 채권 국가 협의체)과 IMF(국제 금융 체계를 감독하는 기구)가 바로 기아로 인한 살상의 가장 큰 책임자들입니다.

 

두 번째 책임자를 봅시다. 한때 28개국이었지만 오늘날 27개국의 회원국을 두고 있는 유럽연합의 경우를 살펴보면요. 수천만 명의 농업생산자들이 과잉생산을 하고 있어요. 유럽에서 가격 유지를 위해서 잉여생산물을 특히 아프리카시장에 쏟아붓습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세네갈 다카르의 최대 규모 시장 산다가는 서아프리카에서 가장 다채롭고 멋진 시장입니다. 그리고 또 떠들썩한 시장이기도 하죠. 산다가시장에 가면 닭고기와 야채, 과일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들은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가 원산지고 아프리카 농산물의 반값이나 3분의 1 정도로 저렴한 가격에 판매가 되고 있습니다.

 

다카르시에서 10km 정도 떨어진 곳에서는 아프리카 농민이 아내와 함께, 심지어 아이들과 함께 불볕더위 속에서 하루 12시간, 13시간 동안 탈진할 때까지 농사를 짓습니다. 하지만 그 작물은 시장에 유통되는 행운을 거의 누리지 못하죠. 그러니까 유럽에서 과잉생산된 농산물을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또 대량으로 아프리카 시장에 공급하면서 아프리카 농업을 죽이고 있는 겁니다. 아프리카의 농업을 죽이고 있다고요. 두 번째 기아의 책임자인 것이죠.

 

기아로 인한 대량살상의 세 번째 구조적 책임자는 바로 증권시장입니다. 증시에서 기초식량 작물이 거래는 되는 걸 아시나요? 옥수수, 밀, 쌀 같은 곡물이요. 이것이 세계 곡물소비의 거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문제는 이런 기초식량 작물들을 자본주의 체제가 관리한다는 겁니다. 다른 투자 상품과 동일하게요. 정말 동일 하게요.

 

스위스의 아무 은행, 예를들어 UBS, 또는 크레디트 스위스 은행에서 바로 투자증서를 구입해 쌀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그럼 곧바로 쌀 가격이 폭등하는 거예요. 헤지펀트와 대규모 은행들, 그리고 다국적 기업들은 매년 쌀, 밀, 옥수수에 투기를 해서 천문학적인 이익을 얻습니다. 하지만 투기 때문에 가격은 쉴 새 없이 오르죠.

 

투기로 가격이 계속 오르게 되면 소득이 거의 없는 가난한 어머니들은 아이들을 위해 최소한을 식량만을 구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격은 계속 올라가고요.

 

제가 경험한 일화를 하나 말씀드릴게요. 리마의 남쪽에는 가장 열악한 빈민촌 칼람파가 있습니다. 그곳에는 제가 알고 있는 로잔르의 시민 단체인 테르데조메 어린이집이 있었죠. 예전에 저는 그 어린이집을 보러 갔습니다. 오후 5시에 해가 지는데 저는 거기에서 자정까지 머물렀는데요. 쌀을 사려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어머니들의 긴 행렬을 봤습니다.

 

어머니들은 겨우 몇 페소를 지불하고 컵에 쌀을 담아 구입합니다. 그리고 집으로 달려가 냄비 밑에 불을 지피고 끓는 물에 쌀을 붓습니다. 그럼 물 위에 쌀 알갱이가 떠다니죠. 그것이 그날 아이들의 식사인 겁니다. 당연히 아이들은 금방 쇠약해지죠.

 

마지막 책임자를 살펴볼까요? 그것은 바로 랜드그래빙(Land Grabbing), 즉 토지강탈입니다. 지난해 제3세계 국가의 경작지 4100만 헥타르가 매입되었고 그중 99%가 임대됐습니다. 물론 부패한 지역 정부 덕분에 헤지펀드, 대규모 은행들, 다국적 기업 등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매입했어요. 4100만 헥타르 경작지를요.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정말 다행입니다. 세계은행은 훌륭한 선전방법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 방법을 통해 다국적 기업이 아프리카 농지를 강제 매입하는 것을 옹호하고 지원하죠.

 

세계은행이 내세우는 논리가 완전히 억지는 아닙니다. 세계은행은 토지매입에 금융지원을 하고 있고 우리가 낸 세금이 결국 지역개발은행, 세계은행을 지원하는데요. 세계은행측에서는 아프리카 농민들의 생산성이 낮다고 주장합니다. 아까 말했듯이 아프리카에서는 1헥타르당 700kg을, 유럽은 5000kg을 수확하죠. 생산성이 너무 낮아 세계농업시장에 접근 자체가 어렵습니다. 농업기술도 없고 투자자도 없고 종자 선별기술 이런 모든 것이 없으니까요. 그들의 땅을 매입해 최대한 잘 활용할 수 있는 금융기업에 맡기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더 낫다고 보는 거죠. 물론 기아 상황에도요. 그들은 세계시장에 접근할 수 있으니까요.

 

일리는 있습니다. 생산성 부족이 문제니까요. 그들이 옳기는 하죠. 하지만 그동안 간신히 입에 풀칠을 해오던 농민들은 마을에서 쫓겨났습니다. 마을에서 쫓겨난 그들은 로메, 코트누, 다카르, 라고스 등 대서양 연안 도시로 밀려났죠. 여성들은 성매매를 하게 되고 아이들은 펠라그라에 걸려 사망하기도 합니다. 가장들은 만성 실업으로 인해 위엄을 잃죠. 그들이 살아온 농지에서 쫓겨나면서요. 이런 예를 얼마든지 들 수 있습니다. 매번 책임자를 지명할 수 있어요.

 

브뤼셀의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잉여농산물의 저렴한 시장 배출을 지휘합니다. 헤지펀드와 금융 기관은 아프리카 대륙의 농지를 탈취하고요. 이런 것들을 근본적으로 바꾸는데 문제는 전혀 없습니다. 즉각적으로 이 작동방식을 부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기초식량의 가격을 오르게 하는 투기는 즉각적으로 금지되어야 합니다. 어려운 문제가 아니에요.

 

모든 나라에는 증시와 관련된 법률이 있습니다. 법적 제재에 대한 내용이 꼭 있죠. 뉴욕, 프랑크푸르트, 런던. 서울의 증시에도 분명히 있어요. 이들 나라의 의회가 증시 관련 규제에 단 하나의 조항만 추가하면 됩니다. 다음과 같은 조항이요. "기초식량에 대한 투기는 금지한다."

그러면 몇 주 안에 수백만, 수천만의 사람들을 구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토지강탈을 금지하는 것도 가능한데요. 세계은행이 땅을 매입하려는 다국적 기업에게 대출을 중지하면 됩니다. 우리가 봉착한 이 문제의 해결은 아주 쉽습니다. 문제의 책임자는 파악되었고 그들의 범죄 결과도 알려졌습니다. 필요한 개혁도 가능한 것으로 밝혀졌죠. 그러나 동시에 이 개혁을 막는 이득권자들의 이익은 엄청납니다. 그래서 바로 의식의 봉기가 필요합니다.

 

 

{4강} : 굶주림의 주범들(하)

책이 출판되면 저는 많은 강연을 했습니다. 매 강연 때마다 누군가 이렇게 말하죠.

 

[다국적 기업들은 정말 강력해요.]

 

이 다국적 기업들에 관한 사례를 들어볼까요. 세계은행의 보고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500여 개의 다국적 기업들이 제조업과 금융, 서비스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해서 전 세계에서 1년간 생산된 모든 재화인 세계 총생산의 52.8%를 차지합니다.

 

이들은 지구상에서 어떤 인간이나 교황, 황제도 갖지 못한 힘을 가지고 있죠. 아주 막강한 힘이요. 예를 들어보죠. 우리는 다국적 기업들이 많은 일을 한다고 믿죠. 스위스 바젤지역의 제약업체들은 3개월마다 새로운 약품을 출시합니다. 월스트리트는 새로운 금융 상품을 6개월 마다 출시하며 엄청난 활력과 창의력, 생산력을 발휘하죠. 이것이 다국적 기업, TNC(TransNational Company)입니다.

 

다국적 기업들의 유일한 전략은 이윤의 극대화입니다. 즉 최대한 짧은 시간에 최고의 이윤을 창출하는 겁니다. 이윤의 극대화가 바로 그들의 전략이에요. 그들은 사람들의 식량권, 건강권, 주거권 그리고 교육권은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이것이 이윤의 극대화 전략이죠. 다국적 기업은 어떤 국가보다 강력하다, 이게 중요해요.

 

콩고에는 콜탄이라고 부르는 광물이 매장 되어 있습니다.

콜탄

콜탄은 우리가 자주 쓰는 핸드폰을 만들 때 사용이 되고요. 또 항공기 날개 부품의 일부를 만들 때도 사용됩니다. 콜탄은 바위층, 아주 잘 부서지기 쉬운 암벽에서 채굴이 되는데요. 콜탄을 채굴해야 하는 갱도는 아주 좁습니다. 때문에 무려 깊이가 20m나 되는 갱도에는 8에서 12세 아이들만이 로프에 매달려 내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20m 깊이까지요.

이 콜탄은 지역 민병대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갱도에 내려가기 두려워 소리를 지르는 아이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죠.

그래도 아이들은 내려갑니다. 정말 하찮은 돈을 받고서요. 그렇게 받은 돈 몇 푼 덕분에 내전과 기아가 있는 마니애마, 이투리 같은 곳에서 가족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갱도가 무너지면 아이들도 함께 매몰됩니다. 아이들이 채굴한 콜탄은 그 지역의 유지나 용병들이 다국적 기업에 팝니다. 콩고의 다른 광물 자원을 착취하는 리오틴토나 글렌코어와 같은 다국적 기업이 매입을 하는 거죠.

 

그런데 아이들의 노동, 살아있는 채 매장된 아이들, 용병에게 고문당한 아이들이 바로 미국의 여론을 움직였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임 시절 자신의 첫 번째 임기가 끝나기 2년 전에 하원 통과가 필요 없는, 입법과 비슷한 효력을 갖는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내립니다. 미국 대통령은 특정 조건에서 행정 명령을 통해 법을 제정할 수 있습니다. 행정 명령은 바로 분쟁 광물에 관한 것이었는데요. 오바마 대통령은 행정 명령을 통해 이런 방식으로 생산된 콜탄, 즉 분쟁 광물의 미국 판매를 금지시킵니다.

도트-프랭크법(Dodd-Frank)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후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하죠.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 명령을 무효화하고 미국 시장을 다시 개방 하는 행정 명령을 내렸습니다. 얼마나 끔찍한 상황에서 콜탄이 생산되는지 신경 쓰지 않은 거죠. 왜일까요? 광물트러스트기업의 재정적 정치적인 압박 때문입니다. 그들이 상원과 하원 의원들에게 재정적 지원을 하니까요.

 

그들이 주는 압박이 얼마나 크냐면요. 미국에서 선출된 대통령이 강대국 중 하나이자 금융과 산업 강국의 대통령이 호 감은 가지 않지만 어쨌든 선출된 대통령이 그들의 압박을 버티지 못한 거예요. 다국적 기업들이 대통령에게 법을 받아 적게 하는 격이죠.

 

또 하나의 예를 짧게 설명해 볼게요. 기초 식량 가격의 급등에 특히나 민감했던 시기의 2008년으로 가볼까요. 유럽 대륙의 두 번째 경제 대국, 프랑스의 당시 대통령은 사르코지였습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10월 5일 TEF1 방송의 뉴스에서 다음 G20 정상회담이 칸에서 개최 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는데요. 프랑스는 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에서 증권시장의 기초식량 투기 금지를 요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것이 바로 프랑스의 제안이라면서요.

[니콜라 사르코지 : 규제가 없는 시장은 없습니다. 시장의 특성은 규제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이 아니라, 경쟁이고, 정글의 법칙이고, 약육강식의 법칙이 되어버립니다]

 

칸에서 G20 정상회담이 개최됐지만 프랑스는 자국의 제안을 철회해 버렸습니다. 왜냐하면 카길, 네슬레, 유니레버, 콘티 넨탈그레인, 제너럴푸드 등 기초식량의 운송, 보험, 저장, 유통의 85%를 지배하는 식품 트러스트 대기업들이 엘리제궁에 항의를 했던 거죠. 그 제안을 수용할 수 없으니 프랑스 정부는 제안을 철회하라고요.

 

유럽에서 두 번째로 경제 대국인 프랑스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 그렇게 철회를 하다니요. 이것은 다국적 기업들이 행사하는 아주 전형적이면서도 흔한 지배 행태입니다. 촘스키는 말했죠. 다국적 기업은 이름 없는 거대한 존재이며 블로불사한다고요.

 

이 다국적 기업들은 국제 금융 자본과도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다국적 기업들은 이 지구상에 세계화된 금융 자본의 집단 독재 체제를 이룩했어요. 다시 말하건데 그 독재 체재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매일 기아로 죽어가는 문제의 책임자라는 겁니다. 

 

현재 부족한 것은 의식의 봉기입니다. 대한민국, 스위스, 프랑스 등은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요. 물론 결함도 있고 때로는 부패도 있죠. 그래도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민주국가에서 무력함은 있을 수 없습니다. 절대로요.

 

프랑스와 스위스 헌법의 예를 들어보죠. 한국의 헌법을 예로 들어도 됩니다. 다 법률이 있죠. 헌법에는 시위권, 투표권 그리고 총 파업을 할 권리가 포함이 됩니다. 손에 들 수 있은 모든 도구와 무기를 가지고 정부에 압박을 가해 정책을 완전히 바꾸게 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 국민은 유럽에서 생산된 잉여 농산물을 아프리카에 수출하는 것을 반대하라고 정부에 압력을 가할 수 있습니다. 각국에서 증시 투기에 대한 법을 바꾸어 기초식량에 투기 자본이 붙는 상품을 제외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에게 압력을 넣어 각국에서 법을 개정하도록 할 수 있죠.

 

우리를 막을 수 있는 건 없고 민주주의에 는 무력함이 있을 수 없어요. 우리는 각자 책임이 있습니다. 변화는 꼭 일어날 겁니다. 북한이나 중국처럼 인권이 보장되지 않거나 민주주의가 아닌 국가라면 다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배력을 가진 국가에서는 모두가 무기를 쓸 수 있죠. 우리가 해야 하는 건 그 무기를 들고 사용해야 한다는 것, 그것 뿐입니다.

 

우리에게는 책임이 있습니다. 의식의 봉기가 필요해요. 저는 언젠가 그 봉기가 일어날 거라 절대적으로 확신합니다.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워 보이는 전투라고 해서 시간이 흐르도록 아무 일도 벌이지 않으면, 싸워보기도 전에 패배한 전투가 되어버리고 만다. 봉기의 힘은 우리 각자가 '이런 세상을 언제까지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이성적으로 거부하는 데 있다]

 

 

{5강} : 검은돈 커넥션

세계적인 불평등의 원인이 뭘까요. 대표적인 원인으로 조세 문제를 꼽을 수 있습니다. 전 세계 부자들은 세금을 내지 않고 조세 피난처에 그들의 돈을 숨기는데요. 그럼 국가는 가난해집니다. 파나마페이퍼(전세계 부유층의 조세 회피 문건)를 보면 조세 도피를 참 많이들 했죠. 룩스리크스도 있고요.

 

다국적 기업뿐만 아니라 아주 부유한 사람들, 그들은 세금을 거의 내지 않습니다. 그들의 변호사들은 해외에 회사를 만들어 줍니다. 바하마제도, 버진아일랜드, 저지섬 등에요. 이 변호사들은 제네바, 파리 등에 많이 있는데요. 그들은 해외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기 위해 정당하지 않은 조작을 많이 합니다.

 

인터폴의 전 사무총장이었던 레이먼드 켄달(제6대 인터폴 사무총장)은 말했습니다. 어떤 자금이 세 번 정도 국적을 바꿔서, 즉 자금 세탁이 되면 실제 소유주가 누구인지 찾기 어렵다고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 한국의 아주 부유한 기업인이 제네바에 변호사를 둡니다. 그리고 그 변호사가 해외에 페이퍼 컴퍼니 같은 회사를 만들어주면 부유한 기업인은 그곳에 자신의 수입을 송금하는 거죠.

 

한국은 어떠한 세무 조사로도 이 돈을 추적해낼 수 없습니다. 이런 조세 회피는 합법적이며 기술적으로 활용이 잘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국가의 정당한 수입은 줄어들고 복지 국가는 천천히 파괴되어 가죠. 프랑스 국립 은행에 따르면 해외의 많은 페이퍼 컴퍼니 때문에 프랑스 국세청이 360억 유로의 세금을 징수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각국 정부들은 세금 도피처의 자금줄을 말릴 수 있습니다. 만약 국제적인 조세 방식을 따르지 않는 국가들의 경우 그 국가를 출처로 하는 송금을 더이상 허용하지 않는 거죠. OECD의 바람대로 세금 도피처의 자금줄을 말려야 하는데 실현이 잘 되지않고 있습니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스위스의 1인당 국민소득(73620달러)은 전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습니다. 그런데 스위스는 자원이 전혀 없습니다. 산에서 내려오는 약간의 수자원과 그로 인한 그로 인한 전력 생산이 전부죠. 원자재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보니 스위스 은행들의 원자재는 타인의 돈, 즉 다른 나라에서 오는 돈입니다. 자유로운 환전 제도 덕분에 변호사들은 해외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웠고 스위스는 마치 알리바바의 동굴처럼 검은돈의 요람이 되었죠.

 

즉 3세계 국가 엘리트들이 부패로 쌓아올린 이윤을 스위스에 축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필리핀 전 대통령 페르난드 마르코스 약 50억달러, 필리핀 하원의원 이멜다 마르코스 약 2억 달러, 아이티 전 대통령 장클로드 뒤발리에 약 730만 달러). 

 

세계적인 범죄 조직의 돈과 수십 억의 유로가 스페인, 프랑스 등의 조세 피난처로 갔죠. 스위스는 바로 이 은행들 덕분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부유한 나라가 됐습니다. 스위스 은행들은 전 세계를 약탈하죠. 송금을 받아 전달하고 재투자를 합니다. 비밀 금고를 금지했지만 변한 건 전혀 없습니다. 다시 말해 금융 거래 관련 정보를 자동교환(금유정보자동교환 AEOI)하는 협정을 체결했지만 여전히 달라진 건 없습니다. 해외 페이퍼 컴퍼니들이 부유한 사람들을 위해 모든 세무 조사를 피할 수 있는 대피처를 마련해 주니까요. 물론 이것 또한 바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 재정에 출혈이 생기고 사회가 회복할 수 있는 기회와 역량을 잃게 되죠.

 

사회적 불평등은 어디서든 퇴치해야 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용납할 수 없어요. 살아 있는 민주주의라면 불평등을 용인할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의 지배적인 이념 중에 반드시 퇴치해야 할 게 있어요. 18세기에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말했습니다.

 

"Richness like health is taken from nobody."

 

부는 건강과 마찬가지로 누군가로부터 빼앗은 것이 아니다.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부유한 사람이 죄인은 아니라는 건데요. 그건 잘못된 생각이죠. 일반적으로 불평등은 수치로 여겨지고 모두가 불평등에 반대합니다. 불평등이 미칠 사회적인 파장은 상당히 파괴적입니다.

 

 

장 지글러는 1990년 <왜 검은 돈은 스위스로 몰리는가>라는 스위스 은행의 실상을 알리는 책을 출간했다.

"거의 200여 년 동안 진짜 권력, 곧 유일한 실세는 은행이라는 소수 집단이었다"

 

"연방정부는 전적으로 이들 소수 집단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한다"

 

출간 이후 당시 사회민주당 의원이었던 장 지글러의 면책특권이 박탈되었다. 은행 신뢰도 훼손 혐의로 아홉 건의 소송에 피소되었다. 그리고 660만 프랑(약 86억 원)을 배상하고 파산했다. 그럼에도 그의 투쟁은 계속 되었다. 

 

Q. 부자들을 많이 비난하는데, 두렵지 않나요? 

 

당연히 두렵죠. 두려워요. 사실 전 용감하지도 않고 평범한 사람이에요. 그런데 제 가족이 위험해 처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자동차가 파손되어 두 번이나 도로에서 사고를 당할 뻔했는데요. 그런데 진짜 문제는 어느 날 저녁에 벌어졌죠. 제 아들이 아주 어렸을 때 경찰견에게 물린 거예요.

 

누가 당신을 위협하는지 파악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이상한 사람이 위협을 하는 게 아니면 외국 정보기관이 저에게 겁을 주려고 그랬을 수도 있어요. 제가 어떤 기밀 자료를 공개할 거라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 겁을 줬을 수도 있어요. 잘은 모릅니다.

 

한 가지 효과적이었던 방법은 제네바 경찰이 제 전화기에 어떤 장치를 설치해 준 겁니다. 경찰은 남을 위협하는 사람들의 도청 자료를 가지고 있었어요. 제가 위협을 받으면 통화를 도청해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내려고 했죠. 누가 위협하고 있는지를요.

 

또 다른 조치도 취했어요. 수년 전부터 저는 공개적인 강연을 하지 않습니다. 보통은 책이 출판되면 매번 사인회를 하죠. 서점이나 여러 나라에 가서 사인회를 하는데요. 그런데 경찰이 그걸 금지시켰습니다. 독일 정치인 오스칼 라퐁탱과 볼프강 쇼이블레 장관이 각각 공개적인 장소에서 칼로 찔리는 사건이 있었어요.

 

한 사람은 정신 이상자 또 한 사람은 테러범이 벌인 사고였죠. 쇼이블레 전 재무장관은 지금도 마비를 겪고 있어요. 라퐁테는 다행히 잘 피했습니다. 저도 위협을 받은 적이 있고 또다시 위협을 받을 수도 있겠죠. 안전을 위해 몇 가지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이런 위험이 발생하는 것을 아예 막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위험이 콩고 아니면 북한의 운동가가 무릎써야 하는 위협에 비교될 수 없죠. 또 토지를 갈취당한 농민이 겪는 위험에 비교될 수도 없습니다. 그들이 가족을 부양하고 존엄성을 지키며 살기 위해 겪어야 하는 위험에 비하면 제가 겪은 위험은 아무것도 아니죠. 별거 아니에요. 인간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이 땅에 머뭅니다. 고작 70년, 90년 정도죠.

 

소수의 사람들만이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언어를 구사하고 생명을 재생산할 수 있다고 칩시다. 또 소수만 정보 접근이 가능하고 문학과 담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가정해 보죠. 만약 여러분이 그 소수의 사람들 중 하나라면 의무가 있습니다. 그것은 당연한 의무입니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 전혀 아니죠. 그저 그뿐입니다. 내가 그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어떤 상황에서든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지 못할 거예요. 이 강연이 바로 기아로 인한 대량 학살을 고발할 훌륭한 기회입니다.

 

 

{6강} : 우리가 가야 할 길

오늘날 세계의 농업 생산량은 120억 명의 인구를 먹여살릴 수 있다고 합니다. 즉 현재 인구의 2배까지 말이죠. 그런데 5초마다 한 아이가 굶어 죽습니다. 기아로 사망하는 아이들은 그러니까 살해 당하는 거죠. 살해요.

 

해지펀드와 대규모 은행들, 그리고 다국적 기업들은 매년 쌀, 밀, 옥수수에 대한 투기로 천문학적인 이익을 얻습니다. 또 아프리카 대륙의 농지를 탈취하고요. 다국적 기업들은 이 지구상에 세계화된 금융 자본의 집단 독재 체제를 이룩했는데, 그 독재 체제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매일 기아로 죽어가는 문제의 책임자입니다. 사회적 불평등은 어디서든 퇴치해야 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용납할 수 없어요.

 

Q. 교수님은 자본주의가 사회에서 불평등을 만든다고 했는데요. 자본주의가 완전히 사라지는게 가능할까요?

 

정말 중요한 이야기죠. 정말 중요해요. 자본주의는 탄압의 도구입니다. 이 야만적인 질서, 세계화된 금융 기업의 지배. 세계는 이 야만적인 독재 체제에 놓여 있어요. 탄압의 도구로써 자본주의 체제는 완전히 파괴되어야 합니다.

 

종종 이런 말을 듣습니다. 자본주의를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 어떤 탄압 체제도 개선될 수는 없었습니다. 노예 제도는 수백 년간 지속되었는데요. 유럽 열강은 노예 사냥을 해서 대서양의 남과 북으로 노예가 된 인간들을 운송했습니다.

노예 제도는 아예 금지하고 파괴해야 했죠. 개선할 수 없었습니다. 그건 노예를 덜 노예답게 한다는 건데, 인간은 그냥 인간일 뿐이죠. 내가 권리를 가진 인간인 것처럼 그에게도 같은 권리가 있습니다. 나는 인간이고 그는 짐승일 수 있나요. 그래서 노예 제도는 개선할 수 없는 거죠. 철폐를 통해 역사에서 뿌리 뽑아야 하는 겁니다.

 

여성 차별의 경우도 수세기 동안 오래 지속되어 왔는데요. 19세기까지 프랑스 철학자들은 여성이 영혼을 가졌는지에 대해 토론할 정도였죠. 아주 오랫동안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신체적 차별, 경제적 차별, 그리고 사회적 처벌은 사라져야 하는 겁니다. 여성 차별도 개선해서는 해결할 수 없어요. 철폐해야 합니다. 아예 제거해야죠. 새로운 세상이 나오려면 어떤 차별의 도구도 마찬가지로 모두 제거해야 합니다. 우리는 해낼 수 있어요.

 

Q. 그렇다면 불평등과 차별에 대항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

 

정말 적절한 질문이네요. 아주 적절해요. 바로 이 책,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에서 다뤘는데요.

출간 당시 많은 비판이 있었습니다. 이 책의 끝에 새로운 세상이 어떤 것인지 말하지 않았거든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죠. 정말 아무도 몰라요. 역사는 우리에게 미지의 것에 대한 가르침을 줍니다. 새로운 세계는 인간의 내부에서 해방된 자 유로부터 만들어진 세계입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프랑스 혁명은 1789년 7월 14일에 일어났는데요. 포부르 생 마르탱과 포부르 생 앙투안 지역 등 변두리에 살던 노동자들이 함께 파리로 이동을 했습니다. 파리로 떠난 노동자들 중에는 가족들이 바스티유에 투옥된 이들도 있었어요.

 

바스티유는 성채이기도 하면서 왕의 정치적 감옥이었죠. 바스티유에 수감된 이들의 아내와 아이들은 아주 굶주린 상태였습니다. 노동자들은 말했죠. 더는 이렇게 살 수 없어. 우리 친구들을 해방시키고 집으로 데려와야 해. 바스티유에 가서 친구들을 데려오자.

 

그들은 행진에 나섭니다. 무기가 될 만한 칼이나 창과 같은 것을 손에 들고서요. 하지만 바스티유 앞에는 30m 넓이의 물이 채워진 해자가 있었습니다. 20m나 되는 높은 벽이 있었고요. 도무지 들어갈 길이 없었죠.

게다가 바스티유 감옥의 사령관 드 로네는 도개교를 들어올렸습니다. 아무도 바스티유로 들어갈 수 없도록요. 그때 갑자기 누군가 좋은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베르사유에는 라파예트 장군이 이끄는 부르주아 민병대가 있어요. 우릴 도울 겁니다. 장군을 찾아갑시다.

 

장군은 비록 오진 못했지만 대포 8개를 보유한 2개의 부대를 지원했어요. 포신들이 바스티유와 도개교를 향해 세워 졌습니다. 결국 두려워진 드 로네 사령관은 협상을 하기 위해 도개교를 내렸죠. 시민들은 바스티유를 점거하고 사령관을 죽인 뒤 수감자들을 해방시켰습니다. 이게 프랑스 혁명의 시작, 바스티유 함락이죠.

 

혁명이 시작된 그날 저녁 세느강과 바스티유 근처에 만약 한국에서 온 방송 기자가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한국 방송이요. 도개교에 올라갔던 이들 중 한 명의 외투를 잡아끌고서 이렇게 물어봤을 수도 있겠죠. 4년 후 프랑스 첫 공화국의 헌법 조항은 무엇인가요. 2년 후 발표될 인권과 시민권 선언문은 어떤 것인가요. 교회와 국가의 분리를 명시할 샹 드 마르스의 선언은 어떤 내용이죠.

 

얼마나 황당한 질문입니까? 누가 세상의 질서를 파괴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또 그 질서에서 해방된 사람들이 가게 될 길조차 그 누구도 알 수가 없습니다. 새로운 세계를 탄생시킬 헌법과 기구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우리도 모르는 거죠. 다만 한 가지는 알아요. 여러분도요. 무엇을 원하지 않는지는 알죠.

 

저는 야만적인 질서를 원하지 않고 5초마다 기아로 아이들이 죽어가는데 풍요로움이 넘치는 이 지구에서 살고 싶지 않아요. 이런 저의 부정 의식은 아주 확고합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만들어갈 다음 세상, 빅토르 위고가 말한 인간의 자유, 그 자유로 만들어진 새로운 세상이 어떨 는 우리도 잘 모릅니다.

 

확실한 건 말이죠, 인류 역사에서 우리의 경험을 살펴보면 해방의 역사가 계속 이루어졌다는 겁니다. 우리의 삶은 다 의미가 있고 역사 또한 의미가 있습니다. 프랑스 사회당을 창당한 장 조레스는 말했죠. 널린 시체가 가득한 길이 정의로 인도한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지 230여 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지구상의 많은 국가가 인권 관련 조항을 가진 공화국 헌법 아래에 살고 있죠. 살바도르 아옌데는 폭격을 당해 불타는 모네다 대통령 궁에서 1973년 12월 11일 피노체트의 부대에 의해 살해당했습니다.

 

그의 가장 절친한 벗이자 시인인 파블로 네루다는 아옌데가 죽은 지 3주 만에 피노체트의 끄나풀들에 의해 이슬라 네그라 자택에서 독살당합니다. 네루다는 아름다운 시를 많이 남겼는데요. 그들은 모든 꽃을 꺾을 수 있어도 봄을 꺾지는 못한다. 우리의 적이 모든 꽃을 꺾을 수 있지만 결코 봄의 주인공일 수는 없다는 거죠. 이게 바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확신입니다.

 

Q. 당신이 꿈꾸는 유토피아는 어떤 모습인가요? 

 

제가 생각하는 유토피아요? 유토피아는 역사의 동력입니다. 이건 사실이죠. 유토피아는 우리 안에 있습니다. 전 완전히 다른 세상을 꿈꿔요. 그건 우리 안에 있죠. 민중의 집단 투쟁으로 이룰 유토피아는 장 폴 사르트르의 말처럼 구현될 겁니다.

 

적을 알고 적을 무찔러야 한다. 사르트르는 또 말했죠.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구속하는 이들을 증오하는 게 아니라 구속하는 구조 자체를 증오하는 것이다. 심리적 차원이 아니라 인간을 구속하는 것. 즉 자유, 존엄, 주권을 빼앗는 구조에 대해서 말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동안 제가 지향했던 사상과 생각들이 구현되기를 바라는데요. 그게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지는 저도 모릅니다.

 

여기 1948년에 선포된 인권 선언문이 있습니다. 1조를 읽어드리죠.

모든 인간은 존엄성과 권리를 가지고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난다. 인간은 이성과 양심을 부여받았으며 서로에게 형제애를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

 

3조는 이렇습니다. 모든 인간은 생존권, 자유권, 안전권을 갖는다. 이게 제가 바라는 세상이에요.

 

Q. 미래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아니요. 교훈을 주는 자들보다 더 나쁜 사람은 없어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피델 카스트로는 죽기 얼마 전에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가 어느 학교를 방문했을 때 인터뷰를 한건데요. 그때 피델 카스트로의 나이는 아흔 살이었죠. 기자들 중 한 명이 그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피델은 말했죠. 그들이 부러워요. 젊은이들에게 그들이 정말 부럽다고 전해 주세요. 제가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그것 뿐입니다. 그들이 젊었을 때 승리하게 될 투쟁을 하는 것. 그 투쟁은 승리할 겁니다. 제가 좋아하는 간디의 문장 중 하나인데요. 마하트마 간디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머물고 있을 때 모두가 정말에 빠져 있었죠. 영국의 힘은 막강했고 인종차별도 심했어요. 식민지배자는 말로 다하기 어려운 권력을 행사했고 인도인들은 노예처럼 다뤄졌습니다.

 

간디는 사망하기 전 마지막 연설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당신의 적들은 우선 당신을 무시하고 그리고 비웃고 짓밟는다. 하지만 당신이 승리한다.

 

모든 투쟁은 같은 방식입니다. 적들은 우선 당신을 무시하고 힘을 행사 하죠. 당신을 무시하고 실추시키며 비웃죠. 탄압을 통해 당신을 격렬히 짓밟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승리해요. 그것이 바로 간디의 예언이었고 이제 한국에서, 전 세계에서 실현이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반응형

댓글

💲 추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