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개들의 섬
무려 3만 년 전부터 인간과 함께한 반려견. 특유의 친화력에 거부할 수 없는 애교, 변치 않는 충성심과 의리까지. 댕댕이는 인간의 베스트 프렌드인데요. 이런 개들이 사람만큼 많았던 도시가 있었으니, 터키 이스탄불은 지금은 고양이 도시로 불리지만 도시 이름이 콘스탄티노플였던 150년 전에는 그야말로 개들의 세상이었습니다.
1867년, 도시를 방문한 미국 소설가 마트 드웨인도 이 풍경에 놀라 개 구경은 실컷했다고 말했다는데요. 콘스탄티노플에서는 개한테 나쁘게 대하면 도시에 재앙이 온다는 전설이 있었는데요. 때문에 사람들은 거리에 개 전용 밥그릇과 물그릇을 비치하며 떠돌이 개들을 극진히 돌봤고.

그 바람에 기하급수적으로 번식. 무려 8만 마리나 될 정도로 불어난 겁니다. 그러나 마흐무트 2세가 새로운 술탄으로 등극하면서 상황이 달라지니 개를 너무도 싫어했던 마흐무트 2세.

개들이 가난과 질병, 낙후된 도시의 상징이라며 콘스탄티노플에서 개들을 몰아내죠. 하지만 쫓아낸 개들을 시민들이 다시 데려오기를 반복하니 결국 1910년, 콘스탄티노플 시장은 도시에서 16km 떨어진 시브리아다섬으로 개들을 강제 이주시킵니다.

배편이 없었기에 사람들이 다시 데려올 수 없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이곳은 사방이 절벽에 식수조차 없는 무인도. 섬으로 보내진 8만 마리의 개들은 굶어 죽고, 바닷물을 마시다 죽고, 탈출하려고 육지로 헤엄치다 익사하는 등 아비규환 그 자체였죠. 그야말로 눈 뜨고 볼 수 없는 대학살이 벌어진 겁니다.

그런데 그 직후 도시를 강타한 지진. 이것은 서막에 불과했으니. 1912년 발칸 전쟁이 벌어지면서 수천 명이 사망하고 4년 뒤에는 1차 세계대전까지. 개에게 나쁘게 대하면 재앙이 온다는 사람들의 믿음이 현실이 된 건데요. 그래서 2012년 터키의 정당 동물당이 시브리아다섬을 방문. 사죄의 뜻으로 당시 죽어간 8만 마리의 개들을 기리는 추모비를 세웠다고 하죠.


플란다스의 개
반대로 개 이야기가 돈이 된 경우도 있으니. 때는 1970년대 벨기에 엔트호프의 호보켄 마을. 이 마을에는 언젠가부터 일본인 관광객들이 몰려들더니 네로와 파트라슈의 흔적을 찾고 안트베르펜 대성당에 걸린 루벤스의 그림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The Descent from the Cross)를 보며 흐느꼈다는데요. 그 유명한 동화 플란다스의 개 배경이 바로 이 마을이었던 겁니다.


1872년 영국의 소설가 위다가 발표한 동화 플란다스의 개. 네로는 반려견 파트라슈와 우유 배달을 하며 화가를 꿈꾸지만 냉혹한 현실에 좌절하다 성당에 걸린 루벤스의 그림을 보며 동사하고 말죠. 동화는 발표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1975년 일본의 후지테레비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방영되며 인기 폭발. 일본인들의 이야기의 배경이 된 호보켄을 찾아온 건데요.

문제는 관광청 직원 얀 코르테는 물론, 마을 주민 누구도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거. 이후 플란다스 개를 알게 된 얀 코르텔이 하늘이 주신 기회라며 관광 코스 개발을 강력 주장하여 네로와 파트라슈 동상이 세워지는 등 호보켄 마을은 동화 속 성지로 관광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아래 동영상은 너무나 슬픈 애니메이션 플란다스의 개 마지막 엔딩 장면. https://youtu.be/ZRzIzXDy9LQ
루즈벨트 대통령의 반려견
100년 넘게 이어진 백악관의 전통.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하고 대부분 백악관에서 반려견을 키웠는데요. 퍼스트 도그라 불리는 이 반려견 중에서 가장 인기를 얻었던 건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반려견이었던 팔라였죠.


스코티쉬 테리어 종으로 1940년 루즈벨트 대통령이 사촌에게 선물받은 게 팔라. 팔라는 공식 석상에도 해외 순방에도 늘 대통령과 함께였습니다.

하지만 백악관의 모든 사람이 계속 팔라에게 먹이를 주다보니 과식으로 인한 장 질환으로 병원 신세를 진 팔라. 그때부터 팔라의 식사는 루즈벨트가 직접 담당했고, 생일 때는 케이크까지 직접 만들어 줬다는데요. 대통령을 주방장이자 집사로 삼은 팔라. 대단하죠?
한편, 이런 반려견 사랑이 문제가 된 사건이 있었으니. 루즈벨트가 알류샨 열도 방문 당시 팔라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해군 구축함을 동원해 수색, 국민 혈세를 낭비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건 야당이었던 공화당이 퍼뜨린 가짜 뉴스. 루즈벨트는 그 유명한 팔라 연설로 정면돌파를 하죠.
[루즈벨트 : 나와 내 가족은 공화당의 공격에 분개하지 않아요. 하지만 내 반려견에 대한 명예 훼손 발언에 대해선 분개하고 반대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려견을 지키려는 그의 마음이 담긴 이 연설은 중도층의 지지까지 이끌어냈고 루즈벨트는 미 역사상 유일한 4선 대통령이 됐다는 거. 이후 루즈벨트가 사망한 후에도 7년을 더 산 팔라는 1952년 루즈벨트 옆에 묻혔죠.
빅토리아 여왕의 포메라니안
한편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도 소문난 애견인이었으니. 어린 시절부터 늘 반려견과 시간을 보냈던 빅토리아 여왕. 그러던 1888년. 그녀는 이탈리아 순방 중 만난 마르코라는 갈색 포메라니안을 영국으로 데려와 궁에서 애지중지 키웁니다. 이후 왕실 사육장에 포메라니안만 35마리가 있을 정도로 포메라니안에 홀릭된 빅토리아 여왕.
이 소식은 런던의 강아지 비스킷 회사의 직원 찰스 크러프츠의 귀에도 들어가니 비스킷 홍보를 위해 도그 쇼를 개최할 목적으로 빅토리아 여왕을 찾아가죠. 그렇게 빅토리아 여왕의 후원으로 탄생한 대회가 세계 3대 도그쇼인 크러프츠 도그쇼. 여왕은 도그쇼 오프닝에 포메라니안 6마리를 끌고 등장. 빅토리아 여왕 덕분에 포메라니안은 부자들의 애완견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됩니다.
1912년 타이타닉호 침몰 당시 1등석에서 삼아남은 애완견 3마리 중 2마리가 포메라니안일 정도였는데요. 하지만 빅토리아 여왕의 유별난 사랑이 정작 포메라니안에게는 재앙이 됐다는 사실.

원래 포메라니안은 북극에서 썰매를 끌던 개의 후손으로 몸무게 약 20kg의 대형견이었는데요.

작은 포메라니안을 원했던 빅토리아 여왕은 유럽 전역에서 포메라니안을 수입해 개량을 시도. 이후 1910년대 미국에서 또다시 개량해 3kg 미만의 초소형 강아지가 됐고 다리가 짧고 얇아지다 보니 관절 질환이라는 유전병을 앓게 됐죠.
포메라니안뿐만 아니라 길어진 목과 몸통 때문에 디스크로 고통받는 닥스훈트. 눈만 커진 채 안구를 잡아주는 뼈는 미처 발달하지 못한 시추까지. 인간의 욕심이 강아지들한테는 고통이 됐는데요. 인류의 친구 댕댕이들과의 공존을 위해 인간의 욕심은 버려야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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