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0년대, 미국 최고의 의료 기관 존스 홉킨스 병원 외과 수술실. 이곳에 손 씻기를 유독 강조하는 의사가 있었는데, 그는 이 집착 덕분에 세계인의 목숨을 구하게 된다.
1886년 존스 홉킨스 병원 외과 의사로 부임한 의사 윌리엄 스튜어트 할스테드(William Stewart Halsted).

30대 초반의 나이에 미국에서 최초로 담낭 절제술을 성공시키는 그는 내과 최고의 명인 윌리엄 오슬러, 제왕절개 수술을 보편화 시킨 산부인과 의사 하워드 켈리, 공중보건학을 확립한 병리학자 윌리엄 웰치와 함께 창립 교수로 초빙된 것이었다.



하지만 세균 감염의 위험성이 널리 알려지 않았던 당시 환자를 수술하는 의사들조차 도구를 소독하지 않고 수술을 집도했을 정도였다. 심지어 환자의 피가 묻은 의사 본인의 손을 환자를 살린 영광의 손이라 부르며 자랑스럽게 여겨 씻지도 않은 채 여러 명을 연달아 수술했다.
이에 수술 중 세균 감염으로 인한 사망률은 무려 50%. 사람들은 병원을 오히려 죽음의 집으로 부를 정도였다. 존스 홉킨스를 비롯한 대형 병원에서는 알코올의 일종인 페놀 용액으로 의사의 손을 소독하게 했지만 세균을 완벽하게 살균하기에는 무용지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적절한 마취, 정확한 절개, 출혈의 최소화, 무엇보다 완벽한 무균 환경을 강조했던 윌리엄. 그가 주장한 손 씻기는 무려 4단계로 비누로 손을 닦은 뒤 산성 용액으로 한 번 더 손을 씻어내고 박테리아를 소독하는 효과를 가진 뜨거운 옥살산에 손을 담근 다음 마지막으로 독한 염화수은 용액으로 세척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온갖 약품으로 손을 씻어야 했던 의사들의 손은 남아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뜻을 굽히지 않고 4단계 손씻기를 지시하는 그를 괴짜 악마 의사라고 불렀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의사들에게 강압적으로 손 씻기를 강요한 이후, 수술 중 감염되는 환자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뿐만 아니라 윌리엄은 탈장 수술과 유방암 치료를 위한 절제술까지 고안해내며 외과 최고의 명의로 이름을 떨치게 된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늘 까칠했던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단 한 사람, 바로 신입 간호사 캐롤라인 햄프턴이었다.

아름답고 성실한 캐롤라인에게 첫눈에 반한 윌리엄은 남몰래 그녀를 챙겨주었다. 하지만 윌리엄의 4단계 손씻기에 힘들어하는 건 캐롤라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독 피부가 약했던 캐롤라인은 강한 약품으로 손을 씻어내는 과정을 괴로워했고 결국 그 이후로 이직을 결정하게 된다.
고백 한 번 못 해본 채 남몰래 짝사랑만 하던 윌리엄은 신념과 사랑을 모두 지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얼마 후 윌리엄은 캐롤라인의 양손을 본떠 석고상을 만든 뒤, 이 석고상을 뉴욕의 굿이어 고무회사에 보내 그와 딱 맞는 맞춤형 고무장갑 제작을 요청한다.
당시 굿이어 고무회사는 타이어와 남성용 피임 도구를 만들던 회사로 이 기술을 이용해 얇고 튼튼하며 캐롤라인 손에 꼭 맞는 고무장갑을 만들어주었다. 이것이 바로 최초의 수술용 멸균 장갑으로 현재 전 세계에 없어서는 안 될 의료 용품, 의료진들이 사용하는 수술용 실리콘 장갑의 시초가 되었다.

이후 윌리엄은 의사들이 손을 멸균 상태로 만들지 않고도 세균 감염을 막을 수 있도록 이 장갑을 의료진에게 보급했다. 처음 의사들은 장갑을 끼면 손에 감각이 무뎌져 수술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거부했지만, 이 장갑이 단순히 손을 보호하는 것뿐만 아니라, 손에 남아 있는 세균을 완벽 차단, 수술 중 감염률을 현저하게 감소시킨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의료인들이 수술용 멸균 장갑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인류는 세균 감염의 위험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지게 된 것이었다. 이처럼 손 씻기를 강조하던 의사 윌리엄이 사랑으로 발명한 것이 수술용 멸균 장갑이다.
그리고 윌리엄과 캐롤라인 두 사람은 1890년 결혼식을 올린 뒤 여생을 함께하며 해피엔딩을 맞았다. 가장 로맨틱한 발명품으로 불리는 수술용 멸균 장갑. 인류를 세균 감염의 위협에서 구한 그의 업적은 오늘날까지도 널리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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