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태권도에 날아온 내용증명
약 2주 전입니다. 미국 만화출판사 DC코믹스사가 국내 태권도장들에게 '슈퍼맨'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상호와 이미지를 사용 중지하라는 내용 증명을 발송했는데요. 아래가 실제 날아온 내용증명입니다.
[내용증명 받은 태권도 관장 : 슈퍼맨 태권도라는 상호가 이제 10년 이상 됐거든요. 그런데도 별다른 내용은 없었는데, 저희도 많이 궁금하네요. 갑자기 왜 그렇게 하는지가.]
갑자기 날아온 슈퍼맨 사용 중지 논란.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시민1 : 일상적으로도 좀 많이 쓰이기도 하고 억지 아닌가]
[시민2 : 슈퍼맨 이미지에 손상이 간다거나 제작사에 엄청 금전적인 피해를 주거나 그런 게 없으니까 정당한 건 아닌 거 같아요.]
[시민3 : 이미 슈퍼맨이란 단어는 고유명사나 대명사처럼 사람들이 많이 인식하고 그것에 대해서 많이 이용하고 있는 건데 갑자기 제재를 건다는 것 자체가 조금 의아해요.]
슈퍼맨 한글 단어도 상표로 등록되어 있다
의아한 점은 또 있습니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세계적인 대기업의 법률대리인으로 국내 대형 법률 사무소까지 붙은 이번 사건. 이 논란에 대해서 문의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는데요. 하지만 확실한 건 문제가 된 태권도장들은 슈퍼맨이 포함된 상호부터 각종 물품 등을 쓰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슈퍼맨을 사용하는 게 왜 문제가 되는 걸까요?
이미지를 함부로 사용하면 문제가 된다는 건 다들 알고 계실 텐데요. 하지만 '슈퍼맨'이라는 이 한글 단어도 엄연히 상표라는 겁니다. 2017년 DC코믹스사는 슈퍼맨이라는 단어를 상표로 등록했는데요. 특허정보넷 키프리스(KIPRIS)라는 사이트에서 검색해보면 아래와 같이 슈퍼맨이 등록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손인호 변리사 : DC코믹스사에서 사업을 이제 다각화하려고 관련 없는 상품들도 막 등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저것 다 등록해서 상품 개수가 637개.]
상표 검색 사이트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봤더니 DC코믹스사에서 슈퍼맨 상표에 걸어놓은 지정 상품 종류만 무려 637개나 됩니다.
[손인호 변리사 : 그 중의 하나가 이 '스포츠 장소 제공업'과 관련된 부분이 있었는데, 체육관과 비슷하다고 보게 되면 이렇게 문제가 되는 상황입니다.]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태권도 관장
DC코믹스사가 등록해놓은 분야에 해당이 된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거죠. 내용증명을 받은 업체들의 입장은 어떨까요?
[내용증명을 받은 태권도 관장 : 저희가 지금 슈퍼맨이라는 상호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을 변경하게 되면 사업자도 같이 변경해야 하는 부분이 생기고요. 물품 준비 같은 부분에서도 대량으로 준비하고 있는데, 그런 데서 오는 금전적인 피해도 엄청나죠. 저희가 변호사 상담도 잠깐 해보고 했었지만 된다, 안 된다가 명확하게 나오지 않은 상태라서.]
관행에 따라 사용한 것으로 허용될수도 있지만, 안될수도 있어
하지만 길게는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상호로 영업을 해 온 곳도 있는 상황. 이 상호, 이대로 바꿔야 하는 걸까요?
[김선하 변리사 겸 변호사 : 상표법 중에 상표 등록이 되어있지만 상표 효력이 제한되는 경우에 관해서 규정을 하고 있어요.]
상표법 제90조 1항에 따르면 "명칭 또는 상호 등 저명한 약칭을 상거래 관행에 따라 사용할 시 그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라고 되어있습니다. 등록된 상표더라도 순수하게 상호로 표기한 행위에 한해서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는 거죠.
[김선하 변리사 겸 변호사 : 슈퍼맨이라는 게 굉장히 유명한 만화 캐릭터이기는 하지만 태권도장이라는 스포츠업을 하는 데 있어서 영업표지로 현재 기능을 하고 있는지, 그래서 실질적으로 국내에 태권도장을 의미하는 영업표지로서 알려져 있는지, 그래서 이런 부분을 주장해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하지만 만약에 패소하게 되면 간판을 다 내려야 하고요. 금전적으로 발생시킨 손실에 대해서 손해배상해야 할 의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당장 검색창에 슈퍼맨이라고 쳐보면 상호명으로 확인되는 것만 200군데가 훌쩍 넘습니다. 이렇게나 널리 쓰이는데 앞으로 전부 쓰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걸까요?
[김선하 변리사 겸 변호사 : 유사 사례에서 계속 이 판례가 원용이 되면서 그 판례의 결론에 따라서 결론지어지겠죠.]
DC코믹스가 갑자기 이러는 이유는?
이대로라면 단순히 태권도장에서 문제가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상황이 복잡해질 수도 있는 건데요. 확인한 결과 DC코믹스 사가 국내에서 슈퍼맨 상표권을 처음 획득한 시기는 무려 1954년입니다. 상표권 갱신 주기가 10년이라고 하니까 아주 예전부터 등록을 하고 또 꾸준히 관리해 왔다는 건데요. 그렇다면 슈퍼맨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곳이 많다는 것도 분명 알았을 거란 말이죠. 그런데 왜 하필 지금에서야 문제 삼게 된 걸까요?
[이성민 교수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 최근에 국내에서 DC코믹스사 만화 연재가 시작됐습니다. 대중적으로 DC코믹스사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싶은 마음이 있고 한국을 중요한 시장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을 하는 거고요. 사업들을 확장하는 과정 중에 벌어진 일이라고 저는 보고요.]
한국의 미디어 콘텐츠 시장이 커짐에 따라서 이제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자사 콘텐츠를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이성민 교수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 캐릭터 상품이 될 때 저작권으로서도 갖지만 상표로서 가치가 있어야 하는데 사람들이 그렇게 일반명사처럼 슈퍼맨을 마음대로 쓰면 모두가 일반명사처럼 구분이 안 되니까 상표로서 효력이 없으니 상표로서의 권리를 나중에 깨버릴 수가 있거든요. 그게 사실 상표를 가진 입장에서는 두려운 일인 거죠. 제일 대중적인 업종에서 못 쓸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이번 내용증명을 보낸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DC코믹스 사가 슈퍼맨으로 기존 등록되어 있던 한 상표에 대해서 현재 상표 무효 심판을 진행 중인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만큼 상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거죠.
불닭, 초코파이, 호빵 등은 상표권이 없어
하지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검색을 해 보면 슈퍼맨은 초월적 힘을 지닌 사람을 뜻한다고 명사로 등재되어 있는데요. 이걸 상표라고 볼 수 있을까요?
[손인호 변리사 : 저희가 불닭이라는 것은 불닭볶음면 이런 식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단어잖아요. 불닭을 처음 누군가가 신조어로 만들었을 때는 새롭다고 해서 상표로 등록이 됐습니다.]
아주 매운 닭 요리를 할 때 흔히 쓰이는 단어 '불닭'이 사실 상표였다는 거 알고 계셨습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래와 같이 그 등록이 소멸된 상태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손인호 변리사 : 특허법원까지 올라가서 치열하게 다투다가 주변에 설문조사를 다 해봤더니 이게 불닭이라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고 해서 최종적으로 법원은 일반 단어라고 인정하고 상표권 침해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초코파이와 호빵도 같은 이유로 더 이상 상표가 아니게 된 대표적인 사례. 너무 많이 쓰여서 더는 상표로써 기능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겁니다. 일반명사냐 상표냐. 슈퍼맨, 이 단어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이성민 교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 소상공인을 통해서 그 일을 한다는 게 사실은 우리 정서에서는 납득되지 않지만 현재 법적으로 보면 상표법 위반이에요. 저작물이 브랜드화돼서 산업으로 확장되어가는 시기여서 이런 식의 충돌들이 더 많이 생길 수는 있는 거고 이거를 깨려면 '애초에 상표등록 자체를 너희가 잘못한 거야'라고 상표등록 무효 심판을 걸고 그때 쟁점이 되는 게 이게 진짜 독자적인 브랜드로서의 가치가 있냐 이걸 따지겠죠.]
글로벌 시대에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상표권. 그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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