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0년대 미국 미시간주. 철저한 금욕주의자로 성욕을 극단적으로 혐오한 남자. 그는 미국의 외과의사 존 하비 켈로그(John Harvey Kellogg)로 매일 순결함을 상징하는 하얀색 옷만 입었다.

그는 아내와는 각방을 사용하고 자녀들은 입양하는 등 철저히 자신의 신념을 실천했다. 그러던 1876년, 미국 미시간주 배틀크리크 요양원의 원장으로 부임하게 된 존. 그는 이곳에서도 혼인의 금욕주의 생활을 강요했다.
그는 환자들에게 매일 아침 7시에 규칙적인 체조로 하루를 시작하도록 했으며, 정신을 맑게 해야 한다며 냉수 목욕을, 더러운 것을 씻어내야 한다며 관장을 실시했다. 심지어 기름진 육류 위주의 식단이 성욕을 키우는 주범이라며 채식을 강요했고, 자극적인 맛을 내는 소스나 조미료도 엄격하게 금지하며 요양원의 독불장군처럼 군림했다.


그런 그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보필하던 사람이 바로 존의 8살 아래 친동생 윌 키스 켈로그(Will Keith Kellogg)였다. 그는 요양원의 재무 담당이자, 불만 처리 담당자, 그리고 마케팅 담당에 수행비서까지 몸이 10개여도 모자랄 정도로 요양원의 모든 일들을 도맡아 했다.

하지만 존은 이런 윌을 사람 이하로 대접하고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업무 지시를 내리는가 하면 동생에게 인격적인 모독도 서슴지 않았다. 그럼에도 똑똑했던 형에 비해 학습적인 면에서 늘 심하게 뒤쳐지던 윌은 이런 취급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런데 우연히 자신의 눈 상태를 알게 된 윌. 바로 앞의 물체만 겨우 볼 수 있는 고도 근시에다가 앞이 뿌옇게 보이는 난시까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안경으로 시력을 교정하자 일의 능률이 오르며 새로운 삶이 펼쳐지는데, 사실 총명했던 윌은 더 이상 존이 무시 못할 만큼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이다.
그러던 1894년. 형제의 운명을 바꾼 사건이 발생한다. 식사 준비를 위해 통밀가루를 반죽하다 잠시 자리를 비운 윌. 그 사이 반죽은 단단하게 굳어버렸는데, 윌이 다시 반죽을 만들려고 하자 존은 어짜피 영양소는 그대로일테니 그냥 조리하라고 지시한다.
존의 지시대로 굳은 반죽을 밀대로 얇게 밀어 굽자 구워진 반죽이 으스러지면서 작고 바삭한 전혀 다른 식감의 음식이 만들어진다.


채식만 하다 이를 먹게 된 환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처럼 실수로 만들어진 음식, 바로 오늘날 아침 식사의 대명사 시리얼이었던 것이다. 바삭한 식감에 균형 잡힌 영양소를 자랑하는 시리얼은 그야말로 획기적인 음식이었다.

하지만 시리얼을 두고 형제의 선택은 달랐다. 단순히 요양원 환자들의 금욕주의적인 생활을 위해 시리얼을 제공한 존과 달리 윌은 시리얼에 설탕이나 초콜릿을 입혀 이를 상업화 시키기로 했던 것이다.
이후 요양원을 떠나 독자적으로 자신의 성을 딴 회사 켈로그를 설립, 본격적으로 시리얼을 팔기 시작한 윌.



그는 식품 업계 최초로 영양사를 영입해 식습관을 연구했고, 역시나 최초로 제품의 영양 정보를 포장 겉면에 공개했으며, 슈퍼 주인에게 윙크를 하면 시리얼을 공짜로 주는 당시로서는 기발한 마케팅까지 실시했다. 윌은 그동안 숨겨뒀던 사업가 기질을 발휘했고 그 결과 윌의 시리얼은 엄청난 인기를 얻으면서 미국인의 아침 식탁의 필수품이 되었다.

하지만 윌의 성공에 화가 난 존은 시리얼에 대한 특허권이 자신에게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이 소송은 무려 10년을 끌게 된다. 법원은 결국 윌의 손을 들어줬지만 형제는 다시는 서로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
그리고 이후 존은 막대한 변호사비용을 대느라 파산했고 요양원 원장직에서도 쫓겨났으며 결혼 생활까지 파탄나 폐인처럼 지내게 된다.
그후 1943년. 존은 동생에게 사과의 편지를 남기고 숨을 거둔다. 그런데 앙숙이 된 형제 사이를 알고 있던 그의 비서는 편지를 전하지 않았는데, 존의 편지가 전해진 건 8년 뒤, 윌이 녹내장으로 시력을 거의 잃은 채 임종을 앞둔 날이었다.
편지의 내용은 존이 자신의 모든 잘못을 사과하고 싶고 동생이 자랑스럽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윌은 형의 편지를 읽으며 뒤늦은 용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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