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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묘지를 파헤쳐 두개골의 치아를 훔친 남자

ˍ 2022.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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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중앙 묘지. 이곳에 있는 두 개의 무덤이 파헤쳐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런데 묘지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두개골. 도둑이 훔쳐간 것은 바로 두개골의 치아였다.

 

음악의 도시로 불리는 오스트리아 빈. 특히 빈 중앙 묘지는 베토벤, 슈베르트 등 누구나 알 만한 유명 음악가들이 잠들어 있는 곳으로 유명한데, 2012년 누군가 이 묘지의 무덤 두 곳을 도굴한 뒤 펜치로 치아를 빼내어가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피해자는 베토벤의 뒤를 잇는 교향곡의 작곡가이자 낭만주의 음악의 거장 브람스. 그리고 또 다른 피해자는 봄의 소리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으로 유명한 왈츠 음악의 거장 요한 슈트라우스 2세였다.

(좌)브람스, (우)요한 슈트라우스 2세

19세기 유럽을 대표하는 작곡가이자 생전 절친한 친구 사이로 빈 중앙 묘지에도 나란히 묻힌 거장의 묘지가 동시에 파헤쳐진 사건. 이에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고 오스트리아 연방경찰도 곧바로 수사를 시작한다.

 

사실 유명인의 신체 도난 사건은 처음이 아니었다. 1908년 트럼펫 협주곡으로 유명한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 역시 두개골을 도난당했는데, 그의 음악적 재능을 동경하던 범인들이 두개골을 훔쳐간 것으로, 하이든의 두개골은 무려 145년 만에 제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시신에서도 그가 망원경을 볼 때 주로 사용했던 손가락이 절단되어 사라졌고, 심지어 1955년에는 토마스 스톨츠 하비라는 병리학자가 아인슈타인의 뇌를 연구하기 위해 시신에서 그의 뇌를 일부 적출했다.

 

하지만 신체 도난 사건의 대부분은 유명인의 재능과 관련이 있는 부분이 표적이 되었던 것과는 달리 브람스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경우 음악적 재능과 무관한 치아가 없어졌다는 점에서 특이했다.

 

경찰이 주목한 것은 바로 의치. 중세시대부터 유럽에서 설탕이 대유행하면서 귀족들의 치아는 새카맣게 썩어 갔고 때문에 초상화를 그릴 때 썩은 이가 보이지 않게끔 미소 대신 입을 꽉 다문 포즈만 취했을 정도였다. 이후 의치 기술이 생겨난 19세기부터 귀족들은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금이나 동물의 이빨로 만든 의치를 부착했고 이는 희소성 때문에 수집가를 사이에서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이에 경찰은 범인이 의치를 경매에 붙여 돈을 벌고자 두 거장의 의치를 훔친 것으로 보았지만 사건의 목격자는 물론 범인의 지문이나 증거도 전혀 없었기에 사건은 미궁 속에 빠진다.

 

그런데 요한 슈트라우스 2세를 연구하는 협회 사무실에 걸려 온 전화. 놀랍게도 남자는 자신이 치아를 훔쳐간 범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경찰서로 자신이 범인임을 밝히는 편지까지 보낸다. 그러나 지문이나 발신지 등 범인을 추적할 증거는 전혀 남기지 않는 치밀함을 보였다.

 

그런데 얼마 후. 오스트리아 언론을 떠들썩한 영상이 인터넷에 업로드된다. 놀랍게도 치아 도둑의 사건의 범인이 자신의 얼굴과 이름 그리고 범행 당일의 도굴 과정까지 모두 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린 것이다. 이 대범한 범인은 슬로바키아 출신의 온드레이 야이차이(Ondrej Jajcaj).

그는 자신이 범인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라며 브람스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치아를 찍은 사진까지 공개했는데, 심지어 묘지에 묻힌 600구 이상의 시신에서 치아를 도굴했다는 온드레이.

 

그의 대범한 행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슬로바키아 언론과 인터뷰하며 자신을 고고학자라 칭하는가 하면 직접 무덤을 파헤치며 자신의 범행 장면을 재연했고 도굴한 치아로 전시회를 열기까지 했다.

 

또한 치아를 도굴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낱낱이 밝혔는데 그의 주장에 따르면 어릴 때부터 유독 치아나 의치에 집착했던 온드레이. 그러다 자신만의 치아 박물관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를 갖게 됐고. 무덤을 파헤친 뒤 치아만 빼내는 행각을 10대 시절부터 무려 20년 넘게 해왔다는 것이다.

 

특히 브람스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치아를 훔친 이유는 유명인들의 치아를 자신의 박물관에 전시해 화제를 모으기 위해서였는데 이런 온드레이의 자백에 곧바로 그를 절도죄로 체포한 오스트리아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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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온드레이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브람스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치아를 훔친 것은 이미 사건 발생 10년 전인 2002년. 그런데 범행 10년 후 2012년, 일부러 본인이 도굴했던 무덤을 다시 파헤쳐 치아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렸다는 것으로, 오스트리아의 절도죄 공소시효는 10년. 이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시점에 범행을 밝혔던 것이다.

 

오히려 지난 10년간 무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오스트리아 당국을 비난하는 온드레이. 실제로 CCTV에 두 차례의 범행이 모두 찍히지 않았고 목격자도 없어 애초에 이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는 것이다. 결국 온드레이는 공소시효 만료로 브람스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치아 도굴에 대한 어떤 처벌도 받지 않게 되었다.

 

심지어 자신이 훔친 의치를 노리는 다른 도굴꾼에게 위협당하고 있다며 자국에 신변 보호를 요청하는 등 뻔뻔한 모습을 보인 온드레이. 2016년 브람스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치아를 원래 자리로 돌려 놓기는 했지만 이 과정을 영화 <비엔나 콜링(Vienna Calling)으로 제작, 공개하며 또 한 번 모두를 농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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