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인수위원회가 국민소통플랫폼 <국민 생각함>을 통해서 생활밀착형 후보 과제 우선 시행 순위를 조사한 결과 1위로 꼽힌 것은 바로 실손보험의 청구 간소화였다고 합니다.
가입자 약 4천 명에 달하면서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 하지만 가입자가 직접 서류를 떼서 보험사에 청구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죠. 이에 2009년부터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는데요. 총 5개 법안이 국회 계류된 상황에서 최근 여섯 번째 법안이 나오면서 보험계의 숙원사업이 이루어질 거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28일 대한의사협회에서 법안을 막기 위한 별도 조직까지 구성하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저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요. 기존에는 증명 서류를 가입자가 직접 보험회사에 보냈다면 발의안은 병원에 청구 요청만 하면 병원에서 전산 시스템으로 직접 보험 회사에 보내거나 제3의 중개 기관에게 위탁해서 보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건데요.
통계에 따르면 약 78%의 가입자가 청구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실손보험청구 간소화를 놓고 보험업계 또 의료계가 찬반 논쟁을 벌이는 이유가 대체 뭘까요.
[좌훈정 대한개원의협의회 기획부회장 :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했을 때 보험금이 아무 문제 없이 전액 지급된다는 것을 전제로 해서 이해하고 있는데, 정작 보험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세요.]
지급이 되지 않을 수가 있다고요?
[좌훈정 대한개원의협의회 기획부회장 : 의료기관의 데이터를 받아서 보험회사에서 심사해서 결과에 따라 지급하겠다는 얘기거든요. 청구 간소화라는 이름 아래 심사 강화가 들어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만약 전산화가 된다면 개인의 의료정보들이 데이터가 돼서 보험회사에 쌓이게 될 테고 그것이 보험금 지급 심사를 더 강화할 수 있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보험 업계는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김도무 손해사정사 : 보험 면책이냐 부책이냐에 대한 이 논쟁의 중심은 과잉 진료입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백내장 수술이 있는데요. 반복된 과잉 진료로 보험 업계에서 심사를 강화해서 일부 가입자들이 지급을 거절당하기도 했습니다.
[김도무 손해사정사 : 이 백내장 수술에 대해서 거의 다 대부분이 비급여입니다. 어느 병원은 400만 원부터 어느 병원은 1,400만 원까지 해서 차이가 나고 있어요.]
과도한 비급여 비용으로 보험료 누수가 심각해 지난 4월 금융감독원에서 백내장 관련 주의 공지를 내릴 정도였는데요.
[김도무 손해사정사 : 지금 의료업계에서 걱정하는 거는 보험금 지급되는 걸 안 되게 할까 봐 걱정하는 건데 그럴 일은 없습니다. 지금 이 시스템이 만들어졌다고 하면 이후에는 과잉 진료가 아주 투명해지고 완전히 사라진다고 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좋겠죠.]
[좌훈정 대한개원의협의회 기획부회장 : 좀 더 좋은 치료를 하는 의료기관은 가격이 조금 높게 매겨질 수가 있고 낮은 수준의 의료행위 같은 경우 그에 따라서 가격이 조금 내려가게 돼 있거든요. 그 시장 경쟁을 통해서 '좀 더 좋은 서비스를 받고도 싸더라' 이렇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상실된다는 거죠.]
경력이나 진료에 사용하는 의료기기 등에 따라서 비급여의 가격은 변동될 수밖에 없는데 그 비용을 표준화시킨다면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이유도 없어진다는 거죠. 그렇다면 혹시 보험사가 개인의 의료 정보를 이용해 가입을 거부할 수도 있을까요?
[김도무 손해사정사 : 이 정보들을 갖고 있으면 '보험 가입 안시켜주는 거 아니야? 어려운 것 아니야?' 지금 의료계가 걱정하는 건 고지의무 위반 즉, 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을 생각하는 건데]
만약 청구가 간소화된다면 보험 가입을 안 시켜주는 게 아니라 가입이 안 되는 사람을 사전에 알 수 있는 효과가 있다는 겁니다.
[김도무 손해사정사 : 이 시스템이 만들어진다고 하면 '고지의무 위반으로 당신 보험을 해지한다'는 얘기는 절대 나올 수 없겠죠. 보험사는 이미 다 알고 있었다는 거죠.]
하지만 의료 기록에는 아주 민감한 의료 정보들도 포함될 수 있다 보니 그것이 또 다른 상업적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입니다.
[좌훈정 대한개원의협의회 기획부회장 : 저희가 제일 우려하는 부분은 이것입니다. 환자의 데이터가 보험회사 쪽으로 많이 건너가게 된다면 결국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손해가 나는 환자들은 보험 갱신을 거절하고 상대적으로 건강한 환자들만 골라 받지 않겠느냐, 정말 보험사의 폭리만 조장하는 법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손보험 가입자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데도 포기한 경험이 약 47%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청구하지 않은 이유로는 진료 금액이 소액이거나 병원에 들를 시간이 없다는 등 다양했는데요. 청구 방식이 간소화된다면 이 문제들도 해결되냐는 건데요.
[김헌수 교수 / 순천향대학교 금융경영학과 : 실손보험은 굉장히 오래됐거든요 . 그래서 1세대 팔 때 1세대 상품이 지금 보니까 청구 건수가 1억 건씩 이렇게 되기 때문에 실손보험이 5년, 10년 뒤에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올 줄은 몰랐고.]
최초의 1세대 실손보험은 자기의 부담금 비율이 0%여서 이로 인한 보험계의 적자가 어마어마한 상황.
[김헌수 교수 / 순천향대학교 금융경영학과 : 청구 간소화를 통해서 처리 속도가 굉장히 빨리 늘어나기 때문에 의료진 입장에서 실손보험을 통해서 새로운 비급여를 만들어서 이익을 취하는 범위가 굉장히 줄어들 거예요. 보험회사 청구 심사 효율화는 좀 더 올라가서 아마도 제가 볼 때는 인력이 1/5 정도로 줄 수도 있어요. 사실은 그 비용도 상당하거든요. 어느 정도 자기들은 그렇게 손해가 크지 않을 것이다 상상할 수 있어요.]
즉, 과잉 진료로 인한 누수를 막고 심사 인력이 줄어들어 인건비를 아끼게 되면 지금의 적자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거죠. 그렇다면 의료계는 어떨까요.
[김헌수 교수 / 순천향대학교 IT금융경영학과 : 의료계는 우리가 급여항목이라고 하는 국민건강보험을 통해서 치료하는 것에 대해서는 큰 수익을 내고 있지 못해요. 왜냐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엄격하게 사실은 심사하기 때문에. 그런데 비급여는 기본적으로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심사하는 사람이 지금은 없기 때문에 대부분 그대로 의료계는 환자한테 받고 그다음에 환자는 보험사에 청구하고 그래서 비급여가 병원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중요한 수입원이에요.]
엄격한 심사 기준을 두는 급여와 달리 비급여는 병원에서 마음대로 비용을 책정할 수 있는데요. 이런 과도한 비급여의 비용이나 패턴을 전산화를 통해 드러나게 되는 걸 막기 위해서 의료계가 간소화를 거부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실손보험 청구가 간소화된다면 의료 정보가 정말 유출될 수 있는 걸까요?
[최혜원 변호사 : 어쨌든 지금도 내가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려면 자료는 무조건 보험사에 제공해야 해요. 내가 병원에서 받아서 제공할 건지 아니면 내가 병원한테 네가 직접 보험사에 제공하라고 할 건지 그거는 내가 결정을 하면 되는 거고 보험사와 관련해서 이러한 정보는 보험사가 알면 안 좋다는 정보가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거는 실손보험 청구를 안 하면 되는 거고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정말로 청구 간소화가 실행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헌수 교수 / 천양대학교 경영학과 : 앞으로 이 시스템이 작동하면 굉장히 신속하고 정확해지는 장점이 있어요. 그거는 부인할 수 없어요. 소비자들 중심에서 이 법안도 주로 논의가 돼야 해요. 이 논의를 하면서 보험회사와 의료진들 양쪽 의견 너무 많이 듣는 것으로는 결국 이 안이 나아가지 못한다고 봐요.]
가입자들을 위한 결정이라면 누구보다도 가입자들의 목소리가 먼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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