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식품을 살 때 대부분 유통기한 다들 확인하시죠? 그런데 내년 1월 1일부터는 식품의 유통기한이 아닌 소비기한이 찍혀 나옵니다. 지난해 8월 식약처에서 식품표시법을 바꾸겠다고 했기 때문인데요.
유통기한은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최종일을 의미하는데요. 이는 영업자 중심의 표시 제도고요. 소비기한은 보관, 섭취 시 이상이 없는 최종일을 뜻합니다. 소비자 중심의 표시 제도인 거죠.
사실 우리는 유통기한에 잘 적응해서 지내고 있잖아요. 그런데도 왜 바꾸냐고요? 첫 번째 이유는 유통기한의 탄생과 관련이 있는데요. 유통기한이 처음 도입된 건 1985년. 당시 식품 제조 기술과 냉장 유통 방식은 지금처럼 완벽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식품의 변질을 우려해 유통기한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한 거죠. 그런데 이제는 기술과 인프라가 충분히 충분히 구축돼 있어 제도의 도입 이유가 사라져버린 거죠.
두 번째 이유는 세계적 흐름입니다. 일본, 호주, 캐나다 등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소비기한을 사용하고 있고요. 우리나라처럼 유통기한을 쓰고 있는 미국도 2019년도부터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표시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유통기한이 표시된 한국 제품은 국제사회 표기와 일치하지 않아서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거죠. 그래서 이런 국제적 추세에 맞춰 바꾸겠다는 겁니다.
유통기한이 사라지는 마지막 이유, 바로 환경입니다. 우유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우유를 며칠 안에 마셔야 되는지 아시나요? 보관이 잘된 냉장 상태라면 최장 60일까지 두고 마셔도 됩니다. 그밖에도 아래 표를 보시면 두부, 식빵처럼 며칠 내에 먹어야 한다고 알고 있던 제품들도 소비기한이 훨씬 길죠?
식품 | 유통기한 | 소비기한 | 비고 |
우유 | 10일 | 60일 | 냉장보관 필수 |
유음료(액상커피) | 11주 | 15주 | |
슬라이스치즈 | 6개월 | 8개월 | |
달걀 | 20일 | 45일 | |
두부 | 14일 | 104일 | |
식빵 | 3일 | 23일 | 밀봉후 냉장보관 |
생면(유탕면 비포함) | 상이 | +50일 | |
냉동만두 | 9개월 | 10개월 | 냉동보관 |
그럼에도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물 대부분은 그냥 버려지고 있는데요. 이 음식물 쓰레기는 부패하는 순간부터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해서 환경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요. 그러니 소비기한을 표기해서 버려지는 음식을 줄이고 탄소중립도 실현하겠다는 계획인 거죠.
하지만 소비기한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습니다. 지금은 유통기한 표기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책임을 지고 있지만 소비기한이 도입되면 그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진다는 건데요. 또 지금 우리가 유통기한이 더 긴 식품을 골라서 사듯 소비기한이 더 긴 제품만 사려는 현상이 심해질 거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소비기한 만료일은 곧 폐기일을 뜻하니까요. 그래서 정책 의도와 달리 식품 폐기량은 감소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잘 자리 잡을 수 있을까요?
[이학태 겸임교수 / 서정대학교 식품영양과 :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조금 혼란이 생길 것 같아요. 유통기한이라는 제도가 1985년부터 지속됐기 때문에 그것을 소비기한으로 바꿀 때는 국민들이 충분히 알 수 있도록 많은 홍보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고요. 소비기한 자체를 오해하면 안전 문제와 직결될 수 있거든요. 소비기한이 제품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최종 마지노선이다 생각하시고 기간이 지난 식품은 여지없이 버려주시는 게 좋죠.]
소비기한 표시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사용된 제도인 만큼 관심과 대비가 어느 정도 필요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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