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4월. 스페인의 항구 도시 우엘바에서 발견된 영국 해군의 시신. 그리고 이 시신이 가지고 있던 한 장의 기밀 문서.

이 기밀 문서 덕분에 연합군의 기습 공격이 성공하면서 2차 세계대전의 판도가 단번에 뒤바뀐다. 역사는 이를 이렇게 불렀다. 민스미트 작전(Operation Mincemeat).
전쟁에서 가장 효과적인 전략 중 하나는 상대를 속이는 것. 바로 기만 작전이다. 2차 세계대전에서도 연합군은 나치군을 상대로 다양한 기만 작전을 시행했는데, 그중 가장 경이롭다고 평가받는 민스미트 작전. 그런데 이 작전은 뜻밖의 인물로부터 시작됐다.
1943년 독일 나치군이 유럽을 장악하자 유럽 탈환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 연합군. 각국 정상들의 격론 끝에 연합군의 최초 상륙 지역으로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이 최종 낙점된다. 시칠리아는 지중해에 위치한 데다 이탈리아를 거쳐 적국인 독일까지 곧장 갈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
문제는 영국의 총리 처칠마저 "바보가 아니라면 누구나 시칠리아로 갈 것"이라고 말했을 만큼 나치군도 계획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것. 연합군은 자신들이 시칠리아가 아닌 다른 지역을 침공할 거라고 믿게끔 어떻게 나치군을 속여야 할지 회의를 했다. 그때 영국 해군 정보국장 존 갓프리가 내민 비밀 노트. 그것은 미끼로 송어를 낚는 것처럼 전쟁 시 적군을 속일 수 있는 것을 모아놓은 일명 '송어 메모(Trout Memo)'였다.
사실 이 송어 메모는 그의 보좌관이 작성한 것이었다. 그 보좌관의 이름은 이안 플레밍.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파이, 제임스 본드를 만들어낸 007 시리즈의 원작 소설가였다.

그는 1939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영국 해군에 입대해 존 갓프리의 보좌관으로 복무하면서 직접 아이디어를 내어 송어 메모를 집필했다. 그 안에 기록된 속임수 작전은 총 54개. 그중 28번째 작전은 바질 톰슨이라는 추리 소설 작가가 쓴 책에서 착안한 것으로, 방법은 이런 것이다.
우선 시신을 하나 구해 우리 군인처럼 꾸민다. 이 군인에게는 아주 중요한 기밀문서가 있다. 물론 가짜 정보를 담은 기밀문서이다. 그다음 이 군인이 비행기 사고로 추락한 것처럼 보이도록 시신을 바다에 유기한다. 그후 이 시신과 기밀문서를 나치군이 확보한다면 기밀문서의 가짜 정보를 진짜라고 믿게 된는 것이다.
군인으로 위장한 시신, 그리고 가짜 정보를 담은 기밀문서로 나치군을 속이는 것. 이것이 민스미트 작전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난관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민스미트 작전의 실무자로 일하게 된 영국 해군 정보국 변호사 이웬 몬태규와 영국 공군 장교 찰스 첨리.


두 사람이 찾는 작전용 시신의 조건은 매우 까다로웠다. 첫째, 시신이 사라져도 찾을 사람이 없는 무연고자일 것. 둘째, 부검에 대비해 익사나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시신일 것. 하지만 이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시신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서 찾은 차선책이 영국 웨일스 출신의 34세 남성 글린드르 마이클의 시신. 부모가 사망한 후 가족들과 인연을 끊고 알코올 중독자로 노숙자 생활을 하던 중 쥐약이 묻은 빵을 먹고 숨을 거둔 남자로, 독극물의 양이 극소량이라 사인을 밝히기 쉽지 않을 거라는 법의학자 버나드 스필즈베리의 자문에 따른 결정이었다.
그리고 시신에 이름을 붙여야 했는데 작전용 시신의 이름은 당시 영국 해군 중 동명이인이 가장 많았던 윌리엄 마틴(William Martin). 훗날 나치군이 추적하더라도 인원이 많아 시간을 충분히 벌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신분증에 붙일 사진에 있었다. 해결책은 시신과 닮은 사람을 찾는 것뿐. 수소문 끝에 시신과 비슷한 얼굴을 가진 영국 보안정보국 MI5 소속 대위 로니 리드에게 사진 활영을 부탁해 그의 사진을 윌리엄 마틴의 신분증에 부착했다.

그 밖에도 윌리엄 마틴이 실존 인물처럼 보일 수 있도록 영국 보안정보국 MI5 직원 진 레슬리를 약혼자로 위장, 사진과 연애 편지, 약혼 반지를 구매한 영수증과 함께 은행에서 보내온 채무 독촉장, 런던 극장의 티켓 등을 윌리엄 마틴의 소지품으로 추가했다.
다음은 나치군을 교란할 기밀문서를 만드는 일. 영군군 수뇌부 '아치볼드 나이'가 튀니지의 영국군 장교 '해럴드 알렉산더'에게 보내는 서신으로 조작해 연합군이 시칠리아가 아닌 그리스를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가짜 정보를 담았다. 그리고 이 편지를 서류 가방에 넣어 체인으로 시신의 손목과 연결, 분실을 방지하면서도 기밀 문서로 보이게 했다.
이로써 노숙자 글린드르 마이클은 영국 해군 윌리엄 마틴 소령으로 완벽 변신. 4월 16일 잠수함을 타고 스페인의 바다로 출발한다. 당시 스페인은 독일과 우호적 관계로 1942년 스페인에서 사망한 영국군의 비밀 서류가 독일에 전달된 일이 있었던 만큼 윌리엄 마틴이 소장한 가짜 기밀 문서 또한 스페인이 독일과 공유할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 후 4월 30일 오전 4시. 바다에 유기된 윌리엄 마틴의 시신은 5시간 후 스페인 우엘바의 해안가에서 현지 어부에 의해 발견됐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스페인군이 윌리엄 마틴의 시신을 인도해 간다. 과연 민스미트 작전은 히틀러를 속일 수 있었을까.
시신 발견 이틀 후. 스페인에서 부검이 실시됐다. 그런데 당시 스페인 국민의 대부분은 로마 가톨릭 신자로 유독 사후 부검에 대한 반감이 컸기 때문에 윌리엄 마틴의 시신은 육안 검사로만 끝이 났다. 이것은 몬태규와 철리가 시신이 가톨릭 신자처럼 보이도록 십자가 목걸이를 챙겨 넣은 덕이었다. 이로써 윌리엄 마틴의 사인은 익사로 판명. 이틀 후 우엘바의 공동 묘지에 묻힌다.
하지만 작전의 핵심은 시신에서 발견된 기밀 문서. 마침내 히틀러의 두 손에 기밀 문서가 쥐어쥔다. 히틀러는 속임수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영국에 파견한 스파인들에게 철저한 뒷조사를 명령하지만 그보다 한 발 앞서 영국군이 윌리엄 마틴을 포함한 전사자 명단을 공식 발표하고 성대한 장례식을 여는 등 마지막까지 빈틈 없는 작전을 펼치자 결국 가짜 기밀 문서의 내용을 철썩같이 믿게 된 히틀러.
그는 문서에 쓰인 대로 연합군가 시칠리아가 아닌 그리스에 상륙하리라고 확신. 시칠리아에 주둔하던 18개 사단을 그리스로 이동시킨다. 그사이 연합군은 16만 병력을 이끌고 텅 빈 시칠리아를 침공, 38일 만에 시칠리아 완전 점령에 성공한다.
시신을 미끼로 활용해 히틀러라는 대어를 낚은 민스미트 작전. 전쟁 역사상 가장 기발한 기만 작전 덕분에 연합군은 유럽 서부 전선을 장악, 2차 세계대전 승리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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