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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 없이 녹음하면 처벌하는 법안이 통과되면 대혼란 우려

ˍ 2022.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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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은 동의 없이 녹음하면 처벌받아

스스로의 권리를 지킬 확실한 수단인 녹음. 그런데 상대방의 동의 없이 녹음하면 최대 10년까지 처벌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현행법은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1항에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고 되어있어서, '대화의 당사자'일 경우 동의없이 녹음을 해도 처벌 대상이 아니었는데요.

 

그런데 지난 18일 국회에서 발의된 개정안에 의하면 제3자가 아닌 대화 당사자라도 대화에 참여한 전원이 동의하지 않으면 불법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발의가 되자마자 대화 녹음 금지법은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가 됐습니다.

 

음성권 때문이라는데 음성권이란?

개정안을 살펴보면 발의를 제안한 이유가 적혀 있습니다. 이 중에서 주목할 부분은 '음성권'. 초상권은 들어봤어도 음성권이라는 말은 좀 생소하거든요. 이 음성권이 대체 뭐길래 개정안까지 발의한 것일까요?

 

[최경진 교수 / 가천대학교 법학과 : 우리가 음성권 하면 직관적으로 내 음성에 관한 권리인가 보다 할 수 있지만 말투 하나만으로도 저 사람이 어떠한 현재 감정 상태인지 알 수 있고 짧은 단어라 하더라도 그러한 짧은 단어를 내뱉은 음성으로부터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까지 우리가 유추할 수 있기 때문에 음성이라는 건 굉장히 민감할 수도 있고, 하급심 일부 판결에서 음성권이라는 단어를 쓴 적이 있어요. 음성권이 인정된다고 판시한 경우도 있긴 한데.]

 

음성권이 처음 인정된 건 2017년, 교사 A 씨와 B 씨가 말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A 씨가 음성을 녹음하고 있던 걸 들킨 사건이 있었는데요. B 씨는 동의 없이 녹음을 했으니 음성권을 침해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A 씨는 자신을 향한 이야기였으니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는 거죠. 결국 법정까지 가게 된 이 사건의 결과는 사상 처음으로 음성도 중요한 개인정보에 속하며 동의 없는 녹음은 음성권 침해라고 인정받은 것입니다. 하지만 현행법상 형사 처벌 규정은 마련되어 있지 않은데요.

 

[최경진 교수 / 가천대학교 법학과 : 과거에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녹음을 하고 처리할 때에는 녹음을 한다 하더라도 대량으로 유포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피해의 범위가 작을 수 있는데 지금은 얼마든지 녹음하고, 녹음한 걸 자르기도 쉽고 갖다 붙일 수도 있고 유포시키면 전 세계로 흘러나가거든요. 그러면 회복할 수 없는 침해가 생겨요.]

 

개정안을 찬성하는 입장

초상권, 즉 허락없이 남의 사진을 찍으면 문제가 된다는 건 다들 아시죠. 음성권도 같은 개념이지만 아직 생소하다 보니까 문제가 된다는 걸 잘 모르고 있다는 겁니다.

 

[최경진 교수 / 가천대학교 법학과 : 휴대전화로 우리가 항상 통신하면서 쟤가 뭐 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디에 있는지 등을 굉장히 쉽게 알 수 있잖아요. 알려고만 한다면요. 그런데 이제 음성까지 그런 식으로 된다면 점점 아주 정밀하게 사생활의 영역이 줄어들 수 있는 거죠. 그래서 국민들이 본인의 음성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가 됐기 때문에 저는 좋은 출발점이라고 보고요.]

 

개정안을 반대하는 입장

[김광중 변호사 : 이게 참 말이 안 되죠. 그 어떤 제도 변화보다 사회에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겁니다. 대화를 하는 당사자 간에서는 이미 서로 그 내용을 공유하는 거니까 사생활 자유를 침해하는 게 아니에요. 그런데 음성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한다는 게 너무 지나친 거죠.]

 

폭행죄가 통상 2년 이하의 징역이거든요. 녹음할 때 상대방 동의를 받지 않는 게 남을 폭행한 것보다 중하게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게 이게 말이 안 된다는 거죠.

 

[김광중 변호사 : 약자가 자기가 피해를 본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증거 수집의 방법 중 간편한 증거 수집 방법이었던 거죠. 그걸 피해자가 민·형사상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 녹음한다는 게 불가능해지죠. 증거 수집이 안 되는 거죠. 동의를 해줄 리도 없고요. 지금도 약자들이 피해를 구제받기 어려운 상황인데 더 강화되는 상황이 되는 거죠.]

 

공공기관에서도 폭언, 폭행 대처용으로 녹음해

당장 공기업인 서울교통공사에서는 폭언, 폭행의 대처용으로 아래 사진과 같은 몰래 녹음이 가능한 카드형 녹음기를 지급하고 있거든요. 개정안이 지금의 사회적인 상황을 역행한다는 겁니다.

서울교통공사의 카드형 녹음기

[김광중 변호사 : 그런 녹음 없이 예를 들어서 고소라도 했다면 무고죄로도 처벌이 될 수 있는 겁니다. 오히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세상이 되는 거죠.]

 

다른 나라의 경우

하지만 프랑스는 녹음을 소지하기만 해도 형사처벌 대상이고 미국에서는 13개 주에서 동의 없는 녹음이 불법. 이렇게 여러 나라에서 녹음을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김광중 변호사 : 미국 같은 경우에는 우리랑 다르게 디스커버리 제도라는 게 있습니다. 증거개시제도라고 상대방이 갖고 있는 증거를 다 내놓게 하는 소송법상의 제도가 있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런 거 없습니다. 그 제도를 둘러싼 그 사회 전체 시스템을 같이 봐야 하는 겁니다. 그걸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제도가 마련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그 사회는 그렇게 돌아갈 수 있는 겁니다.]

 

진실이 뭍히고 피해사실이 감춰지는 대혼란 우려

통신비밀보호법이 생긴 계기가 바로 동의 없는 녹음 때문이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1992년 식당에 몰래 도청기를 설치해서 정치적 대화가 유출됐다는 초원복집 사건. 그 유명한 당시 전 법무부 장관의 '우리가 남이가'라는 발언도 바로 이때 나왔죠. 그 후 함부로 타인의 대화를 도청하지 못하게 하는 취지로 제정된 법인 것인데, 만약 이번 개정안이 통과가 된다면 우리 사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요?

 

[고한경 변호사 : 보통 이런 경우에는 녹음파일이 있는 상태에서 고소가 되거나 파일이 있었다가 지워진 상태일 텐데, 녹음한 사실이 나온다면 처벌 대상이 되겠죠. 일반적인 미수 규정에 따라서 그 행위를 시도한 것도 처벌 대상이 되니까.]

 

통신비밀보호법은 미수범도 동일하게 처벌한다는 조항이 있어서 녹음을 시도하기만 해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거죠. 그렇다고 하면 피해 사실은 무엇으로 증명해야 할까요?

 

[고한경 변호사 : 정식 문서, 카톡, 문자, 이런 다른 방법을 강구할 수밖에 없게 되겠죠.]

 

[김광중 변호사 : 일단 누군가를 항상 데리고 다녀야 하죠.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 증인을 세울 수밖에 없죠.]

 

게다가 자동으로 음성 수집이 되는 기계들도 문제의 소지가 생길 거라고 하니까 이걸 대처하는 사회적 비용도 어마어마하겠네요.

 

[고한경 변호사 : 민사재판상 제출되는 증거, 혹은 고소인이 가지고 있는 증거들을 다 못 내게 되겠죠. 동의 없었다고 나중에 또 말을 바꾸고 그게 있냐 없냐로 다투기도 하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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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을 증거로 채택하지 못하게 되면 법적 분쟁 과정에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혼란과 편법이 생겨날 것 같은데요.

 

[김광중 변호사 : 언론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겁니다. 취재하는 과정에서 녹음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진실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 녹음을 제시하면 동의하지 않을 경우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죄로 처벌이 될 수 있는 겁니다. 그럼 녹음은 하지 못하고 본인이 기록한 것밖에 없는데, 그것을 또 얼마나 믿어 줄 수 있느냐, 말을 바꾸면 내가 명예훼손죄로 처벌될 수 있다는 부담을 안고 취재하고 보도를 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겁니다.]

 

녹음으로 진실을 밝혀 낸 수많은 사회 문제들이 이제는 그대로 묻히는 일도 벌어지겠죠. 이번 개정안의 관건, 결국 예외 규정에 달렸습니다.

 

[김광중 변호사 : 만약에 이 개정안을 통과하려고 하면 허용하는 예외 규정을 다 넣어야 하는 것이고 연관되는 제도들을 다 같이 마련해야 하므로 다른 법들도 같이 개정이 되어야 하는 거고요.]

 

우리의 권리를 지켜줘야 할 법이 우리의 방패를 뺏어가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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