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지구의 나이를 알아낸 과학자가 납의 위험으로부터 지구를 구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ˍ 2022. 11. 26.
반응형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화학과 교수 클레어 패터슨(Clair Cameron Patterson). 그의 가장 큰 업적은 12년에 걸친 연구 끝에 1956년, 지구가 46억 년 전에 탄생했음을 증명한 것이었다. 방사성 물질 연대 측정이라는 과학적 방법을 통해 34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전 세계 최초로 지구의 나이를 밝혀낸 과학자였다.

클레어 패터슨( Clair Cameron Patterson)

하지만 그는 각종 기행으로 더 유명했는데, 본인의 연구실에 그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하루에도 여러 번 연구실을 물청소한 뒤 집기들을 하나하나 소독할 정도로 청결에 집착했던 것이다. 오죽하면 연구보다 청소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정도였다.

 

심지어 시도 때도 없이 연구실을 비워두고 높은 산이나 오지, 극지방으로 떠나는 경우도 빈번했다. 하지만 그는 각종 기행에도 불구하고 지구의 나이를 알아낸 학자답게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과학자였다.

 

그런데 갑자기 해고될 위기에 처한 클레어. 해고를 요구한 건 미국의 주요 대기업들로 1965년 그가 발표한 논문 때문이었다. 지구가 온통 납에 오염돼 있다며 위험성을 경고한 이 논문. 클레어는 대기업 제품에 포함된 납이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결벽증 학자는 왜 갑자기 납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일까?

 

과거 운석과 지구의 돌에 함유된 우라늄의 반감기를 역으로 계산해 지구의 나이를 밝혀내려 했던 클레어. 우라늄은 반감기를 거쳐 납으로 바뀌기에 이를 위해서 납 수치를 측정해야 했지만 이상하게도 측정할 때마다 계속 수치가 변했던 것이다.

 

당시 미국에서 만능 물질로 여겨지던 납. 통조름 캔은 물론 치약 튜브, 장난감, 병마개, 페인트까지 모두 납으로 만들었는데, 특히 대부분의 가정집에서 벽지 대신 납이 다량 함유된 페인트를 칠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24시간 납에 노출됐고 토양까지 납에 오염돼 있어 채소나 과일 등 먹는 음식까지 납 범벅이었기에 그야말로 납에 둘러싸인 사회에 살고 있었다.

 

때문에 그는 실험실의 모든 납 성분을 제거하기로 했고 결벽증에 가까울 만큼 매일 완벽한 청소와 소독을 반복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렇게 바람 한 점도 들어오지 못하게끔 실험실을 밀봉하고 특수복을 입는 등 처절한 노력 끝에 클레어는 본인만의 청정 실험실에서 지구 나이를 밝혀냈던 것이다.

반응형

하지만 그 과정에서 클레어가 가진 의문점. 1920년대부터 사람들의 혈중 납 농도가 갑자기 급증했던 것인데, 고대 로마 제국의 멸망 원인 중 하나로도 손꼽히는 납은 인체에 쌓일 경우 뇌기능 장애, 정신 이상 같은 문제부터 경련 및 발작, 장기 기능 저하 등 신체 전반에 문제를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된다.

 

이에 클레어가 주목한 것은 바로 자동차 휘발유였다. 1920년대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한 자동차 판매량. 그만큼 휘발유 판매량도 늘어났는데,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것은 납 성분이 없는 무연 휘발유지만 당시 사용되던 건 유연 휘발유로 엔진 소음을 줄이기 위해 납 성분을 첨가한 것이었다.

 

유연 휘발유는 그야말로 완벽한 기름으로 여겨져 개인용 자동차는 물론 석유를 필요로 하는 모든 곳에서 사용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납 수치는 도시가 아닌 깊은 바닷속에서도, 해발 8000m의 히말라야에서도, 심지어 청정 지역으로 여겨지는 남극에서까지 높게 측정됐다.

 

유연 휘발유에서 배기가스로 뿜어져 나온 납이 공기 중으로 퍼진 후 마치 먼지처럼 지표면으로 떨어진 것으로 전 세계인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독극물을 들이마시고 있는 셈이었는데 클레어는 이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납에 오염된 지구와 납 중독의 위험성을 논문으로 발표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때부터 대기업들의 적이 된 클레어. 미국 석유협회는 그에게 지원하던 연구 자금을 중단했고 대학교에 그를 해고하라는 압력을 넣으며 끊임없이 협박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무려 20년 동안 납과의 전쟁을 계속한 클레어. 뜻밖에도 그의 편을 들어준 건 정치권이었는데, 1970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청정 공기법을 제정한 것으로 1986년부터 미국에서 유연 휘발유가 법적으로 금지됐으며 몇 년 후 미국인의 혈중 납 농도는 80%까지 줄어든다.

 

우리나라에서는 1993년에 완전히 퇴출된 유연 휘발유. 현재 이 휘발유를 사용하는 국가는 없으며 만약 클레어 패터슨의 노력이 없었다면 전 세계 집단 납 중독 사태가 이어져 연간 천만 명이 사망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반응형

댓글

💲 추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