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2년 7월, 조선의 21대 왕 영조의 명으로 뒤주에 갇힌 사도세자가 8일 후 끝내 숨을 거둔 채 발견된다. 역사는 이를 이렇게 불렀다. 사도세자의 죽음, 임오화변.
왕이 친아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전대미문의 사건.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는 아버지를 잃은 대신 세자로 책봉되는 아이러니한 역사를 쓰게 된다.
그런데 정조가 평생 원망했던 사람이 바로 정조의 친할머니이자 사도세자의 어머니인 영빈이씨였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히기 하루 전, 영조를 찾아간 영빈이씨는 놀랍게도 친아들인 사도세자를 죽여달라고한다.
어린 시절 영특했던 사도세자에게 기대감이 컸던 영조. 그러나 사도세자가 점차 글 공부를 멀리 하자 기대는 실망으로 바뀐다. 그리고 사소한 일에도 꼬투리를 잡아 정서적인 학대와 폭언을 쏟아 부은 영조. 결국 사도세자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정신병까지 발병한다.
사도세자는 100명이 넘는 신하를 죽이는가 하면, 살해한 내관의 머리를 손에 든 채 궁 안을 돌아다녔고 자신이 아끼던 후궁 경빈박씨마저 폭행하여 살해했다. 심지어 사도세자는 어머니 영빈이씨에게도 위협을 가했다.
결국 영조는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라고 명령고, 결국 사도세자는 한여름 뜨거운 뙤약볕 아래 뒤주에 갇힌 채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런데 아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영빈이씨에게도 가슴 아픈 내막이 있었다. 사도세자가 태어나자마자 영조의 정비 정성왕후의 양자로 입양되면서 100일도 되지 않은 어린 아기를 품에서 떠나보내야 했던 영빈이씨는 사도세자가 더욱 애틋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도세자의 악행에, 일부 대신들이 정조의 왕위 계승 자격마저 문제 삼자 세손인 정조를 지키기 위해 영조에게 아들 사도세자를 죽여달라고 한 것이었다.
"자식을 잡아 먹고 내 살아 무엇하리. 내가 죽거든 내 무덤에는 풀도 나지 않을 것이야."
영빈 이 씨는 자신의 아들을 죽인 것과 다름없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다 사도세자의 3년상이 끝난 바로 다음 날 세상을 떠난다.
11살의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어야 했던 정조는 영빈이씨를 원망하며 평생 용서하지 못했다고 한다. 반면 정조가 사도세자에 관해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며 의지했던 사람은 아버지를 뒤주에 가둬 죽게 만든 할아버지 영조였다.
친아들을 뒤주에 가둬 아사하게 만들었기에 피도 눈물도 없는 냉정한 아버지로 평가받아 온 영조. 하지만 영조는 누구보다도 사도세자의 죽음에 가슴 아파했다. 사도세자 사후 영조가 직접 쓴 금등지사와 사도세자의 무덤에 함께 묻은 묘지문에 따르면 영조는 아들의 죽음을 명한 것을 명백히 후회하고 있었다.
그러던 1776년 3월, 당시 세자였던 정조가 영조에게 상소를 올린다.
"승정원일기에서만은 아버지가 죽은 그날의 기록을 지워주소서. 승정원일기에는 차마 들을 수 없고 차마 볼 수 없는 말이 너무 많이 실려 있습니다. 이것을 버려두고 태연하게 여긴다면 어찌 아들의 도리라 하겠습니까?"
승정원일기에서 사도세자의 죽음에 관한 기록을 지워달라는 것. 승정원일기는 지금의 대통령 비서실과 같은 승저원에서 조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을 상세하게 기록한 책으로 대신이라면 누구나 쉽게 볼 수 있었다. 사도세자 죽음의 전말에 알려져 대신들 사이에서 조롱거리가 될까 두려웠던 것이다.
"내가 그런 일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구나. 지난 날의 네 허물은 내 손으로 거두고 가마. 당장 승정원일기를 없애도록 명하겠다."
결국 영조는 승정원일기의 해당 부분을 물에 씻어 없애버리라 지시했고 그렇게 영조와 정조의 합작으로 그날의 역사는 승정원일기에서 영원히 사라진다. 이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할 조선왕조실록에서도 마찬가지. 실제로 영조실록에는 그날의 일에 대해 임금이 사도세자에게 내린 전교는 사관이 꺼려 쓰지 못하였다라고만 적혀 있어 사도세자의 죄목을 전혀 알 수 없다.
그러나 사도세자의 아내 혜경궁홍씨가 쓴 한중록 등에 그날의 역사가 기록되었고, 지금까지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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