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에 독일 전역을 휩쓴 국민 재테크 열풍. 모든 독일인이 열광한 이 재테크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1938년 독일에서 국책사업으로 시작한 저축 운동으로 일주일에 한번 5제국마르크, 현재 가치 약 3만 원씩 저축할 때마다 스탬프 카드를 한 칸씩 채울 수 있으며 50칸을 채우면 정부에서 마련한 '이것'을 지급하는 적금이었는데, 놀랍게도 그 상품은 무려 'KDF 바겐 자동차 1대'였다.

2년 전인 1936년, 독일에서 출시된 신형 자동차 KDF바겐, 일명 비틀. 둥근 곡선에 귀여운 디자인과 5인 가족도 탑승 가능한 내부 공간, 7L의 휘발유로 100km를 달릴 만큼 훌륭한 연비까지, 단숨에 독일 국민 차로 떠오른 이 차의 가격은 990제국마르크, 현재 가치 약 600만 원으로 3000만 원에 달하던 다른 자동차에 비해 훨씬 저렴했지만 당시 독일 노동자들은 한푼도 쓰지 않은 채 3년 치 생활비를 꼬박 모아야만 이 차를 살 수 있었다.

그런데 매주 저축만 하면 원금 대신 원금의 4배의 가격인 신형 자동차를 주는 엄청난 저축 상품이었던 것이다. 단 이 저축 상품에는 나름의 규칙이 있었는데, 한번에 많은 돈을 넣는 건 허용되지 않았으며 한 주만 저축을 건너뛰어도 저금한 돈을 몰수당했던 것이다.
하지만 저축을 완료하면 부상으로 리조트 휴가까지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독일 뤼겐섬에 위치한 프로라(Prora) 리조트로 무료 여행까지 제공했는데 해안가 5km 걸쳐 펼쳐진 이 리조트는 객실만 무려 1만 개.

독일인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꿈의 휴양지였다. 이에 자동차 받기 적금은 출시 1년 만에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가입할 만큼 국민 재테크로 엄청난 사랑을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스탬프칸을 모두 채워도 자동차를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이 저축 운동을 펼친 사람은 바로 아돌프 히틀러였다. 당시 전쟁을 준비하며 현금을 확보하려 했던 히틀러. 이에 히틀러는 자동차 받기 적금이라는 상품에 그럴싸한 규칙까지 만들어 사람들의 저축을 유도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만기 시 받을 수 있었던 이 자동차를 기획한 사람도 히틀러였다. 1935년 페르디난트 포르셰를 불러 독일 국민 차 설계를 지시한 히틀러. 당시 독일 평균 가족 수인 5명이 탈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자동차여야 하며 무엇보다 다른 자동차에 비해 저렴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히틀러는 딱정벌레에서 영감을 받아 즉석에서 냅킨에 차량 디자인을 그려 포르셰에게 건넸고 이것이 KDF바겐 비틀이 된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이 비틀을 만든 건 전쟁을 위한 히틀러의 큰 그림이었다. 그는 전쟁시 차량 지붕을 없애고 뒷자석 중간 자리에 기관총을 장착, 완전 무장한 군인 4명이 탈 수 있도록 개조할 생각이었고, 특이하게도 엔진을 후방에 장착한 것도 추운 지역에서 엔진이 얼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히틀러는 독일인들이 순수하게 자동차를 받겠다는 열망으로 일주일에 한번 착실히 저축한 돈을 나치의 활동 자금으로 썼으며, 이후 폴란드를 침공하며 2차 세계대전이 본격화되자 전쟁을 빌미로 사람들이 저축한 돈을 모두 가로챘다. 그야말로 이 저축 운동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히틀러의 사기극이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부상으로 보내준다는 프로라 리조트 역시 전쟁 전까지 완공되지 않았기에 이곳에 휴가를 간 사람 역시 한 명도 없었다. 이후 사람들의 꿈의 리조트는 전쟁 포로들을 고문하는 장소가 되었으며 꿈의 자동차를 생산하던 공장은 군수 물자 생산 기지로 바뀌었다.
그렇게 잊혔졌던 이 자동차는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폐허가 된 공장에서 영국군 장교에게 발견된다. 영국군은 이 자동차를 군 보급용으로 2만 대나 주문하면서 비틀은 다시 공장을 가동하며 기적적으로 부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영국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다. 전쟁 배상금을 갚아야 했던 독일이 자동차의 설계도는 물론 공장까지 영국의 자동차 회사에 넘기려 했지만 영국 측에서 이를 거절한 것이다. 때문에 독일은 다시 자동차 강국이 될 수 있었으며, 아이러니하게도 한때 히피들 사이에서 히틀러의 자동차가 자유의 상징이 되기도 하였다.
특히 2003년 단종되기 전까지 약 2100만 대 이상이 판매된 1세대 비틀은 단일 모델로는 세계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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