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실종된 김종안씨
지난해 1월 바다에서 일하는 선원 김종안 씨가 어업 중에 실종되면서 발견되지 못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법률에 따라 사망보상금은 모두 친모가 받게 됐는데요. 이 판결을 두고 논란이 뜨겁습니다.
조카 김 씨가 떠난 지 어느덧 2년이 다 돼 간다고 고모 김옥이 씨가 말하는데요. 조카는 작년 1월 차가운 바다에서 사라져 영영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도 매일같이 묘를 찾아간다는데요.
사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해 보면, 거제도 부근 해상에서 김 씨가 타고 있던 300톤급 어선이 침몰되는 사고가 있었던 겁니다. 7명은 구조가 됐지만 끝내 찾지 못한 실종 선원 3명 중 한 사람이었던 김종안 씨. 갑작스러운 조카의 사고 소식에 옥이 씨가 누구보다 슬퍼했던 이유가 있다는데요.
[김옥이 / 고 김종안 씨를 양육한 고모 : 우리 조카는 유복자예요. 그런데 자기 어머니라고 하는 분이 두 살 되던 해에 데리고 왔더라고요. 아이를 맡겨놓고 재혼한다고 그렇게 했나 봐요.]
김 씨의 친부는 태어나기도 전에 사망했고 친모는 김 씨가 2살 무렵 집을 떠나 재혼을 해서, 고모는 남겨진 김 씨와 그 누나를 친자식처럼 키웠다는데요. 못 먹이고 못 입힌 것이 지금도 한이 된다고 말합니다. 김 씨의 사고가 한스러운 건 친누나 종선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동생이 떠난 후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벌어졌기 때문인데요.
[김종선 / 고 김종안 씨의 누나 : 우리 낳아준 사람이 54년 만에 왔어요. 동생 생사는 필요 없고 '나는 오로지 보상금만 가져가겠다' 이겁니다. 사람이라면 이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동생 앞으로 나온 사망보상금을 두고 54년 전에 떠난 친모가 갑자기 나타나 보상금 수령을 주장한 겁니다. 이를 위해 가족관계 등록까지 새로 했다는데요. 그런데 지난 13일, 법원은 친모의 양육 여부와 상관없이 법률에 따라 김 씨의 사망보상금 2억 4천만 원 전액의 권리를 인정한다며 친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선원법에 규정되어 있는 유족 급여의 수급자 순위 때문이었는데요. 김 씨는 법률상 배우자나 자녀도 없는데다 친부마저 이미 사망한 상태라 친모가 수급 1순위가 됐다는 겁니다.
[김종선 / 고 김종안 씨의 누나 : 저는 이 돈이 목적이 아니고 양육한 사람도 필요 없고, '네가 54년전에 버렸어도 네가 낳았으니 네가 가져가라' 이게 법입니까? 저는 끝까지 할 겁니다. 그리고 항소도 할 것이고.]
양육에 소홀했는지와는 상관없이 직계존속이라는 이유만으로 상속을 인정하는 현행법,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이용환 변호사 : 산재 같은 걸 당할 수 있잖아요. 이것도 똑같이 어선원이 받은 산재거든요. 상속을 받을 수 있는 순위가 법에 규정이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법 자체에는 존속이라고만 규정되어있기 때문에 부양의 의무를 전부 이행했느냐 안 했느냐와 관련된 규정이 전혀 없습니다.]
가수 구하라의 사망 당시와 비슷한 상황
이와 비슷한 상황은 지난 2019년 가수 구하라 씨가 사망했을 때도 있었습니다. 친권까지 포기했던 친모가 40%의 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양육을 하지 않은 부모의 상속을 제한하는 이른바 '구하라법'까지 마련이 됐는데요. 그리고 작년 '공무원 구하라법'으로 불리는 공무원재해보상법, 연금법 개정이 이루어졌습니다. 해당 직종에 한해서 적용이 됐는데요. 이 법의 첫 번째 적용 사례인 고 강한얼 씨의 유가족을 만나봤습니다.
[강화현 / 순직 소방관의 언니 : 서류상으로는 동생이 21개월일 때 협의이혼이 된 거고요. 실제로 가출을 한 것은 아이가 돌도 안 됐을 때부터예요. 그 어머니가 기억날리는 없죠.]
소방관으로 재직하다 외상 후 스트레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동생 강 씨. 공무상 순직이 인정돼 유족연금이 나오게 되자 32년 만에 친모가 나타나 친부와 동일하게 연금의 절반을 가져간 겁니다. 이에 불복해 순직유족급여 제한 청구를 했다고 하는데요.
[강화현 / 순직 소방관 언니 : 저희가 분쟁을 겪다가 법이 바뀌었어요. 공무원연금법을 가지고 하다 보니까 생각보다 빨리 법이 개정되어서.]
작년 6월부터 법이 개정됨에 따라 이후 유족급여 비율은 50대50에서 85대15로 조정이 이루어지게 됐습니다. 하지만 21개월의 양육한 기간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친모의 상속분은 완전히 상실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여전히 일부 연금을 받아가고 있는 상황.
[강화연 / 순직 소방관의 언니 : 친모에게 당연히 법은 상속 0%로 인정할 줄 알았어요. 누구 편에서 도대체 법이 시행된 건지 그게 제일 억울하죠.]
이에 강 씨 가족은 현재 친모의 상속분을 아예 박탈해 달라는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강화현 / 순직 소방관의 언니 : 기준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21개월에 15%가 인정되어버리면 3세 4세 되어서 집을 나간 엄마는 저희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인정받을게 뻔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15% 절대 인정할 수 없는 거죠.]
결국 법이 있으나 없으나 양육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가 재산을 가져가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는 상황. 왜 이런 억울한 일들이 계속 되풀이되고 있는 걸까요.
[김상용 교수 /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 이것은 해석의 문제가 되는데 우리나라 법이 그렇게 촘촘하지 않기 때문에 해석할 여지가 굉장히 많거든요. 민법에서 양육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부모는 상속권을 아예 갖지 못한다는 규정이 도입된다고 하면 민법 정신에 반하기 때문에 상속을 받을 수 없다, 이런 해석이 충분히 가능해지겠죠.]
현재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를 상속에서 제한시키는 내용이 담긴 민법 개정안들이 국회에 발의가 된 상태인데요. 처리가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상용 교수 /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 국무회의에서만 의결이 됐고 이제 국회에 가 있는데 법무부에서 마련한 법안하고 의원들이 입법한 법안하고 차이가 있는 부분이 상당히 있어서 그 부분은 조율하는 데 시간이 걸릴 거라고 보고요.]
상속법 개정안들의 내용이 서로 상충하면서 최종 통과는 되지 않고 있는 상황. 하지만 그사이 지금도 진짜 가족들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습니다.
[김종선 / 고 김종안 씨의 누나 : 자식 버린 부모들이 법은 내 편이니까 떳떳하게 얼굴들고 돌아옵니다. 국회 계류 중인 지가 언제입니까.]
[강화연 / 순직 소방관의 언니 : 알고 있으면서 묵인하고 있는 거죠. 본인들이 해당이 안 되더라도 국민들이 힘들 것 같으면 시대나 환경이나 여건에 맞춰서 당연히 바뀌어야 하는 게 맞잖아요. 또 다른 피해자를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국민을 보호해야 할 법이 변화하는 가족 형태를 따라잡지 못해 발목을 잡는 이런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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