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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나무에 입혀놓은 짚이나 털옷은 따뜻하지도 않고 해충구제에도 별 도움이 안됩니다

ˍ 2023.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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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처럼 추운 겨울에는 가로수 나무의 기둥에 짚이나 털실로 마치 옷처럼 둘러놓은 것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아래 모습은 이름난 산책길 중 한 곳이죠. 바로 정동길입니다.

알록달록 털실로 뜬 옷 같기도 하고 대체 정체가 뭘까요? 보통 사람들은 당연히 추운 겨울에 나무들이 얼지 않도록 따뜻하게 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텐데요. 일단 보온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실제 온도를 측정해봐도 털실을 두른 안쪽과 아무것도 없는 쪽을 비교해 보면 온도 차이가 별로 나지 않습니다.

 

단, 추위에 약한 나무에 배롱나무, 동백나무가 있는데 이런 나무들은 겨울에 줄기가 얼거든요. 이런 나무는 짚으로 두껍게 나무 전체를 꽁꽁 싸매주면 겨울에 줄기가 어는 것을 막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아래와 같이 말이죠. 

하지만 이렇게 완전히 감싸놓은 것이 아닌, 일반 가로수의 단지 일부분에 털실로 옷을 만들어 둘러놓은 것은 보온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이 털옷은 '잠복소'라고 하는 것으로, 사전적 의미는 '드러나지 않게 숨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보온의 목적은 전혀 아니고, '해충 방제'의 목적으로 설치된 것입니다. 원래 이 잠복소를 설치 하지 않으면, 해충들이 나무 틈새나 뿌리 근처, 낙엽 속에 들어가서 월동을 합니다. 이렇게 월동을 하기 위해 땅으로 내려오다가, 잠복소를 만나면 그 안으로 쏙 들어가서 거기에 모이는 것이죠. 

 

이렇게 잠복소에 모인 해충들을 봄에 제거해서 다 태우면 해충 방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해서 잠복소를 설치한다는 것입니다. 조선시대에 쓰여진 한 농업 서적에도 볏짚으로 잠복소를 만들어 나무에 매달아두면 해충을 잡을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잠복소라는 이름은 생소해도 꽤 오랜 시간 방재에 사용되어 온 거죠. 물론 지금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지만 투박한 볏집의 잠복소는 시간이 흘러 이제는 털실같은 재료를 이용해 화려하게 재탄생해 거리의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기도 하는데요.

 

그러나 전문가들은 잠복소가 해충을 잡는데에 그리 큰 도움을 주집 못한다고 합니다. 사실 잠복소는 1960년대에서 70년대에 '흰불나방'이라는 외래종 해충을 잡기위해 나무에 많이 설치하기는 했습니다. 진딧물, 매미나방 등의 해충들도 나무에 피해를 주는데요. 그런데 이런 해충들을 잡으려고 잠복소를 설치했더니 이런 해충을 잡아먹는 '익충'인 무당벌레, 풀잠자리 등 나무에 이로운 곤충들도 잠복소에 들어가 버린다는 것이죠. 

 

임업연구사들의 조사에 의하면 해충보다 익충이 더 많이 잡힌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익충이 90%나 되고 해충은 10% 정도였습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죠.

 

나무에 입혀놓은 색색의 털실이 눈길을 사로잡기는 하지만 나무의 방한에도, 해충을 없애는 데에도 장기적으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말인 거죠. 그래서 사실 관리당국인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잠복소를 설치하면 익충의 수가 감소해 해충이 급격하게 증가할 것을 우려해서 이미 여러 차례나 잠복소를 쓰지 말라고 보도 자료를 내고 권고해 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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