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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익사할뻔 한 우주비행사 이야기

ˍ 2023.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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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은 2013년 가디언지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우주 셀카.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우주복을 입은 본인과 지구까지 모두 담아낸 이 셀카를 촬영한 사람은 이탈리아 출신의 우주 비행사 루카 파르미타노(Luca Parmitano)였다.

36살의 나이에 유럽 우주국 소속 최연소 우주 비행사가 된 루카. 그는 2013년 5월 지구에서 450km 떨어진 국제우주정거장으로 향했는데, 과거 이탈리아 공군 전투기 조종사로 무려 대령까지 진급했으며 프로 스쿠버다이빙이기도 했던 그가 우주 비행사에 도전한 건 본인의 한계를 깨고 싶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가족들은 그런 루카를 보며 늘 마음을 졸여야 했다. 그가 나사와의 협업으로 국제우주정거장에 파견됐을 당시에도 가족들의 걱정은 계속됐다. 그럼에도 루카는 생애 최초의 우주 생활에 빠르게 적응했고 대망의 첫 우주 유영에서도 수준급 실력을 보여준 여러 장의 환상적인 우주 셀카를 남기며 여유를 보였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나사 소속의 베테랑 우주 비행사, 크리스와 금세 절친이 된다. 이후 국제우주정거장 시설 곳곳을 유지 보수하며 평온한 나날을 보냈던 루카는 어느날 동료 크리스와 함께 우주선 밖으로 향하는데, 도킹용 부품을 교체하는 것이 그날의 임무로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44분 후, 갑자기 등 뒤에서 알 수 없는 한기를 느낀 루카의 눈앞에 보여선 안 되는 것이 보였는데, 바로 물방울이었다. 물은 수소와 산소의 결합체이다. 하지만 우주엔 공기가 없는 데다 온도가 영하 270도에 이르기 때문에 물이 없을 뿐더러 최첨단 과학기술이 집약된 우주복 또한 착용 전 전혀 이상이 없었다.

 

루카를 곧바로 이 믿을 수 없는 상황을 동료 크리스, 그리고 우주 관제센터에 알린다. 하지만 그의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데, 실제로 인간의 우주 유영이 시작된 1965년 이래 우주복에 물이 찼다는 보고는 단 한 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우주 관제센터 측은 루카가 정신적 문제로 인한 환상을 봤다고 여겼다. 우주의 폐쇄된 공간에서 장기간 생활하는 우주 비행사들이 환청이나 환각 등 부작용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것.

 

하지만 루카의 헬멧 안으로 점점 차오르던 물이 급기야 얼굴 전체를 뒤덮기 시작했고 교신까지 끊기자 우주 관제센터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다. 이에 뒤늦게 복귀 명령을 내렸지만 루카는 이미 정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그를 위해 목숨을 다가온 누군가, 바로 크리스였다. 사실 크리스는 미국 최강의 특수부대 네이비실 출신이었다. 그는 자신의 몸도 제대로 가누기 힘든 무중력 공간 우주에서 정신을 잃은 루카를 있는 힘을 다해 우주선 쪽으로 이끌었다.

 

루카는 헬멧에 가득찬 물로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을 뿐더러 호흡조차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고 기적적으로 무사히 우주선 에어록에 도착한다. 곧바로 에어록에서 대기하고 있던 동료들이 서둘러 그의 우주복을 벗겨줬고 호흡이 돌아오면서 루카는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물 한 방울 없는 우주에서 익사할 뻔한 초유의 사건.

 

루카의 헬멧 안에 있던 물은 3파운드, 무려 1.4L로 우주 환경에서 우주 비행사의 체온을 보호하기 위해 우주 복에 주입된 냉각수 필터에 문제가 생겨 이 냉각수가 우주복 안으로 노출됐던 것이다.

 

그런데 루카가 익사할 뻔한 책임이 크리스에게 있다고 관계자들이 주장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일주일 전 우주 유형을 마치고 온 루카의 우주복에서 약 500mL가량의 물이 고여 있는 걸 발견한 크리스.

하지만 크리스는 우주복에 달린 음료통에서 물이 샌 거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이후 루카가 이 우주복을 입고 또다시 우주 유영에 나서며 익사할 뻔했던 것이다. 이후 문제의 원인이 된 우주복은 전면 재검토됐고 루카와 동료들은 사고 발생 4개월 후인 2013년 11월 무사히 지구로 복귀할 수 있었다.

 

한편 이처럼 광활한 우주에서 죽음의 문턱을 밟았다가 극적으로 목숨을 건진 루카는 예측할 수 없는 사고였다면서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고 하며 당시에 트라우마를 완전히 극복. 또 다시 우주에 파견돼 지금도 우주 비행사로 활발히 활동 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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