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아래의 사진과 같은 빈 병 하나를 돈 주고 사야 한다면 얼마를 내시겠어요? 몇천원 정도 같을 텐데요. 그런데 놀라지 마세요. 이런 병 하나가 무려 45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 믿어지시나요?
2007년에 전 세계에서 딱 700병 정도만 출시된 고급 위스키인 '루이13세 블랙펄'이라는 위스키가 1,500만 원에 거래된 바 있는데요. 최근 중고거래 커뮤니티에서 그 공병 술병이 450만 원이라는 비싼 값으로 팔린 거죠.
그런데 이렇게 빈 술병을 중고로 거래하는 사례가 보기보다 흔하다고요. 실제로 중고거래 커뮤니티에 '공병'이라고 검색만 해도 빈 위스키병을 판매한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가 있습니다.
싼 건 몇천 원에도 구매할 수 있지만 비싼 경우에는 몇십만 원까지 가격이 뛰는데요. 실제로 20, 30만 원대에 거래되는 경우들도 쉽게 눈에 띄고요. 값은 부르는 대로 쳐줄 테니까 원하는 공병을 구해달라는 요청도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그런데 왜 위스키를 있는 그대로 팔지 않고 빈 병만 거래하는 걸까요? 거기에는 다 사정이 있습니다. 바로 국내에서는 개인 간 위스키 거래가 불법이기 때문이죠.
외국에서는 고급 위스키를 사놨다가 웃돈을 얹어서 되파는 게 흔한 일인데요. 하지만 국내에서는 주류 판매 면허 없이 개인이 술을 파는 일이 금지되어 있죠.
아니, 그래도 실제로 술이 들어 있는 것도 아니고 사실상 재활용 유리병이나 다를 게 없잖아요. 그렇다면 사람들은 대체 왜 빈 술병을 이렇게 비판 값을 치르면서까지 사는 걸까요?
[이영애 교수 /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 희소성이라는 가치를 구매하게 되는 거죠. 한정판 위스키에 대한 수요들이 젊은 세대들에서 되게 많이 있는데 그걸 다 충당하지 못하는 거죠. 시장에서 공급이 그만큼 되지 않으니까. 술은 다 마시고 병밖에 안 남아 있지만 그런 희소성이라고 하는 부분들이 그 공병 안에 남아 있는 거고 공병 같은 것을 통해서 대리 충족시키거나 대리 만족시키는 현상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위스키의 인기는 코로나 이후에 급격히 커졌는데요. 2년 사이에 수입액이 무려 1억 달러 가까이 늘었습니다. 게다가 국내 위스키 열풍은 2030세대가 불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한정판 위스키를 사려고 오픈런까지 할 정도로 위스키 유행에 앞장섰죠.
실제로 2030세대는 '리셀' 재테크 유행을 이끌었던 세대기도 하잖아요. 인기 있는 제품을 구입한 뒤에 비싸게 되파는 걸 리셀이라고 하는데요. 유명 배우가 신었던 한정판 신발이 정가보다 36배나 뛴 680만 원에 리셀되기도 했고요. 또 명품에 비싼 값을 매겨서 중고로 되파는 일이 이어지면 리셀이 재테크의 수단으로 발전한 겁니다.
기존에는 이렇게 옷이나 신발을 주로 거래했다면 이제는 고급 술병까지도 리셀 재테크 대상이 된 건데요. 왜 이런 리셀 재테크가 인기인 걸까요?
[이영애 교수 /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 기성세대가 하고 있는 부동산이나 코인이라든가 주식이라든가 이런 부분들도 어느 정도 자본을 모아야지 할 수 있는 투자 행위잖아요. 2030세대는 그자본자체를 모으기가 어려운 구조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일상적인 소비생활을 통해서 작은 부라도 창출하려고 하는 노력을 한다거나 이런 노력들이 계속 보이는 것 같아요. 구매를 해서 사용을 하다가 사용 가치가 내 입장에서 다 했다, 그러면 그거를 또 다른 사용 가치가 있는 사람한테 넘기는 것들이 너무나 당연한 거예요. 그러니까 그 부분의 경제적 가치로 환원하기가 가능한 거죠.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그런 리셀이라고 하는 부분들이 되게 활발하게 해당 2030 세대에서는 일어나게 될 수 있는 부분이죠.]
공병 하나에 450만 원이라고 하니까 너무 놀라운데요. 빈 병이 이렇게 높은 가격이 팔려나가는 게 참 신기합니다. 해외에서는 공병을 수집하는 게 수세기의 역사를 자랑하는 하나의 취미 중 하나라고 합니다. 그런데 국내 주류 시장에서는 그동안 수집할 가치가 있는 술병을 찾는 게 좀 힘들었는데 최근에 고급 술이 인기를 끌면서 이렇게 공병 리셀 문화까지 생겨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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