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이름에 목동을 넣으려고 했는데 불허된 사례
값이 비싸기로 소문난 가나동 있습니다. 그런데 그 옆에 마바동에 위치한 아파트 주민들이 입주민 회의를 열었습니다. 가나동 집값이 비씨니까 가나동 명칭을 따와서 우리 아파트 이름을 오면 집값이 높아지겠다는 생각이었죠. 이왕 바꿀 거 영어도 섞어 바꾸면 더 고급스러워 보일 것 같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실제로 주거 선호 지역의 명칭을 가져다 마음대로 아파트 이름을 바꾸는 일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아파트 명칭을 변경하려면 아파트 소유자 80% 이상의 서면 동의가 필요하거나 관리단이 명칭 변경을 주도하고 지자체 허가가 필요합니다. 명칭을 변경하려는 이유는 상급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자부심 같은 것도 있고, 가격이 오른다는 기대감 이런 것들이 제일 많이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죠.
한국부동산분석학회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름을 바꾼 아파트는 그렇지 않은 아파트보다 집값이 더 올랐다는데요. 남가좌동도 이름 바뀐 아파트가 이름을 바꾸지 않은 아파트에 비했을 때 약 100㎡ 기준 4천만 원 정도 금액이 오르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양천구 신월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는 인접한 '목동' 명칭을 넣어 아파트 이름을 바꾸려고 소송도 불사했는데요. 해당 아파트에 직접 찾아가보니 단지 입구 정문에는 목동을 넣은 아파트 이름이 정문 입구에 보였습니다. 하지만 지도상에는 목동을 넣기 이전, 즉 원래의 아파트 명칭이 표기되어 있었고요. 아파트 지역명은 신월동이라 명시됐는데요. 해당 아파트의 이름은 대체 어떻게 된 걸까요?
아파트 주민의 말에 따르면 신월6동 저 건너편 아파트도 전부 센트럴 대단지 1,400세대인데, 신월6동 아파트가 목동을 넣어 바꿔서 이 아파트도 동대표 회의를 거쳐서 바꿨다는 것입니다. 아파트 입주민 측과 구청 간 항소심까지 이어진 소송. 법원은 목동을 넣은 아파트 이름으로 바꿀 수 없다고 명칭 변경 불허 판결을 내렸습니다. 행정구역이 명확히 다르다는 이유에서인데요.
하지만 정문에는 목동 명칭이 여전히 붙어있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양천구청 관계자는 단지 측에서 임의로 공사를 한 것 같다며 그것까지 구청에서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준공 승인 받을 때 이름에 목동이 있는 경우는 신월동에 있어도 목동 써도 된다고
그런데 이 법적 다툼까지 갔던 아파트에서 불과 500m 떨어진 다른 아파트의 이름을 보면 목동이 들어간 상태인데요. 신월동에 위치했지만 주거선호 지역명을 이름에 쓰는 아파트는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그 아파트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양천구청에서 준공 승인할 때 이 명칭을 구청에서 승인해 준 거라고 합니다. 양천구청 관계자도 최초 준공 승인이 났을 때 신청한 그대로 인정하고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법령상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관련 법령을 보면 건축물대장의 기재 및 관리 등에 관한 규칙 제18조에 1:건축물 표시사항 변경 시 지자체장에게 신청, 2: 지자체장은 대지의 실제현황과 합치되는지 확인 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기존에 쓰던 아파트 명칭을 바꿀 때 지자체의 승인이 필요하다는데요. 그럼 신축 아파트의 이름은 마음대로 지어도 되는 걸까요? 처음부터 승인받을 때 어떤 이름을 지정했을 경우에는 제한이 없습니다. 법 규정이 따로 없습니다.
이름 변경은 재량권에 따라 될수도, 안될수도 있어
양천구 제외 서울 시내 여러 자치구에서는 인접한 지역명을 가져다 아파트 이름을 변경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이게 명확하게 어떤 기준이 있는 건 아니고 무조건 이런 경우가 된다, 안 된다고 하는 법적 기준이 없기 때문에 사실 재량권이 너무 크다고 합니다.
아파트 이름이 길어지는 이유는?
지난 20일 서울시에서는 아파트 명칭 간소화를 주제로 공개 토론회까지 열었습니다. 아파트 이름이 너무나 길어지고 복잡해지는 문제는 사실 이미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요. 제일 긴 아파트의 이름이 무려 25글자로 행정상에 불편함까지 초래하고는 실정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어지는 아파트의 이름, 정말 시세에 영향을 주는 걸까요?
집값 상승을 노린 현상 중 주거 선호 지역명을 넣어 아파트 명칭을 바꾸는 것 외에, 이름을 복잡하고 길게 작명하는 현상도 있었는데요.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긴 이름의 아파트를 찾아가 봤습니다. 그곳 부동산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주거 선호 법정동에 들어간 아파트 이름은 시세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단순히 이름만 긴 건 효과가 없다는데요. 그렇다면 이곳 아파트의 이름이 긴 이유는 뭘까요?
그 이유는 여기에는 건설사가 2곳 있어서 A 건설하고 B 건설이 지어서 2곳 이름 다 넣은 거라고 합니다. 맨 앞에는 아파트의 지역명을, 뒤에는 건설사들 및 각각의 브랜드를 함께 기재하면서 길어진 이름. 그러나 초기 아파트만 봐도 이름이 이렇게 복잡하지는 않았었는데요. 1960년대가 되어서 아파트들이 공급이 좀 많이 됐죠. '마포아파트'가 단지형 아파트로 처음으로 지어졌는데 동 지명으로 아파트 이름을 지었습니다.그후 1999~2000년쯤 대형 건설사들이 브랜드 이름을 집어넣습니다. 그러면서 경쟁적으로 대형 건설사들이 전부 다 브랜드 이름을 도입하게 됩니다.
2000년대 초반 아파트를 지으려는 대형 건설사들은 고급화 및 차별화 전략으로 자체 브랜드를 아파트 이름에 추가하게 되는데요. 동네만 넣었던 아파트의 명칭이 이쯤부터 건설사 및 브랜드의 추가로 그 길이가 점점 길어졌답니다. 재개발 뉴타운 사업이 시작되면서 컨소시엄으로 짓는 건설 회사들이 많아져서 기존에 자기 혼자만의 브랜드를 갖고 있던 회사들이 여러 회사가 같이 합쳐지면서 또 이름도 길어졌습니다.
여러 건설사가 참여하면 각각의 회사명 및 브랜드도 함께 기재되고요. 게다가 한동네에 같은 시공사, 같은 브랜드가 들어서니까 2차, 3차는 좀 억울한 기분이 들어서 우린 2차, 3차 못 쓰겠다 해서 브랜드 이름 뒤에 또 하나를 추가합니다. 펫네임(Pet Name)이라고 하는 별칭을 붙인다는데요. 근처에 강과 공원이 있으면 리버파크, 숲이 함께 있으면 리버파크포레, 학교까지 있으면 리버파크포레에듀 등 차별성을 두려고 붙이는 펫네임 때문에 아파트 이름이 더욱더 길어진답니다.
문제는 브랜드 이름에 펫네임을 붙여서상표 출원을 합니다. 다른 아파트가 그 명칭을 못 쓰게 하려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까 뒤에 짓는 아파트들은 전부 다 다르게 새로운 이름, 외국어를 이용해서 자꾸 독특하고 길어지게 됐죠.
펫네임까지 붙인 아파트 이름에 상표권을 출원한 대형 건설사들이 이렇게 아파트 브랜드 고유성을 중요시 하는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 회사의 전략으로, 어떤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브랜드 이름을 넣으면 분양가도 높아질 수 있다는 전략이 담겨 있다는 의견입니다.
그런데 서울 시민 1천여 명 중 약 600명의 사람들이 아파트 이름은 네다섯 글자가 적정하다고 생각한답니다. 하지만 아파트 이름을 짓는 것에 있어서 제한하는 것도 사실은 자유권 침해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제한을 엄격하게 두는 것은 조금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이름 때문에 좋은 아파트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경쟁보다 살기 좋은 아파트를 만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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