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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추락으로 아마존 밀림 속에 떨어진 13살 소녀와 세명의 동생들, 어떻게 40일 동안 생존할 수 있었을까요?

ˍ 2023.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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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5월 1일, 콜롬비아의 아마존 밀림 상공을 날고있던 세스나 206 비행기가 엔진 이상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비행기는 전직 택시운전사였던 헤르난 무시아(Hernán Murcia)라는 남성이 조종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승객은 막달레나 무쿠투이(Magdalena Mucutui Valencia)라는 여성과 그녀의 어린 자녀들 4명, 그리고 그들의 지인인 어른 한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비행기의 승객인 4명의 아이들의 엄마, 막달레나 무쿠투이

 

그런데 비행중에 엔진에 이상이 발생하자, 조종사는 강 위로 착륙을 시도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비행기는 빽빽한 아마존 밀림의 나무 사이를 지나 땅으로 쳐박혔습니다. 이 충격으로 조종사를 포함해서 어른들은 모두 사망하고, 막달레나 무쿠투이의 어린 4명의 아이들만 살아남았습니다. 

추락한 세스나 206기

그 아이들은 13살의 레슬리(Lesly), 9살의 솔레이니(Soleiny), 4살의 티엔(Tien), 그리고 1살 아기 크리스티(Cristi) 입니다. 이 아이들은 콜롬비아의 아라라쿠아라(Araracuara)라는 지방에서 살고있었습니다. 아라라쿠아라는 콜롬비아의 아마존 정글 한가운데에 있는 지역으로, 지난 1930년대에 당시 콜롬비아 대통령이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을 가두어놓기 위해 감옥을 만든 곳입니다. 

 

이 지역은 사방이 빽빽한 나무들과 질척한 늪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죄수들을 굳이 건물안에 가두어놓지 않아도, 주변 환경 자체가 천연의 교도소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지역으로 들어오면, 살아서는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그런 곳이었죠. 그래서 이곳에서 살던 사람들의 후손들은, 위험한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스스로 배우고 터득해야 했습니다. 

 

이번 비행기 추락사고에서 생존한 13살의 레슬리도,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님, 이모로부터 정글에서 길을 찾는 방법, 독이 없는 과일과 버섯을 구별하는 방법, 움막을 짓는 법 등을 배웠다고 합니다.

 

레슬리의 아빠는 이 지역의 한 부족의 지도자였습니다. 그런데 다른 FARC(콜롬비아무장혁명군)으로부터 위협을 받게 되자,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 가족 모두를 데리고 콜롬비아의 수도인 보고타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아빠가 먼저 인근에 있는 도시로 비행기를 타고 먼저 가있었고, 그다음 아빠와 만나기 위해서 엄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비행기를 탔던 것입니다. 

 

하지만 엔진 이상으로 비행기가 추락해서 조종사와 엄마, 엄마의 지인, 이렇게 어른들은 모두 사망하고 4명의 아이들만 살아남았습니다. 

 

비행기가 추락한 후 16일이 지났을 때, 그 지역의 원주민들과 수색대가 추락한 비행기를 발견합니다. 그런데 비행기 안에는 사망한 3명의 어른들의 시신만 있었고, 아이들은 어디에도 없었죠. 그런데 주변에 먹다 남은 과일의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살아있다는 확신을 하고, 200여명의 군인 수색대와 원주민들이 아이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레슬리는 머리 고무줄을 이용해서 임시로 움막을 만들어 동생들을 보살폈습니다. 그리고 레슬리는 동생들에게 밀가루와 카사바 가루를 먹이고, 나무에서 과일을 따서 먹였다고 합니다. 레슬리의 할머니는 인터뷰에서 레슬리가 평소에도 부모님이 일을 나가시면 동생들을 돌보았기 때문에 이번 사고에서도 동생들을 정글 한가운데에서 잘 보살필 수 있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수색대는 아이들을 찾을때 비행기로 밀림 위를 날면서 스피커로 레슬리의 할머니가 육성으로 녹음한 목소리를 틀었다고 합니다. 할머니의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지금 너희들을 찾고 있으니 조금만 버티어달라고 스피커로 들려주어서 희망을 잃지 않게 하려는 것이었죠. 

 

그리고 10000장에 달하는 종이를 뿌렸는데, 거기에는 아이들에게 밀림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생존 요령등을 설명해 놓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음식과 물병을 투하해서 아이들이 먹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밤에는 강력한 불빛을 쏘아서 아이들이 불빛을 보고 찾아올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수색대는 땅에 떨어져 있는 아기 우유병과, 어린이용 가위, 어린아이의 발자국을 발견하게 됩니다.

수색대는 발견한 아이들의 소지품들을 구조견이 냄새맡게 하고, 그 근처를 열심히 수색했습니다. 그리고 6월 10일, 구조견이 마침내 아이들을 발견해서 수색대에게 알려주었다고 하네요. 비행기가 추락한지 무려 40일 만에 아이들이 발견된 것입니다.

아이들은 탈수 증상이 있고 벌레에 물린 곳이 많은 것 외에는 괜찮은 상태라고 합니다. 현재 4명의 아이들은 콜롬비아의 수도인 보고타에 있는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습니다. 콜롬비아의 대통령 구스타보 페트로와 그의 딸이 아이들이 입원한 병원을 찾아가 아이들과 만나고 의료진과 악수하기도 했습니다. 아래에서 오른쪽 사진이 대통령의 딸이고, 그녀가 이야기하고 있는 아이가 바로 레슬리입니다. 

 

그런데 오늘(2023년 6월 13일) 후속 보도가 나왔는데요. 현재 이 아이들의 양육권을 놓고 아버지와 외할아버지가 양육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외할아버지 나르시소 무쿠투이(Narciso Mucutuy)의 주장에 따르면, 자신의 딸(즉 이번 사고로 사망한 아이들의 엄마)이 사위에게 가정폭력을 당해왔다는 것입니다. 부부가 싸울 때는 아이들은 밀림 속에 가서 숨기도 했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아이들의 아버지인 마누엘 라노크(Manuel Ranoque)는, 아내와 종종 싸우기는 했지만 말로만 윽박질렀을 뿐, 때린 적은 별로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콜롬비아 가정복지행정국에서는 사회복지 담당요원을 아이들에게 배치하고, 일단 아이들의 아버지가 아이들을 만나는 것을 금지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가정폭력이 있었는지 조사할 예정입니다. 아래 사진에서 왼쪽이 아이들의 외할아버지, 오른쪽이 아버지입니다. 

구출된 아이들의 외할아버지와 아버지. 양육권을 놓고 다투고 있다.

4명의 아이들 중에 2명만 마누엘 라노크의 친자식들이고, 2명은 아내와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라고 합니다. 

 

아래 사진은 이번에 공개된 아이들의 사진인데, 40여일 동안 제대로 먹지 못해 많이 야윈 모습이지만, 맏이 레슬리의 정성과 보살핌으로 모두들 안정된 모습입니다. 

구출된 아이들

군인 수색대가 아이들을 찾을 때, 구조견이 함께 수색을 했는데, '윌슨'이라는 이름의 구조견 한마리가 실종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13살 레슬리와 9살 솔레이니가 병원에서 실종된 구조견을 위해 그림을 그렸습니다. 아래 그림인데 왼쪽 아래에 윌슨이라고 적힌 구조견이 보입니다. 이 그림은 군관계자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왼쪽은 아이들이 실종된 구조견을 위해 그린 그림, 오른쪽은 그림을 군관계자에게 전달하는 장면

그리고 아이들이 사고 당시에 대해 설명했는데, 아이들의 어머니는 비행기 추락 후에 약 4일간은 살아계셨고, 숨기기 전에 아이들에게 스스로 꼭 살아야 한다고 말해주고 숨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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