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아이돌 열풍의 원조, 백스트리트 보이즈(Backstreet Boys)와, 이들을 이어 전 세계의 소녀 팬들의 마음을 훔친 엔싱크(NSYNC), 이 두 그룹을 탄생시킨 사람은 미국의 거물 음반 제작자 '루 펄먼(Lou Pearlman)'이다. 그런데 어린 연습생들의 꿈을 짓밟는 갑질과 평생 사람들을 농락해 부를 쌓은 철면피로도 알려진 것이 루 펄먼이라고 한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루 펄먼은 음악과 거리가 멀었다. 그는 미국 뉴욕에서 비행선 대여 사업을 하던 사업가였는데, 어느날 한 고객이 비행선 10대를 홍보용으로 쓰고 싶다며 계약하러 왔다. '뉴키즈온더블록'의 홍보용으로 비행선을 사용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당시 10대의 우상이던 그룹 뉴키즈 온 더 블록이 큰 돈을 벌어들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자신도 아이돌을 만들겠다며 다짜고짜 대중 음악계에 뛰어든다.
그는 300만 달러의 상금을 걸고 춤과 노래에 재능 있는 10대 남성을 찾는다는 구인 광고를 게재해서 오디션을 거쳐 5명의 멤버를 선발하는데, 이들이 바로 백스트리트 보이즈였다.
그 후 루 펄먼은 전 재산을 바쳐 1년여 동안의 트레이닝 기간을 뒷바라지 했고, 1993년 데뷔한 백스트리트 보이즈는 그야말로 신드롬 수준의 인기몰이를 했다. 그러자 루 펄먼은 다음 단계에 돌입한다. 바로 또 다른 아이돌을 만드는 것. 이 팀이 저스틴 팀버레이크를 주축으로 한 '엔싱크'였다.
1996년 데뷔한 이들은 계획대로 백스트리트 보이즈의 라이벌로 떠오르며 인기 경쟁을 하게 된다. 문제는 데뷔 2년 후 처음으로 수익을 정산하는 자리에서 시작되었다.
그동안 하루 35달러, 당시 환율로 우리돈 4만1천원의 용돈으로 힘겹게 버텨온 멤버들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한다. 그런데 루 펄먼이 각 멤버에게 지급한 금액은 1만 달러. 현재 우리돈 2500만 원 정도 뿐이었다. 이것은 루 펄먼과 멤버들이 일명 노예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었다.
수익금에서 투자 비용 전액을 제하는 것은 기본, 나머지 수익의 대부분도 회사가 가져갔고, 다섯 멤버들의 수익마저도 루 펄먼을 포함한 6분의 1로 나누어야 했다. 이 불공정한 계약은 백스트리트 보이즈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두 그룹은 계약 해지 소송을 제기했고 그렇게 루 펄먼의 손을 떠났다.
그런데 루 펄먼은 또 다른 희생양을 찾고야 만다. 백스트리트 보이즈의 멤버 닉 카터의 친동생으로, 자연스럽게 루 펄먼의 눈에 띄어서 1997년 9살의 어린 나이에 데뷔한 '아론 카터(Aaron Carter)'였다.
미소년 외모에 형 닉 카터의 후광을 등에 업은 그는 데뷔 4년 만에 500만 장이 넘는 앨범을 판매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아론 카터가 34살이 된 2022년 10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진다. 아론 카터가 자신의 집 욕조에서 숨을 거둔 채 발견된 것이다.
부검 결과 향정신성 약물을 과다 복용한 상태에서 물에 빠져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그러자 그의 죽음의 배경에 루 펄먼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사실 아론 카터는 아버지의 외도로 불행한 가정 환경에서 자랐는데, 루 펄먼은 자신을 빅파파라 부르라면서 유독 가깝게 지내고, 이 과정에서 가스라이팅을 가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던 2007년, 이러한 소문에 불을 붙이는 기사가 보도된다. 루 펄먼의 성폭력 의혹이었다. 당시 루 펄먼은 수영장, 영화관 등이 완비된 대주택에서 수십 명의 연습생들과 함께 생활했는데. 몸 관리를 핑계로 수시로 복근을 확인하고 마사지를 강요했으며, 함께 영화를 보던 중 갑자기 성인 비디오를 틀어주는 등 연습생들을 성적으로 괴롭혔다는 것이다.
그러자 루 펄먼이 데뷔시킨 가수들이 자신의 피해 경험을 털어놓기 시작했는데, '오타운' 멤버인 에릭 마이클 에스트라다는 "수영하던 내 어깨에 올라타 마사지를 했다"라고 말했고, '테이크파이브'의 멤버인 팀 크리스토포어는 "루 펄먼이 나체로 생활했다", 제프 구델은 "루 펄먼이 어린 나를 성인 스트립 클럽에 데려갔다"라고 폭로했다.
하지만 아론 카터는 루 펄먼의 성폭력 의혹에 대해 강력 부인했다. 심지어 인터뷰 도중 흥분해 욕을 내뱉었을 정도였다. 그러자 이마저도 가스라이팅의 결과가 아니냐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그런데 이런 사태가 발생하자 뜻밖에도 루 펄먼은 세계 최고의 휴양지 발리로 향한다. 그리고 2007년, 루 펄먼의 자산이 경매 시장에 등장한다. 세계 최고의 유리 공예가 데일 치흘리의 조각품 등 예술작품부터, 백스트리트 보이즈의 싸인 포스터와 아론 카터의 한정판 음반 등 기념품까지, 수천 개의 품목이 경매를 통해 판매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루 펄먼이 살던 500만 달러짜리 대저택이 매각된 데에 이어, 그가 소유했던 최고급 자동차와 제트스키도 비싼 가격에 처분된다. 그야말로 한순간에 빈털털이가 되어 버린 루 펄먼. 그 원인은 1년 전 그가 저지른 한 사건에 있었다. 바로 루 펄먼의 '투자 사기'.
그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허구의 회사를 만들어 개인에게는 투자금을, 은행에게는 대출을 받았는데, 그렇게 해서 뜯어낸 금액이 무려 9500만 달러, 우리 돈 1300억 원으로 그 돈을 빼돌려 해외로 도망을 갔던 것이다.
그러나 루 펄먼은 6개월의 추적 끝에 발리에서 체포되었다. 그후 그의 전 재산이 경매 등을 통해 전액 압수된 것인데, 재판 결과 루 펄먼에게 25년의 징역형이 선고됐고, 2016년 복역한 지 8년 만에 심장마비로 감옥 안에서 숨을 거두면서 평생 동안 계속된 사기극은 드디어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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