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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루라기를 이용해서 공짜로 전화를 쓰는 방법을 알아냈던 미국의 프로그래머

ˍ 2023.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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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미국 메인주에서 방송사의 주파수를 해킹해서 라디오를 해적 방송을 하던 '존 드레이퍼(John Draper)'라는 20대 청년이 있었다. 청취자들 사이에서도 괴짜 중의 괴짜로 불리던 그는 취미 생활 또한 독특했는데, 바로 '캡틴 크런치'라는 이름의 시리얼을 사모으는 것이었다. 시리얼 안에 든 호루라기 사은품 때문이었는데, 존은 아이들의 장난감에 불과한 이 작은 호루라기를 애지중지하며 모았다.

 

이상하게도 청취자들은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존의 호루라기를 받기 위해 찾아왔다. 존 드레이퍼는 청취자들에게 호루라기로 전화요금을 아낄 수 있다며 청취자들에게 나눠준 호루라기가 수천 개에 달했다.

 

그런데 얼마 후 통신사 측이 수상함을 감지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 조사 결과 장거리 통화량은 매년 늘고 있는 반면 오히려 징수되는 요금이 줄어드는 기현상이 몇 년 동안 계속된 것으로, 손해액은 현재 화폐 가치로 무려 2500억에 달했다.

 

이 사건의 범인은 바로 존 드레이퍼였다. 당시 장거리 전화의 경우 교환원을 통해야 했던 데다 장거리 통신망 역시 설치 및 유지 보수 비용이 많이 들어 사람들은 3분 통화에 1달러, 현재 가치로 약 1만 원 정도의 값비싼 요금을 내야 했는데, 1시간을 통화하면 20만 원을 내야 하는 셈이었다. 이에 장거리 연애를 하던 연인들이 요금 폭탄을 맞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런 상황에서 존이 청취자들에게 알려준 공짜 통화 비법은 바로 호루라기. 대체 이 호루라기에 무슨 비밀이 있는 것일까? 존 드레이퍼에게는 '조'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선천적 시각 장애인으로 청각이 유난히 뛰어났던 조는 전화 통화를 하다가 어느 날 무의식적으로 휘파람을 불었다고 한다.

 

그런데 휘파람을 부는 순간 전화가 끊어지고, 휘파람을 멈추면 다시 연결되는 현상이 반복되었다는 것. 절대 음감이기도 했던 조는 정확히 2600헤르츠의 소리가 통신 네트워크에 영향을 준다고 존 드레이퍼에게 알려주었다. 이후 존은 정확히 2600헤르츠의 소리를 내는 도구를 찾아다녔고, 그것이 바로 시리얼 캡틴 크런치의 사은품 호루라기였던 것이다.

 

호루라기를 수화기에 대고 특정한 방법대로 불면 전화국 교환기는 통화 종료로 인식,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실제 전화는 끊어지지 않아 장거리 무료 통화가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1972년 존의 범행은 발각됐고 초범인데다 악의가 없었던 점이 정상 참작돼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는다.

 

그런데 2년 후인 1974년, 이 호루라기 때문에 또다시 미국이 발칵 뒤집어진다. 백악관에서 업무를 보던 닉슨 대통령에게 걸려온 장난 전화가 있었다. 대통령실 전화망은 미국 내에서 가장 보안이 철저한 데다 대통령을 지칭하는 정확한 코드네임까지 알아야 연결될 수 있었는데, 대통령에게 장난 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존이었다.

 

대통령실 전화망이 해킹당한 건 미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 게다가 놀랍게도 해킹당할 때 쓴 도구 또한 호루라기였다. 존은 국가 보안을 위협하는 일이라며 상세한 해킹 방법은 밝히지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닉슨 대통령이 불법 도청 사건인 워터게이트 사건에 연루되면서 수사는 흐지부지됐다.

 

그의 이런 기발한 해킹 실력은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와 워즈니악의 컴퓨터 개발 모티브가 되었고, 이후 존은 애플 등 컴퓨터 전문 기업들에서 일하며 수신자 부담 시스템은 물론, 최초의 워드 프로세서, 컴퓨터 방화벽 프로그램 등을 설계했다.

 

현재 80대의 노인이 된 그는 여전히 새로운 해킹 시스템을 물색하며 괴짜 천재 해커로 살아가고 있다.

존 드레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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