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대 초, 미국은 그야말로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시기였다. 흑인들은 버스도 뒷문으로만 탑승해야 했고, 백인들이 이용하는 화장실도 사용할 수 없었으며 백인들의 심기를 거스른다는 이유로 살해당하는 일도 빈번했지만 기소조차 되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단 한 사람, 미국 오클라호마에 살던 사라 렉터(Sarah Rector)라는 흑인 소녀만큼은 예외였다.
사라를 극진히 대하며 특별 대우한 백인들, 그리고 사라를 찾아와 청혼하는 백인 남성도 수십 명이었다. 그 이유는 사라가 어마어마한 부자였기 때문인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매달 1만 달러 이상, 현지 화폐 가치로 무려 4억 원에 달하는 거액이 꼬박꼬박 입금됐던 것으로, 13살이었던 사라는 당시 미국의 윌리엄 테프트 대통령보다 훨씬 더 많은 월급을 받고 있었다. 사라의 조상은 아프리카에서 잡혀 온 흑인 노예 출신이었다. 그렇다면 이 흑인 소녀는 어떻게 재벌이 된 것일까?
1900년대 초, 사라의 아빠 조셉은 생계 유지를 위해 인디언인 크리크족 밑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당시 인디언 부족의 공유 토지를 쪼개 개인에게 할당하는 도스법(The Daues Act)에 따라 크리크족은 미 정부로부터 오클라호마의 땅을 받게 됐고 조셉 역시 크리크족인 주인으로부터 이 땅의 일부를 증여받게 된다.
조셉의 땅은 오클라호마 시머론강 인근으로 무려 20만 평, 축구장 100개 면적에 달했다. 그런데 그가 맞닥뜨린 뜻밖의 문제가 있었다. 바로 거액의 세금이었다. 땅값이 300달러, 현재가치로 1300만원인데 재산세가 1년에 30달러, 현재 가치로 130만원 이었다. 세금이 한달 조셉의 월급보다 많았던 것이다.
조셉이 받은 땅은 마을에서 무려 100km나 떨어진 외진 곳에 도로도 연결되어 있지 않았으며 돌덩이가 가득해 농사조차 지을 수 없는 황무지 그 자체였지만 1년에 한 번 땅값의 10분의 1을 고스란히 토지의 재산세로 납부해야 했던 것이다. 애초에 조셉에게 땅을 나눠준 것도 세금을 내기 싫었던 주인의 노림수였다.
이에 조셉은 토지를 다시 주정부에 반납할 수 있게 해달라며 법원에 청원서를 제출하지만, 당연히 황무지에 불과한 조셉의 땅을 사겠다는 사람은 없었고 조셉은 세금을 내느라 점점 가난해졌다. 그리고 결국 쇠약해져 사망한다. 그가 사망하자 땅은 어린 사라에게 상속됐다. 이처럼 쓸모없는 땅 때문에 빚더미에 오를 운명에 처한 사라. 그런데 뜻밖에도 한 사업가가 사라의 땅을 욕심내고 있었다. 그는 바로 미국의 석유 재벌 '존 록펠러'였다.
미국 최대의 정유 회사 '스탠더드 오일'을 창업해 석유 판매량의 95%를 독점, 석유왕으로 불리던 인물이었다. 이상하게도 록펠러는 인근에 본인의 땅이나 석유 관련 시설이 전혀 없었음에도 어떻게 해서든 사라의 땅을 매입하려 했다.
그 이유는 바로 '석유'. 사라가 상속받은 땅은 하루에 1만 2500배럴, 무려 40만 리터가 쏟아져 나오는 그야말로 황금 알을 낳는 땅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영리한 선택을 한 사라는 절대 땅을 팔지 않았고, 록펠러와 협상을 해서 그가 자신의 땅에서 석유 시추를 하는 대신 임대료를 받기로 한다. 그리고 임대료에 더해서 생산되는 석유에 대한 로열티까지 챙기며 사라는 미국의 최연소 백만장자가 된 것이었다.
그러자 흑인 소녀가 본인들보다 부유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던 백인들이, 누가 봐도 흑인인 사라를 두고 무조건 백인이라며 우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시 오클라호마주 정부에서 반강제로 사라가 백인이라는 증명서를 발급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에 사라는 당시 흑인으로서는 유일하게 기차 1등석에 탑승하고, 백인 전용 학교에 다닐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됐다.
그런데 뜻밖에도 사라는 백인이 되기를 끝까지 거부했다. 그리고 성인이 된 사라는 흑인 전용 학교인 터스키기 대학교에 입학했으며 토지 사용료와 석유 채굴 로열티로 받은 돈을 주식, 채권, 부동산 등에 재투자해서 점차 재산을 불려나갔다. 그뿐만 아니라 돈 많은 백인 남성들의 열렬한 구애에도 그녀가 평생의 반려자가 선택한 남성 역시 자동차 대리점에서 일하는 평범한 흑인이었다.
전 세계가 휘청거린 경제 대공황 시기에도 사라는 워낙 많은 재산 때문에 별 타격을 입지 않았으며, 오히려 주변의 흑인들은 물론 백인들까지 아무런 대가 없이 도와줬다고 한다. 이후 사라는 1967년 뇌출혈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백인 증명서를 가진 유일한 흑인 여성으로 호화롭고 편안하게 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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